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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간다" 경찰상사의 전화…전관예우? 요즘엔 전경예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경찰관 이미지. 연합뉴스

경찰관 이미지. 연합뉴스

경정급 경찰관 A씨(40대)는 최근 ‘전 직장 상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경찰 고위직이었던 옛 상사는 “로펌으로 가게 됐다”며 안부를 물었다고 한다. A씨는 “딱 봐도 앞으로 ‘잘 봐달라’는 청탁성 연락으로 느껴졌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변호사 자격증도 없는 전직 지방경찰청장들이 로펌에 고문직으로 가는 경우도 잇따른다. 경찰이 판·검사의 전관예우 과오를 답습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대표적으로 나타난 현상이 경찰 출신 변호사나 고위직들의 로펌‘행’이다. 법조계에서는 경찰의 권한이 확대된 이후에 대비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로펌들은 기존 형사팀에 경찰 출신 인력을 배치하는 것은 물론 경찰 수사에 대응하는 전문 팀을 꾸리고 있다.
이런 추세에 대해 로펌의 한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독립적 수사 주체로 인정받게 되면서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로펌 이미지. 중앙포토

로펌 이미지. 중앙포토

전직 경찰관들의 이동에 대한 부작용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현직 판·검사들 사이에 형성된 ‘전관예우’라는 잘못된 전철이 경찰의 ‘전경예우’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경찰대 출신 등 세금으로 양성한 인력이 민간으로 이동하는 걸 방치하는 게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 내부적으로는 현직 경찰관과 경찰 출신 변호사와의 사적 접촉을 금하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 경찰청 반부패협의회는 올해 6월 중·장기 반부패 추진계획(2021~2025년)을 발표하면서 접촉 제한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서울의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한 간부는 “전 상사가 청탁성 연락을 하면 ‘부담’은 오로지 현직자의 몫”이라며 “과거 승진에 도움을 받았다든지 고마움을 느낀 경험이 있으면 마냥 뿌리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 아산시 경찰대 전경. 연합뉴스

충남 아산시 경찰대 전경. 연합뉴스

일각에선 전경예우 문화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30대 경찰관은 “로스쿨에 왜 새파란 경찰대 졸업생들이 바글거리겠나”라며 “경찰에 남아도 인사 적체가 심해 앞날이 불안한 데다 로펌 간 선후배들이 ‘나오라’고 손짓한다. 암암리에 이들 사이 리그가 형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에 따르면 올해 경찰대 출신 로스쿨 신입생은 80명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사준모 관계자는 “현재까지 로스쿨에 진학한 경찰대 졸업생은 163명이다. 경찰청이 지난해 파악한 로스쿨 재적 현직 경찰관은 66명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의 경우에도 판·검사 등 다른 공직자처럼 전관예우 방지를 위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무부는 판·검사 출신 변호사의 특혜를 막기 위해 퇴직 후 출신 기간의 사건 수임 제한 기간을 기존 1년에서 최대 3년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법조 브로커’를 퇴출하기 위해 일반 퇴직 공직자가 법무법인에 취업하면 변호사법상 ‘사무직원’으로 등록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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