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 왜 이제서야 VR에 투자했나

중앙일보

입력 2021.09.06 15:29

ⓒPICO

ⓒPICO

국내에서 유명한 틱톡(TikTok)의 모기업 바이트댄스(ByteDance,字节跳动)가 중국 1위 가상현실(VR) 헤드셋 제조업체 피코(PICO)를 인수했다.

지난달 29일 중국 제몐신문에 따르면 바이트댄스는 피코를 인수했다며 이를 통해 거대한 사업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바이트댄스는 이날 피코의 인수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시장에선 90억 위안(약 1조 6210억 원)으로 예상했다.

ⓒPICO

ⓒPICO

2015년 설립된 피코는 VR ·증강현실(AR) 하드웨어 및 콘텐트 제조업체다. 피코는 중국 내 VR 헤드셋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올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44% 늘면서 판매액 기준 전 세계 VR 헤드셋 시장에서 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VR 업계는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엔 '한물갔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2016년 중국에선 3천여 개 이상의 VR 신생기업이 탄생했지만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VR 트렌드는 사라지고 투자자와 기업가들이 속속 시장을 떠났다.

바이트댄스는 왜 VR 제조업체를 굳이 이 시점에 인수한 걸까.

ⓒ百家?

ⓒ百家?

이유는 메타버스다.  

메타버스(metaverse)는 가공·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가상과 현실이 융복합된 디지털 세계, 초월 세계를 의미한다.

국내외 빅테크 기업을 비롯한 내로라하는 기술기업들은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 중인 '메타버스'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바이트댄스 역시 보다 더 성숙하고 뛰어난 회사를 인수함으로써 기회를 포착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셔터스톡

ⓒ셔터스톡

메타버스는 PC나 모바일 기기로도 접속이 가능하지만, 몰입도를 높이려면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장비가 필요하다. 메타버스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힌 페이스북은 이미 지난 2014년 가상현실(VR)기기 개발사 오큘러스를 인수하면서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바이트댄스는 고도로 수직적인 VR 콘텐트 커뮤니티를 구축했으며 VR 콘텐트 개발자가 충분한 피코를 VR 업체로 선정했다.

텐센트가 시장 장악했는데… 너무 늦은 거 아냐?

메타버스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바이트댄스의 판단이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중국의 메타버스 산업은 텐센트가 이끌고 있다. 텐센트는 메타버스 산업의 선두주자인 미국의 ‘로블록스(Roblox)’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중국 내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텐센트의 메타 유니버스 영역은 게임, 소셜 네트워킹, 라이브 방송, 전자 상거래 등을 포괄하며 거의 모든 생태계를 지원한다.

중국 스마트폰 및 VR 전문 개발 및 제조사인 HTC, 인터넷 기업 넷이즈(网易, Wǎngyì) 등 중국 내 제조업체 및 인터넷 기업도 메타버스 산업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다이마쳰쿤(代碼乾坤)과 리월드 ⓒ소후

다이마쳰쿤(代碼乾坤)과 리월드 ⓒ소후

바이트댄스 역시 메타버스 산업에 몰두해왔다. VR 업체를 이번에 인수한 것뿐이다. 바이트댄스는 지난 4월 "로블록스의 중국 버전"으로 알려진 모바일 게임 개발사 다이마쳰쿤(代碼乾坤)에 1억 위안가량을 투자했다.

다이마쳰쿤은 2018년에 설립된 모바일 게임 개발 업체로, 메타버스 성격의 게임 플랫폼인 리월드를 개발했다. 리월드 내에선 현실 세계와 같이 사회활동은 물론, 경제 활동도 가능해 로블록스와 유사하다고 평가를 받는다.

중국 정부의 사교육 규제도 VR 투자에 한몫해…

ⓒNetwork Picture

ⓒNetwork Picture

바이트댄스는 지난해 10월 교육 분야가 틱톡 이후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다리교육(大力敎育) 브랜드를 출범했다. 다리교육은 취학 전 아동과 초중고 12개 학년을 대상으로 교과목 수업에 대한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장이밍은 거대한 중국 사교육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향후 3년 동안 돈은 벌지 않을 생각으로 거금을 투자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7월, 다리교육은 대규모 감원과 전면적인 운영 중단 결정을 내렸다.

중국 당국이 사교육 시장을 초토화하는 초강력 규제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중국 당국은 학과 수업과 관련한 과목을 통해 사교육 기관들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을 금지하고 기업공개(IPO) 등 자금조달을 막았다. 외국인이 사교육 분야에 투자하는 것도 금지했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바이트댄스의 교육 사업이 축소되자 불가피하게 전략 방향을 틀어 VR 연구 개발에 집중한 것”으로 진단했다.

ⓒ소후

ⓒ소후

바이트댄스의 피코 인수는 중국 내에서 빠르게 발전하지 못한 VR 시장이 고품질 하드웨어 업체와 인터넷 거인의 결합을 통해 점차 번창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의미일 수 있다. 메타버스 관련 생태계 역시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육성될 것으로 보인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차이나랩

차이나랩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