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얼어붙은 韓·中·日 삼국 관계···'드라마 삼국지’에 열쇠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차이나랩

차이나랩’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2021년, 우리는 ‘한류’가 부리는 또 한 번의 매직을 목도하고 있다. 이번에는 넷플릭스다. 이전과는 다르게 한류가 ‘일류’, ‘중류’와 거침없이 만나면서 새로운 차원의 조류(潮流)를 일으키고 있다.

한류, 일본 땅에 홀연히 불시착하다

2020년,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일본 넷플릭스 종합 랭킹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치했다. 그 열기는 올해도 일본에서 이어져 부동의 TOP10 안에 견고히 머물러 있다. 장장 2년에 걸쳐 지속한 ‘사랑의 불시착’ 신드롬은 2003년 일본서 방영되었던 ‘겨울연가’의 아성에 필적할 정도다.

지난해 5월 일본 넷플릭스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한 사랑의 불시착. ⓒ넷플릭스 캡처

지난해 5월 일본 넷플릭스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한 사랑의 불시착. ⓒ넷플릭스 캡처

일본 내에서 이 두 드라마는 한국에 대한 오랜 불신과 혐한(嫌韓)의 견고한 장벽을 뚫고 일본인의 마음을 사로잡아 갔다. ‘겨울연가’가 일본 공중파에서 3차에 걸쳐 방영되었던 이후, 한일교류는 일순간에 폭포수처럼 증가했던 사실을 우리는 잘 기억한다.

한일 관계가 최악의 국면을 맡은 오늘날, 일본 내 한류의 재점화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니혼게이자신문은 칼럼(2020.8.9)에서 “오늘날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은 이유와 관계 개선의 힌트 모두 한류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과 ‘이태원 클라쓰’에서 찾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 넷플릭스 홈페이지의 ‘이태원 클라쓰’ 소개 화면 ⓒ넷플릭스 재팬 홈페이지

일본 넷플릭스 홈페이지의 ‘이태원 클라쓰’ 소개 화면 ⓒ넷플릭스 재팬 홈페이지

‘사랑의 불시착’은 남한의 한 여주인공이 낙하산을 타고 우연히 북한 땅에 불시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남자 주인공의 헌신적 사랑, 북한 사회에 대한 따뜻하고 사실적인 묘사, 남북한의 냉혹한 대립 현실과 이를 뛰어넘는 사랑의 메시지를 잔잔히 그려내었다.

국경을 초월한 지순한 사랑과 남북 대립의 냉혹한 현실을 함께 그려낸 점이 일본인들에게 그토록 커다란 울림을 준 것일까? 한류는 오늘날 한일(韓日)의 경계를 가르며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일류, 한국 땅에 역날검으로 찾아오다.

2021년 넷플릭스에 올라온 일본 영화 ‘바람의 검심’은 한국에서 신선한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바람의 검신 더 비기닝’(2021.6.4)의 전 세계 ‘TOP10 랭킹’에서 한국이 17일을 기록하면서 이 부문 선호도 1위를 차지했고, ‘바람의 검신 더 파이널’(2021.4.23)도 ‘TOP10 랭킹’에서 한국이 24일을 기록하며 선호도 1위를 차지했다.

넷플릭스에 올라온 일본 영화 '바람의 검심' . ⓒ넷플릭스 캡처

넷플릭스에 올라온 일본 영화 '바람의 검심' . ⓒ넷플릭스 캡처

반일감정이 최고조에 이른 한국 시장에서 일본 영화의 선전은 매우 이례적이다. 더구나 지구촌 다른 국가에서는 별다른 환대를 받지 못한 작품이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영화가 지닌 화려한 액션, 이국적 풍광, 수려한 남녀 주인공의 외모 등이 인기의 요소로 볼 수 있겠지만, 필자는 그보다는 ‘영화’ 자체가 지닌 스토리의 힘에 주목한다.

