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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차이나 중국읽기

한·중 경제, 누가 더 의존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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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중국은 난해하다. 지난달 24일 한중 수교 29주년에 즈음해 중국을 극복하자는 책 『극중지계(克中之計)』를 펴낸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그 어려움을 “중국에 대한 이야기는 대하소설 같기도 하고 천일야화 같기도 하다”는 말로 표현한다. 그리고 ‘중국 제대로 알기’가 힘든 이유로 “중국 특유의 이중성”을 꼽는다. 몸집도 크거니와 시간을 달리하며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어 보는 방향에 따라 서로 달리 보이기 때문이다. 자연히 우리의 중국 이해에 편견이 생기기 쉽다.

한중은 내년으로 수교 30주년을 맞지만 최근 국내에서 중국을 극복하자는 책 『극중지계』가 출간되는 등 양국 관계는 그리 밝은 분위기가 아니다. [연합뉴스]

한중은 내년으로 수교 30주년을 맞지만 최근 국내에서 중국을 극복하자는 책 『극중지계』가 출간되는 등 양국 관계는 그리 밝은 분위기가 아니다. [연합뉴스]

우선 한국 사회에 가장 널리 퍼져 있는 편견 중 하나로 우리 수출의 대중 의존도가 높으니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걸 꼽을 수 있다고 한다. 중국과 수교하기 전인 1990년 한국은 전체 수출의 절반을 미국(29.9%)과 일본(19.4%)에 수출했다. 한데 30년이 지난 2020년의 경우 우리의 대중 수출이 25.8%인데 반해 미국과 일본에 대한 수출 비중은 각각 14.5%와 4.9%로 쪼그라들었다. 우리 경제의 중국 의존성이 높아 중국이 사드(THAAD) 보복 때처럼 수입을 막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 한데 이는 반만 맞는 말이라는 게 정 이사장 설명이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극중지계』 출간과 관련해 언론 간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극중지계』 출간과 관련해 언론 간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의 수출이 중국에 크게 의존한다는 건 수출 다변화를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국 무역구조의 취약성으로 이해되지만, 이는 역으로 중국이 필요로 하는 중간재를 한국이 공급한다는 의미도 갖는다”는 것이다. 중국 입장에선 한국산을 수입하지 않고선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한국이 지나치게 중국에 의존하기보다는 중국이 오히려 한국에 의존한다는 게 적절한 표현이라고 한다. “중국 정부가 한국산 중간재 수입을 줄이기 위해 분투노력하는 모습에서 그런 점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중국은 그런 노력의 결과로 디스플레이 국산화에 성공했고, 지금은 반도체 굴기를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는 중이다.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화상으로 열린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 출범식 겸 제1차 전체회의에서 중국의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영상을 통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화상으로 열린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 출범식 겸 제1차 전체회의에서 중국의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영상을 통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중국이 한국의 매우 중요한 경제적 파트너이듯 한국 또한 중국의 대외 교역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국의 주요 수출국 및 지역은 미국, 홍콩, 일본, 한국 순이다. 또 중국의 주요 수입국 및 지역은 한국, 대만, 일본, 미국 순이다. 중국 입장에서 수출 4위인 한국의 위상은 1999년 이후 변하지 않고 있으며, 중국의 1위 수입국으로서의 한국의 지위 또한 2013년 이후 커다란 변화가 없다. 그 이전엔 일본이 중국의 1위 수입국이었다. 이는 한국의 산업 경쟁력이 일본을 추월해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결국 중국은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한국산 중간재를 많이 수입함으로써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오른쪽에 세 번째)은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 우리측 위원 위촉식에 참석했다. [외교부 제공]

정의용 외교부 장관(오른쪽에 세 번째)은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 우리측 위원 위촉식에 참석했다. [외교부 제공]

그렇다면 한국이 중국의 눈치를 보는 것 이상으로 중국이 한국의 안색을 살펴야 한다는 논리로 귀결된다. 문제는 중국에선 한국 눈치를 보자는 말이 나오지 않는데 국내에선 중국의 중요성을 우리 스스로가 지나치게 부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安美經中)’이란 말이 바로 그런 경우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나라이긴 하지만 우리가 너무 저자세일 까닭은 없는데도 말이다. 우리의 중국 시장에 대한 높은 수출 의존성은 오히려 중간재 생산과 관련해 우리의 경쟁력이 대단하다는 점에서 오는 긍정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정 이사장의 주장이다.

한중 수교 29주년에 즈음한 지난달 말 국내에선 중국을 극복하자는 도서 『극중지계』가 출판돼 냉랭한 양국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줬다. [중앙포토]

한중 수교 29주년에 즈음한 지난달 말 국내에선 중국을 극복하자는 도서 『극중지계』가 출판돼 냉랭한 양국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줬다. [중앙포토]

물론 그렇다고 우리의 수출이 지나치게 중국 의존성을 띠는 걸 방치만 해서는 안 된다고 그는 말한다. 특히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시점에선 더욱 그렇다. “우리의 대중 수출의존도를 단기간에 낮추는 건 쉽지 않은 만큼 중국과의 교역 규모를 줄이기보다는 다변화 전략을 통해 확대 균형을 추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으로 수출시장 다변화를 이뤄야 하며 특히 수출시장 다변화는 우리 기업의 해외 투자지역 다변화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그의 조언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의 대중 수출 비중이 높다고 우리가 지레 중국 눈치부터 보는 일은 없어야겠다. 솔직히 우리 제품의 경쟁력이 없다면 우리가 애원한다고 중국이 사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한국 수출의 4분의 1이 중국으로 향한다는 건 #우리 수출의 대중 의존도가 높다는 걸 말하지만 #중국도 한국산 수입 없이는 ‘세계의 공장’ 못 돼 #중국이 중요해도 지레 눈치까지 볼 필요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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