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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ESG 발의 법안 조항 244개 중 196개가 규제·처벌"

중앙일보

입력

전경련은 지난 5월 국내외 기업들과 K-ESG 얼라이언스를 출범했다. [사진 전경련]

전경련은 지난 5월 국내외 기업들과 K-ESG 얼라이언스를 출범했다. [사진 전경련]

세계적인 ESG(환경·사회적가치·지배구조) 경영 흐름에 호응하던 국내 경제계가 국회에 계류된 ESG 관련 법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관련 법안이 규제와 처벌 조항 위주로 발의되고, 경영의 효율성을 고려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이 생겼기 때문이다.

6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국회에 계류된 ESG 관련 법안은 97개로 그중 직접 관련 있는 조항은 244개다. 97개 법안 중 사회적가치(S) 관련이 71개로 가장 많았고, 환경(E)과 지배구조(G)는 각각 14개, 12개였다.

해당 법안 중 ESG 경영과 직접 관련 있는 244개 조항을 유형별로 보면 규제 신설·강화 130개, 처벌 신설·강화 66개, 지원 18개, 중립적 일반 조항 30개로 나타났다. 규제와 처벌 조항을 합하면 196개로 기업에 부담을 초래하는 조항이 전체의 80%를 차지했는데, 이는 지원 조항의 10배가 넘는다.

ESG 법안 조항 내용별 분류 해보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SG 법안 조항 내용별 분류 해보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환경(E) 관련 대표적 규제 법안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녹색 금융 촉진 특별법안’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화석연료를 주로 사용하는 산업에 대해 서비스 제공을 제한할 수 있다.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안’에는 차량공유서비스 등 플랫폼 운송사업에 사용되는 자동차가 경유를 아예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회적가치(S)와 관련 눈에 띄는 법안은 산업안전보건법 일부 개정안인데 중대 재해를 입은 근로자뿐만 아니라 가족과 목격자에게 심리 상담을 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 또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을 위촉해야 하는데 ‘명예직’임에도 근로수당을 줘야 한다고 돼 있다.

지배구조(G) 분야 법안에는 기업에 대한 지원 조항이 단 한 개도 없고, 공정거래법 일부 개정안에는 특수관계인에게 부당지원을 하거나 일감을 몰아줬을 때 처벌을 강화(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5년 이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 벌금)하도록 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ESG 경영이 글로벌 트렌드이기 때문에 한국 기업도 ESG를 고려한 경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업이 자발적으로 ESG를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 조항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열린 경총 제1차 ESG 위원회. [사진 경총]

지난 4월 열린 경총 제1차 ESG 위원회. [사진 경총]

경영자총협회는 행동에 나섰다. 경총은 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중견기업연합회 등과 함께 지난 2일 ESG 관련 개정법안에 대해 경제계 공동 의견서를 국회 소관 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에 냈다.

이들은 국민연금법과 관련해 선진국에선 기금 관리·운용의 목적으로 ‘수익성’을 유일한 목표로 삼는 데 반해, 개정안은 ‘지속가능성’이란 애매모호한 용어로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BP(네덜란드)·CPP(캐나다)·GPFG(노르웨이)·GPIF(일본) 등 세계 4대 연기금은 ‘연금 수급자의 이익’과 ‘수익 증대’ 외에 다른 목적을 규정한 사례가 없다.

조달사업법 개정안에는 ESG 경영을 의무적으로 반영하는 조항이 담겨 있는데, 대기업보다 ESG 경영 여력이 부족한 중견·중소기업의 공공 조달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경영실적평가에 ESG 경영 노력을 넣을 경우 수익성 개선 노력이 더욱 소홀해져 국민의 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석호 경총 사회정책팀장은 “국회 개정안은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공기업의 재무건전성이라는 핵심 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다”며 “ESG 경영에도 반드시 효율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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