주인공 ‘발도재(抜刀斎, 히무라 켄신)’는 나라를 구할 길을 찾던 차에 확신을 가지고 킬러의 길로 들어선다. 그러나 그 신념은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마저 제 칼로 베어버리는 비운의 결과를 맞게 된다. 그 후 주인공은 ‘역날검(날을 자신에게 향하도록 만든 불살생의 칼)’을 들고 전쟁광, 살인마와 대결하며 증오로 점철된 세상과 맞선다.

ⓒ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 파이널

ⓒ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 파이널

필자의 눈에 비친 주인공 ‘발도재’는 군국주의 일본이 걸어갔던 자기 확신-자기최면-살인 광기- 자기모순의 여정을 영화 속에 잘 그려내었다. 그리고 이에 더 나아가 참회와 불살생의 실천도 파격적으로 담아낸 점에서 독보적이다. 역날검으로 찾아온 일류(日流) 영화에 한국인들은 흔쾌히 마당 문을 열어놓았다.

중류, 절대무공으로 계파의 대립을 허물다.

‘의천도룡기(倚天屠龍記) 2019’는 중화권서 신필(神筆)로 추앙받는 진융(金庸)의 작품을 드라마로 만든 것이다. 량차오웨이(梁朝偉) 주연의 ‘의천도룡기’(1986, 홍콩)가 레전드 드라마로 공인된 가운데, 후대 리메이크작들이 이 아성을 넘어서지 못했었다. 그러나 2019년 제작된 ‘의천도룡기’는 또 다른 재미와 볼거리로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중국 드라마 '의천도룡기 2019' ⓒ넷플릭스 홈페이지

중국 드라마 '의천도룡기 2019' ⓒ넷플릭스 홈페이지

넷플릭스가 중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은 가운데, 중드 ‘의천도룡기 2019’는 한국에서 상당히 선전하고 있다. ‘의천도룡기’는 2021년(8월까지 통계) 한국 넷플릭스 드라마 랭킹에서 40위를 기록했고, 이 드라마 자체 TOP10 랭킹에서 한국은 선호도 2위를 차지했다.

주인공 장무기(張無忌)는 정파출신 부친과 명교(사파)출신 모친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 부모가 양대 파벌의 이간 속에 죽임을 당하고, 본인마저 불치의 장풍에 맞아 죽을 운명에 처한다. 훗날 그는 건곤대나이(명교무공)를 익히고 장삼봉에게 태극권(정파무공)을 전수받아 절대무공의 경지에 오르게 된다. 장무기의 무공은 정파와 사파를 무력화시킬 만큼 강력했고 드라마 장면 곳곳에서 주인공은 계파의 대립을 화쟁하는 역할을 도맡는다.

'의천도령기 2019' ⓒ텐센트tv

'의천도령기 2019' ⓒ텐센트tv

진융 무협소설에 대한 한국인의 사랑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드라마 ‘의천도룡기 2019’는 잊혔던 한국인의 마음에 작가가 들려줬던 애국의 충절, 불멸의 사랑, 증오와 화해 등의 메시지를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사랑의 불시착’은 홀연히 일본 땅에 상륙하여 한류의 불씨를 되살려내었다. 발도재의 ‘역날검(불살생)’은 얼어붙은 한국 시장에 일류의 가능성을 다시 열어주었다. ‘의천도룡기’는 무협의 형식을 빌려 증오와 대립을 허물 수 있는 단서를 알려주고 있다.

‘OTT’ 공간에서 한중일 삼국의 드라마(영화)가 보여준 경이로운 만남은 얼어붙은 오늘의 삼국 관계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드라마는 질곡과 교착에 빠진 현실의 계곡을 벗어나 일찌감치 저 멀리 언덕 위에 도착해 있다.

글 강진석 한국외대 중국외교통상학부 교수(철학박사)
정리 차이나랩

차이나랩

차이나랩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