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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민석의 미래를 묻다

무인전투ㆍ극초음속…미ㆍ중ㆍ러의 최첨단 무기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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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김민석
김민석 기자 중앙일보 전문기자

2035년 9월 6일 새벽 4시. 일본 이와쿠니 공군기지에서 미 공군 전투기 편대가 발진했다. 이 편대는 미 공군이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최첨단 6세대 전투기로 구성됐다. 편대는 마하 5(초속 1.7㎞) 속도로 튕기듯이 중국 쪽으로 날아갔다. 제주도 남쪽 이어도를 거쳐 곧장 중국 닝보로 향했다. 닝보는 중국 해군 동해함대사령부가 있는 곳이다. 전투기가 출격한 지 10여분 뒤 중국 해안에 접근하자 중국 공군기가 따라붙었다. 중국 공군기가 미사일을 쏘려고 락온(Lock-on)하자 6세대 전투기는 고출력 레이저 광선으로 대응했다. 중국 전투기는 맥없이 추락했다. 미 공군기는 중국 동해함대사령부를 폭격하지는 않았지만, 위력 시위를 한 뒤 복귀했다. 중국이 대만을 위협하는 행위를 경고하는 차원이었다. 미국은 동시에 해병대 로봇전투부대를 남중국해 무인도에 상륙시켰다. 그 무인도는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며 군사기지를 건설한 곳이었다. 이와 함께 미 해군은 남중국해 일대에 무인 전투함과 잠수정을 배치했다. 일촉즉발 순간이었다.

미ㆍ중 무력 충돌의 가상 시나리오다. 실제 미 국방부는 2035년쯤부터 중국과 본격적인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 시나리오를 좀 더 진행시켜보자. 중국은 2021년 8월 공해인 남중국해 일부를 자국의 영해라고 선언한 이후 이 해역을 지나는 상선을 통제해왔다. 미 해군 함정은 접근조차 못 하게 차단했다. 국제규범을 위반한 중국의 불법적인 행동에 국제사회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중국은 대만까지 점령해 통일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남중국해 무인도에 상륙한 미 해병대 로봇전투단은 중국군 미사일과 레이더 제거가 작전목표였다. 미사일 위협이 없어야 미국을 비롯한 한국과 일본 등의 상선과 군함이 안심하고 통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인도에 주둔한 중국군은 미 해병대 전투로봇에 소총을 쐈지만, 탄소섬유와 티타늄 합금으로 만들어진 로봇엔 별로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로켓탄과 단거리 미사일로 대응했다. 하지만 중과부적. 수많은 로봇전투병을 미사일로 일일이 파괴하기엔 무리였다. 무인도를 점령한 미 해병대는 미사일과 레이더를 제거했다. 남중국해에 전개한 미 해군 유령함대 소속 무인 함정과 잠수정은 중국 해군과 대치했다. 스텔스 기능이 있는 무인 함정들은 중국 해군 레이더엔 포착되지 않았다. 유령 같은 무인 함정과 잠수정이 쏜 미사일과 어뢰가 닥치자 중국 해군은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중국군은 내륙의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로 괌과 오키나와 등에 배치된 미 공군기지 등을 공격하려 시도했다. 그러나 미군은 202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이후 서태평양 지역의 미군을 분산 배치했다. 허브-스포크(Hub & Spoke) 전략에 따라 주요기지(hub)의 전투력을 여러 섬(spoke)에 분산해 리스크를 줄였다. 중국의 미사일 공격은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전투는 대규모 병력이 맞붙는 게 아니라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이뤄졌다. 산재한 부대들이 모자이크 조각처럼 순식간에 결합해 전투력을 발휘한 뒤 다시 흩어졌다. 이른바 모자이크전(mosaic warfare)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은 상대방의 전력을 파악하기 위해 수백 개의 인공위성을 투입했다. 위성으로 수집한 방대한 정보는 양자컴퓨터로 분석해 영상정보와 함께 6G 네트워크를 통해 일선 부대에 나눠줬다. 그 정보는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과 무기체계에 자동 입력됐다.

