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 美 새 반도체공장 테일러 ‘낙점’…이르면 주내 발표

중앙일보

입력 2021.09.06 03:00

업데이트 2021.09.06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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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오스틴 반도체 공장. [사진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오스틴 반도체 공장.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미국 의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부지로 텍사스주 윌리엄슨카운티에 있는 테일러시를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규모는 최소 170억 달러(약 20조원)가 될 것으로 보인다.

美 투자 ‘스타프로젝트’ 4개월 만에 결정

5일 삼성과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르면 이번 주 중에 미국 현지 반도체공장 투자 계획을 확정‧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원한 삼성 관계자는 “그동안 ‘스타 프로젝트(STAR-PJT)’ 후보지로 네다섯 곳을 놓고 신중히 검토하다가 입지 조건과 인센티브 등을 고려해 테일러시로 최종 결정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스타 프로젝트는 삼성전자가 사내에서 이번 미국 투자 프로젝트를 부르는 이름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에 텍사스주 오스틴시에 이어 제2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5개월째 정확한 투자 시기와 부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동안 텍사스주 오스틴과 테일러, 애리조나주 굿이어와 퀸크리크, 뉴욕주 제네시 카운티 5곳을 놓고 입지의 장단점과 세제·인프라 지원 등을 저울질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전자의 신규 파운드리 공장 후보로 꼽히는 테일러시 독립교육지구(ISD) 부지. 기존 오스틴공장에서 40여㎞ 떨어져 있다. [사진 오스틴 비즈니스 저널]

삼성전자의 신규 파운드리 공장 후보로 꼽히는 테일러시 독립교육지구(ISD) 부지. 기존 오스틴공장에서 40여㎞ 떨어져 있다. [사진 오스틴 비즈니스 저널]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 부지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 부지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테일러시 “10년간 3600억 세제 혜택” 승인

미국 현지의 언론들도 삼성전자의 테일러시 투자를 기정사실화해 보도하기 시작했다. 현지 매체인 ‘테일러프레스’는 “이달 8일 윌리엄슨카운티와 테일러시, 삼성전자 간 합동회의에서 중대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미국 언론들은 8일 윌리엄슨카운티 법원과 테일러 시의회가 170억 달러 규모의 공장 건설 지원을 위한 심의‧승인‧결의안에 대해 논의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 다른 현지 매체인 ‘오스틴 비즈니스 저널’ ‘커뮤니티 임팩트’ 등은 유력한 공장 부지의 위치를 공개하기도 했다(사진 참조). 이 매체들에 따르면, 삼성의 파운드리 공장은 테일러시 독립교육지구(ISD)에 들어설 예정이다. 공장과 도로 등을 포함한 전체 부지 규모는 480만여㎡(약 145만 평)다. 기존 오스틴 공장(약 37만 평)과 비교해 4배가량 넓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경기도 평택사업장을 방문해 극자외선(EUV) 전용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경기도 평택사업장을 방문해 극자외선(EUV) 전용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앞서 테일러시 ISD 이사회는 지난 6월 삼성전자 오스틴법인(SAS)이 제안한 10년간 3억1400만 달러(약 3600억원) 규모의 세제 인센티브 방안을 승인한 바 있다.

테일러프레스는 이와 관련해 “브랜드 라이델 테일러시 시장이 ‘(삼성에 대한) 세금 감면 계약과 개발 계약 등을 실행할 수 있도록 테일러 시의회가 승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빌 그라벨 윌리엄슨카운티 법원 판사의 말을 인용해 “이 프로젝트를 윌리엄슨카운티로 가져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테일러시 반도체공장에 대한 투자 계획을 확정‧발표하면, 공사는 이르면 내년 초 시작해 2024년 하반기 마무리될 전망이다. 테일러시는 2019년 기준으로 인구 13만8000명의 중소 도시다. 농업과 목축·관광업 등이 주요 산업이다. 오스틴공장에서 신공장 부지로 지목된 테일러시 ISD까지는 40여㎞, 자동차로 30분 거리다.

“공장 이원화하면 안정적 운영 가능”

삼성이 기존 오스틴공장 증설 대신 새로운 부지를 물색한 데는 올 초의 오스틴공장 셧다운(가동중단)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2월 텍사스주에 불어닥친 한파로 풍력·가스 발전이 멈추면서 오스틴공장은 한 달가량 가동이 중단됐다.

익명을 원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당시 조업 중단으로 4000억원대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며 “생산시설을 이원화하면 공장 조성과 용수·전기 등 유틸리티 비용은 늘어나겠지만 안정적 운영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삼성전자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향후 3년 내에 240조원을 투자하고, 4만 명을 신규 고용하겠다는 계획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국내와 해외에 각각 180조원, 6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내용이다.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난 지 11일 만에 이 같은 투자·고용 계획을 내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재판 중 점심식사를 위해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재판 중 점심식사를 위해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미 투자 독려에 화답, 생존 전략이기도  

미국 정부의 현지 투자 독려에 화답한다는 의미도 담겼다. 그동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미국 정부는 “반도체·배터리 등 주요 전략 품목의 공급망을 강화하겠다”며 삼성전자 등에 대해 투자를 압박해왔다.

파운드리에서 삼성이 맹추격 중인 세계 1위 대만 TSMC는 향후 3년간 1000억 달러(약 116조원)를 들여 미국에 공장 6곳을 짓겠다고 밝힌 상태다.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한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퀄컴과 아마존을 고객으로 확보했다”며 삼성을 자극하고 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미국이 반도체 패권을 주도하고, 인텔·TSMC가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어 삼성으로선 위기 상황”이라며 “특히 미세 나노 공정에서 유리한 경쟁 구도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미국 현지 투자가 보다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이번 주 두 차례 법정에 서야 한다.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에 대한 공판(7일)과 삼성물산·제일모직의 부당합병 관련 공판(9일)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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