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분수대

아바

중앙일보

입력 2021.09.06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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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강기헌 기자 중앙일보 기자
강기헌 산업1팀 기자

강기헌 산업1팀 기자

1번 올빼미, 탑승준비 끝.

스웨덴 그룹 아바(ABBA)가 돌아왔다. 40년 만에 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항해(voyage)다. 거부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 11월 선보일 정규 앨범에 앞서 공개한 음원 두 곡에 몸과 마음을 맡긴다. ‘아직도 당신을 믿어요(I Still Have Faith in You)’와 ‘나를 닫지 말아요(Don’t Shut Me Down)’다. 도입부에서 힘든 여정은 아니니 벨트만 단단히 매시라고 속삭이는 것 같다. 익숙한 멜로디의 신시사이저에 귀만 열면 된다.

찬찬히 뜯어보면 그들은 40년 전의 아바는 아니다. 리로드(reload, 프로그램 재실행)나 디코드(decode, 해독하다)와 같은 디지털 시대의 용어도 가사에 포함됐다. 그 사이로 전 세계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초조한 마음도 읽힌다.

아바는 아날로그를 버리고 디지털로 무장했다. 복귀 인터뷰를 유튜브로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내년에는 아바타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팬들은 “코로나로 세상이 그들을 가장 원할 때 돌아왔다”는 반응이다. 베니 앤더슨은 “죽기 전에 해보고 싶었다”며 “아바는 미지의 바다를 항해하고 있다. 젊은 친구들의 도움으로 미래로 여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비요른 울바에우스는 “요즘 인기 있는 가수들의 음악을 흉내 낼 수도 없고 그들의 문법을 알지도 못한다”며 “우리 방식대로 만든 음악”이라고 말했다.

전성기 무렵 아바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건 아니었다. 1972년 결성 이후 음반 판매량은 4억장. 영국 차트 1위에 9곡을 올렸지만 미국 빌보트 차트 1위에 오른 건 ‘댄싱 퀸’이 유일했다. 미국인을 완벽하게 사로잡은 건 1999년 뮤지컬 ‘맘마미아’부터다.

유튜브로 공개한 신곡은 하루 만에 조회수 1200만 건을 넘어섰다. 생각을 담담하게 받아 적은 듯한 가사에 담긴 호소력은 여전하다. 인간의 기억은 흐려지게 설계됐지만 때론 시간이 더해질수록 뚜렷해지는 기억이 있다. 그런 기억은 삶을 이끌어가는 에너지가 된다. 아바의 신곡은 그 기억에 대한 호소다.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당신이 좀 혼란스러울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열린 마음으로 봐주세요. 그때의 나일 순 없겠죠. 당신이 알던 내 모습은 아니겠지만, 여기 있는 건 사랑과 희망 때문이에요. 나를 닫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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