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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송파 공무원 뻔뻔한 회식…선거때 줄 주민 수당이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4ㆍ7재보궐 선거 때 선거홍보물 분류 작업 등을 도운 주민에게 돌아갈 수당을 공무원들이 빼돌린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선거 수당으로 공무원 회식" 경찰 수사

 4·7 재보궐 선거일 당시 한 투표소. 연합뉴스.

4·7 재보궐 선거일 당시 한 투표소. 연합뉴스.

5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4ㆍ7 서울시장 선거 당시 선거 홍보물 분류 및 투표 업무에 참여한 주민들에게 지급되는 수당 수백만원을 챙긴 혐의(업무상 횡령 등)로 지난달 송파구의 한 주민센터 공무원들을 입건해 수사중이다. 경찰은 입건자와 더불어 참고인 조사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지난 3월 26일부터 4월 7일 투표 당일까지 선거 후보자의 홍보물 분류 작업 및 사전선거ㆍ본투표 업무에 동원된 주민들에게 나눠줘야 할 인당 6~9만원가량의 수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당초 정해진 수당의 절반만 지급하거나, 사전 교육에 임한 주민들에게 지급하는 교육비 역시 해당 날짜에 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것처럼 꾸며 빼돌렸다는 것이다.

또 선거업무에 참여하지 않은 주민들의 이름과 계좌번호까지 도용해 수당을 부풀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달 11일 경찰은 해당 공무원들이 소속된 한 주민센터를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이렇게 빼돌린 돈이 공무원들의 회식비 등에 사용됐으며, 그 전 선거에서도 이같은 일이 있었다는 내부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

차명계좌 동원 '수당 부풀리기' 정황도

당시 재보궐 선거 업무에 투입된 A씨는 중앙일보에 “담당 공무원이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면서 자녀들의 계좌까지 요구해 제출했다”며 “알고 보니 차명 계좌까지 동원해 ‘유령 인부’를 만들어 수당을 부풀린 공무원들끼리 나눠가졌다는 걸 뒤늦게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갑자기 미지급된 수당이 계좌에 들어오기도 했다. A씨는 “선거 이후 폐기해야 할 계좌번호 등 개인정보를 이런 용도로 사용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해당 동사무소 외에 다른 주민센터에서도 선거철 마다 관행처럼 '수당 빼돌리기'가 있었다는 제보를 받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때 공문서를 위조해 선거종사자들의 수당을 가로챈 강릉지역 공무원 20여명이 무더기로 적발되기도 했다. 이들은 지역주민들의 이름과 주민번호를 도용해 명부를 허위로 작성하고, 주민들에게 지급할 수당 일부를 빼돌리는 방식으로 수천만원을 챙긴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송파구 "수사 결과 따라 징계 처리"

서울시도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 사무를 각 자치단체로 위임하는 과정에서 일선 공무원 중 일부가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 같다"며 "개선할 점이 있는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수사 진행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기 어렵다”며 “향후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관련자에 대한 징계 등 엄정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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