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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교실 內 '언어폭력'이 최다…코로나 속 초등학생 피해도 늘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7월 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학교폭력 피해자 자살시도, 제발 우리 아이와 가족을 지켜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충남지역 한 고등학교 학부모를 대신에 글을 올린다는 청원인은 “학교 폭력 피해 학생은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하는 등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학교에 나가지 못하고 있는데 가해 학생은 멀쩡히 생활하고 있다”며 진상을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지난달 6일 김지철 충남교육감이 취임 3주년 기자회견을 갖고 "미래사회에 대응하고자 새로운 상상력과 실천이 가능한 미래교육 체제를 준비하겠다"는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충남교육청]

지난달 6일 김지철 충남교육감이 취임 3주년 기자회견을 갖고 "미래사회에 대응하고자 새로운 상상력과 실천이 가능한 미래교육 체제를 준비하겠다"는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충남교육청]

청원 글에 따르면 가해 학생들은 지난 4월 교실에서 눈이 마주쳤다는 이유로 피해 학생을 복도로 불러내 무릎 꿇고 사과를 요구하다 이를 거부하자 폭행했다. 피해 학생은 전치 3주의 부상과 12주 이상의 정신과 치료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가해 학생들은 6월에 열린 학교폭력심의위원회에서 강제 전학과 특별교육 18시간 조치를 받은 뒤 정상적으로 등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등 4학년~고등 2학년 조사결과 발표

충남 지역에서 발생한 학교폭력은 쉬는 시간 교실 안에서 학생 간 이뤄지는 언어폭력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충남교육청이 지난 4월 5~30일 도내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1학년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다. 설문에는 조사 대상 학생 17만6762명 가운데 87.0%인 15만3731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학교폭력을 당한 적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15만3731명 중 2020명(1.3%)으로 지난해 대비 468명(0.1%)이 증가했다. 학교별 피해 응답자는 초등학생 3.0%, 중학교 0.6%, 고등학교 0.3% 등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초등학교는 피해 응답률이 지난해보다 0.7% 증가했다.

충남교육청은 지난 4월 5~30일 도내 초등~고등학생 15만373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 충남교육청]

충남교육청은 지난 4월 5~30일 도내 초등~고등학생 15만373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 충남교육청]

학교 폭력 유형별로는 언어폭력이 40.9%로 가장 많았고 집단 따돌림 15.1%, 신체 폭력 12.0%, 사이버폭력 8.8%, 금품 갈취 6.7% 등 순이었다. 폭력 발생 장소는 교실 안(26.2%), 복고(15.4%), 놀이터(10.1%), 사이버공간(7.3%) 등으로 교육 당국은 학생 자율에 의한 예방 활동과 정보통신윤리 교육 강화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했다.

쉬는 시간에 학교폭력 가장 많이 발생 

피해는 쉬는 시간(29.0%)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이어 점심시간 16.8%, 하교 이후 16.2%, 수업시간 7.2% 등으로 교내에서 활동하는 시간에 학생 생활지도를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학교 폭력을 당할 경우 보호자나 친척(36.2%)에게 가장 많이 털어놓고 교사(27.95), 친구 및 선후배(15.0%) 순으로 피해 사실을 알렸다.

피해를 당해도 신고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11.0%에 달했다. 신고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대답이 26.5%였고 ‘더 괴롭힘을 당할 것 같다’는 대답도 12.1%나 됐다. 학교폭력 가해자는 같은 학교 같은 반 학생(44.0%), 같은 학교 같은 학년(27.6%) 순이었다.

지난 3월 26일 충남교육청에서 열린 성인지교육지원센터 개소식에서 김지철 충남교육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충남교육청]

지난 3월 26일 충남교육청에서 열린 성인지교육지원센터 개소식에서 김지철 충남교육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충남교육청]

충남교육청은 불규칙한 등교·원격수업, 방역수칙 준수 등으로 인해 학교생활에서의 스트레스가 늘어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학교 폭력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의 언어문화 개선과 사이버 언어폭력 예방 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라며 “인성교육 중심의 교육과 사제동행 으라차차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평화로운 학교문화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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