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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해도 괜찮아" 요즘 중국서 유행하는 '이 스타일'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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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베이징의 싼리툰(三里屯)과 같은 명소에서 자주 보이는 패션이 있다. 가슴과 배꼽 등 상체를 겨우 가릴 수 있는 '두더우(肚兜, 중국 전통 속옷)' 형태의 옷이다. 일반적으로 역삼각형 모양의 천으로 어깨나 목, 허리 라인 등이 훤히 드러난다. 중국에서는 이러한 스타일을 ‘라메이(辣妹) 스타일’이라고 부르며 올여름 가장 트렌디한 스타일로 인기몰이 중이다.

두더우(肚兜, 중국 전통 속옷) 스타일이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소후닷컴]

두더우(肚兜, 중국 전통 속옷) 스타일이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소후닷컴]

뜨거운 여름, ‘힙걸’ 스타일로 당당하게

‘라메이’는 직역하면 매운(辣) 여성이란 뜻으로 섹시하면서 트렌디한 스타일을 선도하는 ‘핫걸’이나 ‘힙걸’정도로 이해하면 쉽다.

여느 때보다도 뜨거웠던 올여름, 중국에서는 두더우 스타일 외에도 홀터넥, 실크 스카프 등으로 상의를 두른 ‘라메이 스타일’이 유행했다. 이 ‘라메이 스타일’은 다른 세대보다 특히 더 자유로움을 선호하는 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모았다.

[사진 Dappei]

[사진 Dappei]

지난해만 해도 ‘BM 스타일’이나 ‘티 아트(Tea art·茶藝) 스타일’이 최신 유행으로 꼽혔다. BM 스타일은 이탈리아 패스트 패션 브랜드 ‘브랜디 멜빌(Brandy Melville)’에서 따온 단어로, ‘작은 사이즈’가 특징이다. 대부분 엑스 스몰(XS)이나 스몰(S) 사이즈로 아주 마른 사람만 소화할 수 있는 옷이다. 마른 체형을 선호하는 중국인들의 이상을 잘 보여주는 패션이기도 하다.

‘BM 스타일’ 이후에는 ‘청순함’을 강조한 ‘티 아트 스타일’이 주를 이뤘다. 이는 청량함과 청순함을 강조하며, 전통적으로 중국 남성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왼쪽) BM 스타일 [사진 소후닷컴] / (오른쪽)티 아트 스타일로 인기를 끌었던 인플루언서 후원제(胡文婕) [사진 半藏森林 공식웨이보]

(왼쪽) BM 스타일 [사진 소후닷컴] / (오른쪽)티 아트 스타일로 인기를 끌었던 인플루언서 후원제(胡文婕) [사진 半藏森林 공식웨이보]

이번에 유행하는 ‘라메이 스타일’은 적당히 노출되면서도 몸에 꼭 맞는 형태로 중국인 사이에서는 자신의 몸매 본연에서 나오는 우아함을 드러낼 수 있다고 여겨진다. 아동복 수준의 작은 ‘BM 스타일’ 사이즈나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는 ‘티 아트 스타일’과는 조금 다르다. 오히려 쇄골이 모두 드러날 정도로 과감하다.

이전에도 홀터넥 민소매나 오프 숄더 형태의 상의는 존재했으나 올해 유행하고 있는 ‘라메이 스타일’은 한때 주목받았던 ‘ABG 스타일’에서 파생됐다. ABG란, ‘아시안 베이비 걸(Asian Baby Girl)’의 줄임말로 일반적으로 유럽과 미국에 사는 아시아 소녀를 의미한다.

ABG 메이크업으로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인플루언서 Nayah. [사진 Nayah 샤오훙수 공식계정]

ABG 메이크업으로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인플루언서 Nayah. [사진 Nayah 샤오훙수 공식계정]

이 단어는 처음에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것으로 시작됐으나 최근에는 스트리트 패션의 발전과 함께 의미가 바뀌었다. 아시아계 얼굴과 유럽(혹은 미국) 메이크업이 만나 독특한 미(美)를 자아내 하나의 패션 스타일로 자리매김했다. ‘교포 스타일’로 이해하면 쉽다.

중국 가수 지커쥔이(吉克隽逸)와 중국판 ‘프로듀스 101’인 ‘창조101(創造101)’에 출연한 왕쥐(王菊)가 ‘ABG’ 패션의 대표주자로 꼽히는데, 이들의 과감한 옷차림은 언제나 화제를 몰고 다녔다. 초반에는 악플에 시달릴 정도로 지적받았으나 최근에는 이들만의 스타일로 인정받고 있다.

지커쥔이(吉克隽逸) [사진 吉克隽逸 공식웨이보/소후닷컴]

지커쥔이(吉克隽逸) [사진 吉克隽逸 공식웨이보/소후닷컴]

왕쥐(王菊) [사진 소후닷컴]

왕쥐(王菊) [사진 소후닷컴]

바로 이 ABG 스타일에 중국 현지 문화가 더해져 ‘중국풍(風) 라메이 스타일’이 탄생했다. ‘라메이 스타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중국 전통 속옷 ‘두더우’를 활용했다는 점이다.

수천년의 역사를 지닌 전통 속옷에 실크 소재와 트렌디한 무늬를 가미해 새로운 스타일로 거듭난 것이다. 바로 이 ‘두더우’를 선두로 크롭탑, 타이트한 원피스 등이 모두 ‘라메이 스타일’로 꼽힌다.