전쟁의 미래

중국군, 2027년 AIㆍ로봇으로 무장

러, 2025년 전군 30% 로봇전투체계

미,  자율형 무인전투체계 무장 계획  

한국, 비전 차원 면피용 수준에 그쳐 

앞으로 10여년 뒤 일어날 수 있는 전쟁 양상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 및 러시아는 이런 최첨단 전쟁을 수행할 전투력을 갖추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필요한 핵심 기술은 AI와 자율형 무인전투체계, 극초음속 무기, 고출력 레이저와 레일 건, 양자와 바이오 기술 등이다. 여기에 우주기술과 사이버, 다중 스펙트럼의 전자파 등이 더해지면 전투력은 배가된다. 중국은 새로운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시진핑 주석의 지시로 중국군을 세계 최고의 AI 센터로 만드는 중이다. 2027년 중국군 현대화가 이뤄지면서 AI와 로봇 무장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중국은 2035년엔 미국을 뛰어넘는 경제력을, 2049년엔 미국에 맞먹는 군사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러시아도 푸틴 대통령의 지시로 2025년까지 전군의 30%를 로봇 전투체계로 바꿀 계획이다.
미국도 다급해졌다. 미국은 기존의 국방개혁을 서둘러 폐기하고 2040년까지 AI 기반의 자율형 무인전투체계로 무장한다. 그 일환으로 2018년 미 육군 미래사령부를 창설했다. 미 육군은 자율형 무인전투체계로 무장하고, 모자이크전과 다영역(지상ㆍ해상ㆍ항공ㆍ우주ㆍ사이버) 공간에서 통합적인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군대를 재편 중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지난 20년간 벌여온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종료하고, 중국 견제에 집중한다. 중국의 팽창에 대응한 미ㆍ일ㆍ호주ㆍ인도 등의 쿼드(QUAD) 협력체도 쿼드 기술동맹으로 확대하고 있다. 군사뿐만 아니라 기술까지 동맹 및 우방국과 협력해 중국에 대처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전쟁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AI다. 정보 수집과 분석, 표적 확인과 판단, 의사 결정과 전투 실행 등 전 과정에 AI가 개입한다. 미 국방부는 2020년 기준으로 AI와 관련한 600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중국은 사람의 얼굴을 AI로 파악하는 최고의 기술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된 빅데이터도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엄청난 안면 데이터를 수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전투 상황에서 주변 환경에 관한 빅데이터 확보와 처리는 다른 차원이다. 전장 빅데이터를 확보해 분석한 뒤 머신러닝으로 무인전투체계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이 분야는 중국이 미국에 뒤진다. AI 전용 칩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먼저 보고 먼저 판단해 신속하게 실행하는 능력은 로직과 AI 칩 성능에 좌우된다. 현재 AI 칩 기술은 미국이 다소 앞선다. 더구나 미국은 반도체 국제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해 반도체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려고 한다.
방대한 빅데이터 분석 능력은 전쟁에서 매우 중요하다. 미ㆍ중이 양자컴퓨터 개발에 전력투구하는 이유다. 양자 컴퓨터는 양자의 특이한 얽힘 현상을 이용하는데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계산 속도가 수백만 배나 빠르다. 우수한 양자컴퓨터를 먼저 개발하는 쪽이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양자컴퓨터는 방대한 정보를 신속하게 분석 및 판단해 정확하고 예리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양자컴퓨터가 AI를 활용해 가능한 작전을 미리 시뮬레이션해본 뒤에 최소 희생으로 최대 작전 성과를 내는 최적의 대안을 지휘관에게 제시해줄 수도 있다. 실제 미 국방부는 이런 시뮬레이션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작전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신속하게 전송하는 문제도 보통 일이 아니다. 그 핵심이 6G 이동통신을 기반으로 하는 차세대 통신과 위성통신망이다. 6G 이동통신은 5G보다 전송 속도가 50배 빠르다. 위성 그물망은 지구 어느 곳에서도 통신이 끊기지 않는다. 미국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 프로젝트로 최대 4만 2000개의 저궤도 위성으로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할 계획이다. 중국도 홍윤ㆍ홍얀ㆍ갤럭시 스페이스 등 계획으로 1만 2000개 이상의 위성을 쏘아 올릴 전망이다. 우주공간이 복잡해지다 보니 미국은 2019년 8월 우주사령부를 창설했다. 지상 100㎞ 이상 우주공간을 이용하는 인공위성과 미사일 등을 관리하는 것이다. 2050년 이후에는 지구 상공과 우주를 오가는 군용 스페이스 셔틀과 화성기지를 관리할 가능성도 있다.
레이저는 앞으로 가장 유용한 무기 가운데 하나가 될 전망이다. 최근엔 광섬유 레이저가 각광을 받고 있다. 미국은 2014년 폰스함에서 30㎾급 레이저를 설치해 실험했고, 올해는 페블함에 60㎾급 레이저를 장착했다. 조만간 300㎾급은 물론 2030년 이후엔 ㎿(1000㎾)급 초고출력 레이저도 개발될 전망이다. 그럴 경우 전투기와 미사일 요격이 훨씬 쉬워진다. 자장의 원리를 이용한 레일 건(Rail Gun)은 철심을 마하 10 이상(초속 3.5㎞)까지 쏜다. 충격량이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는 운동에너지 법칙에 따라 초고속의 철심이 표적에 맞으면 엄청난 파괴력을 낸다. 미국이 해군 함정에 장착할 준비를 하고 있다.
국방과학기술이 세계 8∼9위인 한국도 만만치는 않지만,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게 문제다. 우리 군사기술은 중국보다는 약간 뒤처지지만, 일본과 이스라엘과는 비슷한 수준이다. 레이저와 스텔스 기술, 생체모방 자율로봇과 군사용 곤충형 지상이동로봇, 반도체, AI 등에선 일부 선진국 다음 수준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재래식 전투방식인 국방개혁 2.0에만 매달려왔다. 이런 문제를 인식한 육ㆍ해ㆍ공군은 자구책으로 아미 타이거 4.0, 스마트 해군 등을 추진하고 있다. 국방부도 지난 7월 말에야 뒤늦게 첨단 기술을 활용한 ‘국방비전 2050’을 발표했지만, 비전 차원에 머무른 면피용 수준이란 평가다. 군사 선진국들의 전투기술과 방식 진화를 피부로 느끼면서도 국가 차원에서 종합적인 플랜을 마련하지 않고 있어 아쉽다.

▶김민석 논설위원 겸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원과 중앙일보 국방부 출입기자, 국방부 대변인을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