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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되돌아본 김연경 "한일전 승리 가장 짜릿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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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경기에서 공격을 시도하는 김연경. [연합뉴스]

일본과 경기에서 공격을 시도하는 김연경. [연합뉴스]

가장 짜릿한 순간은 역시 한·일전 승리였다. 2020 도쿄올림픽 4강 신화를 일군 김연경(33·중국 상하이)이 올림픽의 기억을 돌이켰다.

김연경은 올림픽을 치른 뒤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중국리그 개막까지 휴식을 취하면서 방송 출연과 광고 촬영 등을 했다. 김연경은 6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근황과 대표팀 은퇴에 대한 소감 등을 밝혔다.

여자 배구 대표팀은 대회 내내 '원팀'의 모습을 선보였다. 김연경은 "'고생하셨어요'란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감사함을 많이 느끼고, 한국에 돌아오니 올림픽을 치른 게 실감이 났다"고 했다.

리더인 김연경은 코트 안팎에서 선수들을 다독였다. 특히 '해보자, 후회없이'란 말이 화제가 됐다. 김연경은 "후회하는 경기들이 많다. 끝나고 나서 '후회없이 했구나'란 생각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른 선수들에게도 상기시켜주려 했다"고 말했다.

코트 위에서 선수들을 독려하는 김연경. [연합뉴스]

코트 위에서 선수들을 독려하는 김연경. [연합뉴스]

김연경은 2005년 한일전산여고 3학년 때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고, 16년 만에 은퇴를 결정했다. 그는 "항상 은퇴 시점을 고민했다. 개인적으로 올림픽이란 큰 대회를치르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부상도 많이 생기고, 1년 내내 쉬지 않고 톱니바퀴처럼 도는 게 버거웠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내년 아시안게임을 같이 못하는 게 이상하긴 하지만, 제 나이가 어린 건 아니다"라고 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이탈리아) 대표팀 감독도 김연경의 은퇴를 못내 아쉬워했다. 김연경은 "감독님께서 일주일에 한 번씩 '(은퇴하는 게)확실하냐'고 물었다. 사실 선수들은 항상 마음이 바뀐다. 작심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그렇게 물어보신 것 같다. 많이 아쉬워하셨다"고 했다.

2019년 부임한 라바리니 감독과 김연경은 서로를 의지했다. 김연경은 "항상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너는 좋은 선수이고, 좋은 사람"이란 말이 감동적이었다. '대표팀을 위해 고생하고, 희생을 한 부분이 대단하다'고 칭찬해줬다"고 떠올렸다.

터키전 승리 이후 서로를 끌어안고 기뻐하는 김연경과 라바리니 감독. [사진공동취재단Z]

터키전 승리 이후 서로를 끌어안고 기뻐하는 김연경과 라바리니 감독. [사진공동취재단Z]

대표팀은 도쿄올림픽에서 네 번의 승리를 거뒀다. 특히 조별리그 도미니카공화국전, 일본전, 그리고 8강 터키전에선 객관적 열세를 딛고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했다. 김연경은 "역시 한·일전이 가장 짜릿했다. 마지막 세트 12-14에서 역전승을 거둬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았고, 기억이 많이 남는 것 같다"고 했다.

마지막 경기, 마지막 순간, 빈 코트를 바라보는 김연경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그는 "어떻게 사진이 찍혔는지 신기하다. 올림픽을 치르면서 '마지막이겠구나'란 생각을 매번 했다. 감회가 새롭고, 지금도 닭살이 돋는다"고 했다.

'국가대표 김연경'은 볼 수 없지만, '배구선수 김연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연경은 "은퇴라고 하니까 배구를 그만두는 걸로 아시는 분들도 이싿. 국가대표만 그만두는 거지 선수 생활은 계속된다. 지금의 기량을 유지하면서 선수 생활하는 동안에는 몸 관리를 잘 해서 '아직 김연경이 배구를 하는구나'란 걸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김연경이 은퇴한 대표팀은 새롭게 출발한다. 김연경은 "외국인 감독이 오면서 변한 부분이 많다. 그 중 하나가 체계적인 부분이다. 그 전까지는 감독님과 스태프가 자주 바뀌었다. 선수도 자주 바뀌어 준비하는 시간이 부족했다. 올림픽이 목표라면 4년의 계획을 짜서 준비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김연경은 대표팀과 청소년 대표팀의 연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유소년 선수들 훈련을 국가대표 지도자가 맡아서 성인 대표팀이 하는 훈련을 그대로 하면 효과적일 것 같다. 그 선수들이 성인 대표팀에 그대로 오니까 효율적"이라고 했다.

김연경은 '자신의 후계자를 꼽아달란 질문엔 "한 선수를 고르기 애매하다.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한국 배구를 이끌어갈 선수들이 있다. 모든 선수가 책임감을 갖고 더 크게 생각하고 준비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리우 올림픽 이후 '식빵 언니'란 별명이 생긴 김연경은 "식빵 모델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최근 빵 브랜드 모델이 됐다. 그는 "드디어 찍게 됐다. 촬영이 힘들긴 했는데 곧 나온다. 스티커도 들어가니까 제 얼굴이 들어간 걸로 먹어달라"고 웃었다.

세르비아와 동메달 결정전에서 눈시울을 붉힌 김연경. 태극마크를 달고 뛴 마지막 경기였다. [사진공동취재단]

세르비아와 동메달 결정전에서 눈시울을 붉힌 김연경. 태극마크를 달고 뛴 마지막 경기였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연경은 다음 시즌엔 중국리그에서 뛴다. 김연경은 "국내, 유럽도 생각했으나 중국은 두 달 동안 시즌이 치러지는 점을 고려했다. 지금은 피로한 상태라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중국 리그를 마친 뒤 유럽 리그 겨울 이적 시장이 열렸을 때 갈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도쿄올림픽 MVP 조던 라슨(미국)으로부터 '지난해 생긴 미국 리그에서 뛸 생각이 없느냐'는 연락이 왔다. 미국일지 유럽일지, 결정지은 건 없지만 이야기는 오가고 있다. 유럽으로 간다면 경험해보지 못한 이탈리아 리그도 해보고 싶고, 터키도 괜찮다"고 했다.

과거 김연경은 은퇴 이후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지금은 어떨까. 그는 "선수들을 육성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는데, 선수들이 잘 뛸 수 있도록 해주는 행정가의 꿈도 생겼다"며 "방송인 김연경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새로운 경험을 통해 얻는 것들이 있다. 내 미래가 나도 궁금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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