샤오훙수(小紅書), 비리비리(嗶哩嗶哩·Bilibili) 등 중국 각종 플랫폼에서도 ‘라메이’ 관련 피드와 영상이 줄을 잇고 있다. 샤오훙수에서 ‘두더우’를 검색하면 1만 개 이상의 피드가 뜨며, ‘라메이’와 관련된 것은 50만 개가 넘는다. ‘BM 스타일’의 검색 건(16만)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플러스 사이즈에서도 유행하는 ‘라메이 스타일’

‘라메이 스타일’은 이전에 유행하던 패션과 달리 플러스 사이즈에서도 인기다. 몸무게 약 80kg의 웨이보 유저 ‘다야(大丫)’는 “날씬하지 않아도 ‘라메이 스타일’을 소화할 수 있다”며 “이 스타일의 핵심은 ‘자신감’”이라고 말했다. 이전까지 중국에서 ‘가늘고 마른’ 몸매를 더 선호하던 것과 대조된다.

중국 인플루언서 '다야(大丫)' [사진 소후닷컴]

중국 인플루언서 '다야(大丫)' [사진 소후닷컴]

다야가 ‘라메이 스타일’의 크롭탑을 입고 샤오훙수에 업로드한 영상은 조회수 800만 회, 댓글 2만 개 이상을 기록했다. 댓글 대부분은 다야의 몸매에 대해 욕하는 악의적인 글로 도배됐으나 다야는 개의치 않는다. 그는 “’라메이’란 그저 유행하는 스타일에 불과하다”며 “자신감만 있으면 누구나 ‘라메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야는 ‘라메이 스타일’ 영상 덕분에 1만 팔로워를 돌파했다.

다야의 당당한 태도에 매료된 팬들은 그의 영상에 응원하는 댓글을 잇달아 올렸다. 현재 다야의 샤오훙수 팔로워 수는 9만 명을 넘어섰다.

모바일 소셜 플랫폼 모모(陌陌)가 발표한 〈2021 네티즌 몸매 불안 보고(2021網民身材焦慮報告)〉에 따르면 네티즌의 절반 이상이 본인의 몸매에 불만을 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참여한 46.4%의 네티즌은 본인이 ‘뚱뚱하므로 살을 빼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인 몸매에 대해 불안감을 지닌 네티즌에게 ‘라메이 스타일’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포용하고 부끄러움을 거부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사람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고 ‘라메이 스타일’로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라메이 스타일’이 남성의 시선을 사로잡는 스타일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그러나 ‘라메이 스타일’을 고수하는 이들은 기존에 유행했던 ‘하얗고 날씬한 몸매’야말로 남성의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라메이 스타일’의 본질은 ‘본인의 만족’에 있다고 강조한다.

가격도 저렴해…커피 한 잔 값이면 ‘라메이’로 변신

[사진 소후닷컴]

[사진 소후닷컴]

중국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淘寶)의 한 인기 상점에서는 ‘라메이 스타일’ 옷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 평균 가격은 50위안(9028원)이다. 더 저렴한 것도 있다. 하나에 25위안(4514원)인 탱크탑은 한 달에 1만 장 넘게 판매됐으며, 27위안(4875원) 언밸런스 스타일 크롭탑도 한 달에 6000개 이상 판매되고 있다. 판매자 리뷰는 누적 100만 개를 넘었다. 프랜차이즈 카페의 커피 한 잔 가격으로 패셔니스타가 될 수 있는 셈이다.

티몰 통계에 따르면 지난 4개월간 ‘라메이 스타일’ 검색량이 50% 이상 증가했다. 소비자 절반 이상이 90허우(90後·1990년대 출생자)와 00허우(00後·2000년대 출생자)다. 이들은 주로 ‘라메이’ 드레스·티셔츠·홀터넥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톈마오(天貓)에 입점한 ‘라메이 스타일’ 전문점인 아피아(Apea) 플래그십 스토어의 올 상반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상반기 쇼핑 축제인 618 기간에는 지난해 동기보다 200% 넘게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자라(ZARA)에서 출시한 '두더우' 스타일 상의를 입은 인플루언서. [사진 1noer 샤오훙수 공식계정]

자라(ZARA)에서 출시한 '두더우' 스타일 상의를 입은 인플루언서. [사진 1noer 샤오훙수 공식계정]

소상공인뿐만이 아니다. 전통 의류 브랜드도 ‘라메이 스타일’에 맞춰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베이징 허성후이(合生匯)에 자리한 타이핑차오(太平鳥)도 올해 신제품으로 ‘라메이 스타일’을 대량으로 내놓았다. 타이핑차오 관계자는 “짧은 원피스와 민소매가 해마다 등장하지만, 올해만큼 많이 출시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중·고급 기성복 브랜드도 해당 스타일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패스트 패션 브랜드 자라(ZARA)와 중국 토종 브랜드 타이핑차오, 어반레비보(URBAN REVIVO, UR) 등은 올여름 중국 시장에서 ‘두더우’ 스타일 민소매와 탱크탑을 선보였다.

중국 패션 디자이너 장팅(張婷)도 젊은 소비자를 겨냥해 ‘라메이 스타일’을 가미한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그는 ‘두더우’를 대표로 한 ‘라메이 스타일’이 궈차오(國潮, 자국 브랜드 소비를 선호하는 중국 트렌드) 열풍과 맥을 함께 한다고 분석했다.

‘패션은 돌고 돈다’는 말처럼 ‘라메이 스타일’ 역시 곧 새로운 흐름에 밀려 대체될 수 있다. 그러나 ‘라메이’처럼 본인 몸매에 대한 부끄러움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표방하는 트렌드 자체는 Z세대의 특성과 맞물려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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