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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자 아빠는 달랐다, 혼자 놀던 딸을 동네스타 만든 비결 [오밥뉴스]

중앙일보

입력 2021.09.06 06:00

업데이트 2021.09.2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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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밥상머리 뉴스, 오밥뉴스는 고민 많은 부모를 위해 매주 월요일,『미래부모를 말하다』를 전해드립니다. 이번 편은 뇌과학자 김대수(52) 카이스트(KAIST) 생명과학과 교수의 이야깁니다.

“공부 못하는 아이”에서 유명 과학자로

지난 6월 말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 본사 건물에서 김대수 카이스트 교수를 만났다. 뇌과학자인 김 교수는 “나의 뇌를 알고 내가 원하는 대로 뇌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는 “자녀교육에서도 이 같은 뇌훈련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상선 기자

지난 6월 말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 본사 건물에서 김대수 카이스트 교수를 만났다. 뇌과학자인 김 교수는 “나의 뇌를 알고 내가 원하는 대로 뇌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는 “자녀교육에서도 이 같은 뇌훈련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상선 기자

초등학생 시절 이야기다. “숙제는 집에서 해 간 적이 없고, 수업시간 중 양호실과 화장실을 가장 많이 간 기록을 보유했을 것”이라는 그는 “뇌질환으로 분류하면 강박과 주의력 집중장애였을 것”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공부 못하는 아이”였다는 얘기다. 동물을 좋아해 수의학과에 가고 싶었지만 “성적이 안 되어서” 재수 끝에 생물학과에 입학했다는데, 지금의 그를 보면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김 교수는 유학 한 번 다녀오지 않은 토종 학자지만 행동원인을 유전자 관점에서 연구하는 행동유전학의 권위자로 불린다. 그의 수업은 카이스트 학생들이 뽑은 명강의에 3년 연속 선정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네이처』와『사이언스』등 세계적 학술지에 이름을 올린 그는 뇌질환 정복을 목표로 한 회사 ‘뉴로토브’도 창업했다.

‘산만한 아이’에서 유명 뇌과학자가 된 비결이 뭘까. 김 교수는 “지금의 모습이 될 때까지 기다려준 사람들이 있어서”라고 요약한다. 사회적으로 문제아로 낙인 찍지 않고 실수를 용서해주고 스스로 고칠 수 있도록 기다려준 부모님과 이웃들이 있어서란 뜻이다.

“뇌에 문제가 있었는지 제 물건을 건드리면 순간적으로 친구를 치고 그랬어요. 한 번은 친구 어머니가 집으로 불러 음식을 대접해주면서 저를 조용히 방으로 부르시더라고요. ‘대수야, 우리 아이가 너한테 맞은 이후로 이렇게 이불에 코피를 쏟는 일이 많구나. 내가 마음이 아프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가슴에 와 닿았어요. 정말로.”

그 후로 누군가를 때리는 행동은 없었다. 노트 필기를 안 하던 그를 위해 반 친구네 집에 가서 직접 필기를 해 오신 어머니를 보고도 그는 느낀 게 많았다. 어머니의 글씨로 된 필기는 백 마디 잔소리보다 힘이 컸다.

부모를 위한 ‘기다리기’의 뇌과학  

김 교수는 “아이와 어른 모두 뇌에는 본능의 신호들이 존재한다"며 “본능을 극복하기 위해선 채널을 다른 방향으로 바꿔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흔히 ‘기다리기’라는 행동이 뇌의 채널을 바꾸고 욕망을 승화시키는 훌륭한 방법이 된다는 것. 김상선 기자

김 교수는 “아이와 어른 모두 뇌에는 본능의 신호들이 존재한다"며 “본능을 극복하기 위해선 채널을 다른 방향으로 바꿔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흔히 ‘기다리기’라는 행동이 뇌의 채널을 바꾸고 욕망을 승화시키는 훌륭한 방법이 된다는 것. 김상선 기자

