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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서 온 희망…LA 연주자도, 기부받은 서울대생도 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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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7일 서울대 미국 남가주 동창회에서 개최한 자선음악회 'Dream of Hope'(희망의 꿈). 동창회 제공

지난 7월 17일 서울대 미국 남가주 동창회에서 개최한 자선음악회 'Dream of Hope'(희망의 꿈). 동창회 제공

‘라라랜드’에서 7700만원의 희망이 날아왔다. 서울대 미국 남가주 총동창회가 LA에서 연 자선음악회에서 모금한 6만6000달러(약 7700만원)를 서울대에 장학금으로 보내온 것이다.

자선음악회 ‘Dream of Hope’(희망의 꿈)는 지난 7월 17일 개최됐다. 서울대 동문과 현지인 등을 포함해 약 600명이 모여 총 8만 달러(한화 약 9250만원)이 모금했고, 연주자 계약금 등 필수 금액을 제외한 돈을 ‘선한인재장학금’에 기부했다. 선한인재장학금은 서울대 저소득층 학생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에 속한 약 850명의 서울대생에게 매달 30만원씩 생활비를 지급한다.

“서울대생은 잘 먹고 잘산다?…어려운 학생 많아”

지난 2일 서울대 발전기금 사무실에서 최용준(왼쪽 화면) 서울대 남가주 총동창회장을 줌(Zoom) 인터뷰로 만났다. 오른쪽은 박근경 서울대 발전기금 실장과 정희윤 기자. 서울대 발전기금

지난 2일 서울대 발전기금 사무실에서 최용준(왼쪽 화면) 서울대 남가주 총동창회장을 줌(Zoom) 인터뷰로 만났다. 오른쪽은 박근경 서울대 발전기금 실장과 정희윤 기자. 서울대 발전기금

음악회를 기획한 최용준 총동창회 회장(수의대 81학번)과 손영아 부총무(음대 85학번)를 지난 2일 줌(Zoom)으로 만났다. 올해 취임한 최 회장은 지난해부터 행사를 기획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인해 음악 행사가 다 취소됐는데 점점 미국의 상황이 좋아지며 통제가 풀리기 시작했다”며 “이럴 때 음악회를 개최하고 이 수익금으로 어려운 서울대생을 도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사람들이 보통 서울대를 다니면 잘 먹고 잘사는 줄 아는데, 약 800명의 서울대생이 어렵게 생활한다는 걸 서울대 발전기금으로부터 들었다”며 “동창회에서 이 소식을 듣고 수익금을 모두 기부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미국은 백신도 빨리 맞았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으니, 이런 상황에서 어려운 학생들은 얼마나 더 힘들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자선 음악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익명의 동문 몇 명은 1000만원 이상을 기부했고 물질적인 후원도 많이 들어왔다고 한다.

손 부총무는 음악회 이름을 ‘Dream of Hope’라고 지은 이유에 대해 “연주회가 여러 사람에게 꿈과 희망을 줬으면 했고, 나중에 다른 사람들 특히 후배들에게 꿈과 희망을 이루도록 도움을 줄 수 있게 (우리가) 성장하자는 다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주자들의 눈물도 닦아준 공연”

올해 7월 17일 서울대 미국 남가주 총동창회가 개최한 자선음악회 'Dream of Hope' 이후 찍은 피아니스트 장성씨(왼쪽)와 최용준 총동창회장(오른쪽). 동창회 제공

올해 7월 17일 서울대 미국 남가주 총동창회가 개최한 자선음악회 'Dream of Hope' 이후 찍은 피아니스트 장성씨(왼쪽)와 최용준 총동창회장(오른쪽). 동창회 제공

음악회는 서울대생뿐만 아니라 현지 연주자들에게도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최 회장은 “코로나 19로 인해 연주회가 모두 취소돼 실력 있는 연주자들이 일 년 반 동안 날개를 못 폈다”며 “한창 공연을 하고 있어야 하는 젊은 연주자들을 위해 일부러 학연, 지연을 떠나 다양하게 꾸렸다”고 말했다. 그렇게 외국인 반, 한국인 반인 45명의 오케스트라 단원이 탄생했다.

지휘는 유명 피아니스트 장성씨가 맡았다. 장씨의 아내가 서울대 음대 출신으로 동창회와 인연이 닿았다고 한다. 장씨는 최 회장에게 “이런 시기에 많은 연주자를 무대에 초대하는 건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공연의 목적을 듣고 장씨는 공연료를 모두 기부했고 나머지 연주자들은 원래 받아야 할 공연료의 4분의 1만 받았다고 한다.

“상대적 가난에 주목한 월 30만원 소중하다”

서울대 정문. 연합뉴스

서울대 정문. 연합뉴스

이들이 기부한 7700만원은 다음 해 선한인재장학금으로 지급될 예정이다. 지난해 이 장학금을 받은 경영대 A학생은 “대학생활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등록금 문제뿐만 아니라 상대적인 가난의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며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학생도 때로는 맛있는 것도 먹고 싶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고 연인에게 선물을 사주고 싶기도 하다”고 적었다. 지난 3월에 수상작으로 선정된 장학금 수기 공모전에서다. A학생은 “상대적인 어려움에 주목해 도움을 준 월 30만원은 아주 소중하고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과거 선한인재장학금을 받았던 인문대 B학생은 “처음으로 집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하는 게 막막했는데 장학금 덕분에 공부에 대한 고민을 더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범대 C학생은 “생활비 부담에서 벗어나 식사비도 많이 아낄 수 있었다”며 “늘 기억하고 다른 사람에게 나누겠다”고 했다.

“동창회의 주 기능은 ‘모교 서포트’…기부의 ‘씨앗’ 되길”

최용준 회장은 “동창회라는 조직의 주요 목적은 친목이지만, 주요 기능은 모교를 서포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기회가 되면 매년 이 장학금을 기부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은 기부 문화가 발달했는데 한국도 이런 인식이 자리 잡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 하버드대와 예일대를 예시로 들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2019년 하버드대 기부금은 약 46조원이다. 최 회장은 “미국인들이 하버드와 예일대에 기부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것처럼 우리 동문도 서울대에 기부하고 자부심을 느꼈으면 좋겠다”며 “이 소식이 어떠한 씨앗이 돼서 ‘기부 문화’를 더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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