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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하반기에도 암울…대기업 68% 계획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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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3년 전인 2018년 8월, 국내 주요 기업이 일제히 하반기 정기 공개채용(공채) 일정을 내놨다. 삼성·현대자동차·SK·LG·롯데 등 5대 그룹의 신규 채용 인력만 약 3만5000명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2월 현대차그룹이 대졸 신입 공채를 폐지했고, 지난해에는 LG그룹이, 올해 상반기에는 롯데그룹이 각각 공채를 종료했다. SK그룹도 올해를 마지막으로 공채를 폐지한다. 5대 그룹 가운데는 삼성만 유일하게 공채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는 9월이 되도록 공채 소식을 찾아보기 힘들다. 도리어 대기업 10곳 중 7곳이 아직 하반기 채용 계획을 못 잡았거나 아예 한 명도 채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2년째 이어지며 경영 환경이 나빠져 취업 한파가 연말까지 계속될 기세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응답기업 121곳)으로 ‘2021년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를 5일 발표했다. 그 결과 대기업의 67.8%가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한 명도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절반(54.5%)가량이 신규 채용 계획을 잡지 못했고, 채용 인력이 ‘0’이라는 곳도 적지 않았다(13.3%). 김혜진 한경연 고용정책팀 연구원은 “특히 최근 코로나19의 4차 대유행으로 채용 시장의 한파가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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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채용 축소의 주 원인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을 꼽는다. 신규 채용을 하지 않거나 채용 규모를 늘리지 않기로 한 기업 3곳 중 1곳(32.4%)은 코로나19가 길어져 국내외 경제와 업종 경기가 나빠졌다고 답했다. 또 고용시장의 경직성으로 인해 기존 인력 구조조정이 어려워졌고(14.7%), 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 부담 증가(11.8%) 때문이라는 기업도 있었다.

지난 3월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구직자 186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많은 응답자(62.8%)가 공채가 줄어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청년실업 해소 위해 규제부터 풀어야”    

대규모 채용이 사라져 취업 기회가 더 적어질 것 같고(66.5%, 복수응답), 취업 준비가 더 까다로워지기 때문(40.9%)이라는 것이다. 또 직무 경험을 중시해 신입은 안 뽑을 것 같고(32.9%), 채용공고 검색 등 취업 준비 시간도 더 길어질 것(32%)이라고도 우려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기업의 채용 방식도 바꿔놨다. 대기업 관계자는 하반기 채용시장의 특징으로 비대면 채용 방식이 도입(24.3%)되고 경력직 채용(22.5%)과 수시 채용 비중이 늘었다(20.3%)고 말했다. 한경연 조사 결과 올해 대졸 신입사원을 뽑으며 비대면 채용 방식을 활용했거나 앞으로 도입할 예정인 기업은 71.1%로 나타났다. 지난해(54.2%)보다 16.9%포인트 증가했다.

서미영 인크루트 대표는 “국내 기업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8년 리먼 사태, 2013년 글로벌 경제위기 때도 정기 공채를 유지했는데 코로나19가 기업의 전통적인 채용 방식도 바꿔놓은 것”이라며 “구직자에겐 기업의 채용 동향도 살피고 인턴·대외활동 등 직무 관련 경험도 갖춰야 돼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2030 청년층의 일자리는 1년 새 10만 개 가까이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대 일자리는 3만5000개(-1.1%), 30대 일자리는 6만3000개(-1.5%)가 감소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실물경제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청년 고용시장은 여전히 안갯속”이라며 “청년실업을 해소하려면 규제를 완화하고 고용 유연성을 높이고 신산업 분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기업이 고용 여력을 확충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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