뇌 과학자가 되고 나서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 ‘문제성 행동’에 대해 뇌 과학적으로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뇌의 시상하부에는 식욕과 성욕, 물욕, 안정욕, 공격욕 등 본능적 행동을 만드는 다양한 신경들이 있다. 그는 “완성되기 전의 뇌는 필요하지 않은 신호를 만들어내는데 그 신호에 반응하다 보면 이상한 근육 반응이나 행동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선생님께서 숙제를 내주는 순간에 엉뚱한 대상에 집중하거나, 사회적으로 저명한 인사들이 본능적인 실수를 하고 범죄에 연루되는 것”도 뇌가 보낸 신호를 추종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학교폭력, 성폭력 등 많은 사회 문제들은 단지 뇌가 성욕, 공격욕을 만들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욕구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욕구를 충족시킬 ‘때’를 잘못 선택한 결과라는 것. 뇌엔 이러한 신호를 관찰하는 ‘의식’이 있는데 우리가 스스로 ‘본능의 신호’를 의식하면, 본능의 신호만을 따라 행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기다리기’와 ‘채널 돌리기’로 부를 수 있는 ‘욕망의 승화’다. 당장 일어나는 욕구를 실행하지 않고 승화하는 것은 기다리기를 통해 이뤄진다. 어린 아이가 마시멜로를 먹고 싶은 충동을 참는 실험에서 인내심을 발휘한 아이들은 15년 뒤 사회적, 학업적으로 성공했다는 스탠퍼드대 연구 결과도 있다.

『뇌 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브라이트, 2021)

『뇌 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브라이트, 2021)

김 교수가 주목한 것은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끝까지 기다린 아이들은 어떻게 참았을까 하는 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그들은 마시멜로를 쳐다보지 않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책상을 발로 차는 행동을 했다. “욕구의 채널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 다른 곳에 몰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던 것”이라고 김 교수는 분석한다.

부모에게도 아이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고 싶은 마음을 승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그는 “스스로 느낄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이 중요하고 ‘네가 무엇 무엇을 잘못했다’는 지적보다는 ‘이것만 보완하면 더 잘 할 수 있다’는 격려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보다 다채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선 “뇌가 보낸 본능의 신호를 내가 원하는 삶의 고차원적인 목표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훈련해야 한다”는 말이다. ‘자신의 뇌를 알라. 그리고 자신의 뇌를 바꾸어 가라.’ 그는 『뇌 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에 이 같은 연구결과를 담았다.

딸 ‘놀이터 스타’ 만들어준 뇌과학자 아빠

 “뇌과학 이론을 적용해서 아이를 키웠으면 훨씬 좋았겠지만” 연구하고 강의하느라 바빠 그는 자녀교육에는 “후회가 많은” 아버지였다. 하지만 아이가 외톨이가 되지 않도록 전략을 짜거나 진로 선택에 도움을 주는 등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함께 있어준 ‘과학자 아빠’였다. 김상선 기자

“뇌과학 이론을 적용해서 아이를 키웠으면 훨씬 좋았겠지만” 연구하고 강의하느라 바빠 그는 자녀교육에는 “후회가 많은” 아버지였다. 하지만 아이가 외톨이가 되지 않도록 전략을 짜거나 진로 선택에 도움을 주는 등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함께 있어준 ‘과학자 아빠’였다. 김상선 기자

그는 어떻게 자녀를 키웠을까. 그의 뇌 과학 이론은 자녀교육에도 적용되었을까. 자녀교육에 대해 인터뷰를 하겠다고 했을 때 그의 첫 반응은 “후회되는 일이 많다”였다.

그는 대학원생 시절이던 스물일곱에 첫 딸을 낳았다. 연구하고 가르치느라 정작 아이들과 보낸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는 “아이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래서 상처를 줬다”며 “뇌 과학을 공부하고 알게 된 걸 적용했으면 더 잘 키웠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김 교수는 자신을 ‘빵점 아빠’라고 표현했다. “입시전략은 전혀 없었어요. 부모로서는 빵점이죠. 제가 입학사정관도 했는데 애들 포트폴리오는 (조언해 줄) 생각을 못했고 ‘그냥 열심히 하면 가겠지’ 했었는데 나중에 보니 원하는 대학을 선택해서 가기 어려운 성적이었어요. 그때 ‘이제는 전공이 중요하고 미래는 인공지능(AI) 시대일 것 같다’고 얘기해준 게 다입니다.”

