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정홍원 사퇴 해프닝, 이러고도 정권교체된다 착각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정경선 서약식 및 선관위원장 경선 후보자 간담회에서 발언을 마친 뒤 정홍원 선거관리위원장 등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홍준표, 유승민, 하태경, 안상수 후보는 '역선택 방지조항 제외'를 주장하며 이날 행사에 불참했다.[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정경선 서약식 및 선관위원장 경선 후보자 간담회에서 발언을 마친 뒤 정홍원 선거관리위원장 등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홍준표, 유승민, 하태경, 안상수 후보는 '역선택 방지조항 제외'를 주장하며 이날 행사에 불참했다.[연합뉴스]

경선룰 다툼으로 일부 후보 서약식 불참  

순항 중 여당과 대비, 대표·후보 모두 책임

어제 국민의힘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정경선 서약식은 대선을 불과 6개월 남겨둔 야당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선거관리위원장이 직전에 사의를 표명하고 경선 후보 네 명은 시위성 불참을 했다. 장외에선 윤석열 경선 후보의 ‘고발 사주 의혹’ 관련 실체가 드러나기 전인데도 후보직 사퇴를 압박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이 크다 보니 쉬운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으냐”고 했는데, 이 대표 등 지도부와 후보들에게 같은 질문을 되돌리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이 어떤 분탕질을 치든 정권 교체가 될 거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

정홍원 선관위원장의 사퇴 해프닝만 봐도 확연하다. 이 대표의 만류로 당장은 사퇴 의사를 접었다곤 하나 정 위원장이 “선관위가 정한 룰을 따르지 않겠다고 하는 건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라고 토로할 정도다.

이번엔 역선택 방지 조항을 둘러싼 갈등이었다. 원래 경선 룰 다툼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박근혜 후보 경선 시절엔 “1000표 줄 테니 원래 합의대로 하자”고 했던 일도 있다. 선거인단 방식의 민주당도 경선 일정을 두고 크게 충돌했었다. 그러나 국민의힘 문제가 심각한 것은 이제 시작일 뿐이란 점이다. 질문 문항, 설문조사 방식 등 곳곳이 지뢰밭이다. 더한 어려움은 갈등 지점을 예상해 세심하게 대비하고 갈등이 발생했을 때 큰 충돌 없이 관리·중재할 역량과 리더십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외려 대표와 후보 간, 후보들 간 드잡이만 부각된다.

1차적 책임은 이준석 대표에게 있다. 원래 경선 룰 결정 권한은 선관위에 있다. 그런데도 위임기구일 뿐인 경준위가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정했고 최고위의 추인까지 받도록 했다. 홍준표·유승민 후보가 “이미 정해진 경선 룰을 다시 논의한다는 자체가 경선을 깨자는 것”이라고 주장할 빌미를 제공했다. 이제 와 정 위원장에게 “더 큰 성원과 지지, 신뢰를 보낸다”고 한들 먹히겠나.

후보들도 문제다. 선관위의 권한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듯한 태도는 매우 잘못됐다. 정 위원장이 일을 시작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사퇴를 요구하나. 근래엔 “구조적 역선택이 뚜렷해지고 있다”(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는 분석도 있는 만큼 논의해 볼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그런데도 경선을 보이콧하겠다고 나오는 건 오만하다. 윤 후보에게도 ‘원죄’가 있다. 경준위와의 갈등, 그로 인한 서병수 경준위원장의 퇴진 과정이 다른 후보들의 경계심을 키웠다. 행여 다들 “내가 당선돼야 공정한 경선”이라고 믿고 있는 건가.

그러는 사이 민주당은 잡음을 뒤로하고 전열을 정비해 순조로운 경선을 진행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크게 대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