지난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당시 기존 산업분류에서 정의되지 않는 모든 산업이 가져올 세계 경제 변화를 제4차 산업혁명이라 칭했는데, 바로 그 현장에 그가 있었다. 슈밥 회장은 새 시대의 주요한 특징으로 ‘예측 불가능성’을 꼽았다.

“귀국 후 몇 년 안에 급격한 변화를 목격했죠. AI와 빅데이터를 매개로 한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더라고요. 사실 저도 전공이 생물학이고 AI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컴퓨터 언어를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문과였던 고교생 딸은 그의 조언에 이과로 진로를 변경해 대학입학 원서를 넣었고, 한 대학 인공지능학과에 합격했다.

딸이 어렸을 땐 철봉 매달리기로 친구를 사귀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는 이를 두고 ‘강화학습 실험’이라고 했다. “아이가 내성적인 성격 탓에 놀이터에서 친구한테 다가가기 어려워하는 거예요. 그래서 매일 저와 함께 놀이터로 가서 철봉에 매달렸어요. 매달리라고 하고 시간을 재어줍니다. 스케치북에 표를 만들고 횟수에 따라 시간이 늘어나는 걸 그래프로 그려줬죠.”

그의 시도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이가 타잔처럼 철봉을 타게 되자, 또래 친구들이 ‘와’ 하고 몰려들어 구경을 하고 박수를 쳐주기 시작했다. “스타가 됐죠. 친구들도 가르쳐주고 하면서 드디어 놀이터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게 된 거예요. 이런 걸 ‘강화학습’이라고 합니다. 보통 생쥐들에게 하는 실험이에요.” 칭찬과 성공의 보상을 통해 행위를 강화시키고 발전시키는 강화이론은 생쥐가 아닌 딸에게도 성공적이었다.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다”고 아이들의 ‘뇌 기억을 바꾸어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게임중독이나 대화단절을 극복하는 최고의 자녀교육법이라고 뇌과학자인 김 교수는 설명한다. 김상선 기자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다”고 아이들의 ‘뇌 기억을 바꾸어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게임중독이나 대화단절을 극복하는 최고의 자녀교육법이라고 뇌과학자인 김 교수는 설명한다. 김상선 기자

김대수 교수의 자녀교육 조언
아이가 게임중독 같아요
게임을 중단하고 거실로 나왔을 때 잔소리와 야단을 치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 오히려 칭찬과 격려와 따뜻함으로 자녀의 뇌가 게임을 쉬는 것이 보상이 되도록 해야한다. 거실에서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이 편안하고 즐겁다고 느끼게 만들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혼자 방에 있는 시간보다 거실로 나오는 시간을 점차 늘여나가게 될 것이다. 식물, 동물을 함께 키워보고, 보드게임 등 놀이를 함께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꿈이 없고 무기력해요. 공부를 하게 하려면?
아이들이 공부에 의욕이 없는 것이 아니다. 공부를 해야 하는 목표를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휴대폰 게임에 열정을 쏟는 이유는 그 속에 분명한 목표들이 있기 때문이다. 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켜면 친구가 나오고, 게임에선 승리하면 아이템을 보상받는다. 눈앞에 목표가 빠르게 달성되는 것이다. 우리 뇌는 MPA신경(시상하부 앞쪽에 있는 전시각중추)이 목표물이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누구에게나 목표가 생기면 몰입할 준비가 돼 있다는 얘기다. 무작정 공부를 하기 위해 책상 앞에 앉기보다 목표를 생각해야 한다. “장차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라고 묻기보다 눈앞에 롤 모델을 보여주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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