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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m46㎝ 거인병에 짝다리, 저주 아닌 축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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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도쿄 패럴림픽 좌식배구에서 우승한 모르테자 메흐자드의 경기 모습. [AP=연합뉴스]

도쿄 패럴림픽 좌식배구에서 우승한 모르테자 메흐자드의 경기 모습. [AP=연합뉴스]

이란의 모르테자 메흐자드(33)는 키가 무려 2m46㎝에 이른다. 현존하는 인간 중 두 번째로 크다. 그것도 모자라 한쪽 다리가 자라지 않는 사고까지 당했다.

우울증 때문에 은둔 생활을 해오던 그가 새롭게 거듭난 건 장애인들이 앉아서 배구를 즐길 수 있도록 변형시킨 장애인 좌식배구를 접하게 되면서다. 지난 4일 이란 대표팀을 이끌고 도쿄 패럴림픽 좌식배구 금메달을 따면서 올림픽 2연패의 쾌거를 달성한 그는 ‘거인병’이라 불리는 말단비대증을 갖고 태어났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메흐자드는 터키의 술탄 쾨센(2m51㎝)에 이어 현존하는 인간 중에서 두 번째, 기록된 역사상으로는 7번째로 키가 크다. 설상가상으로 15세 때 자전거 사고로 골반이 골절되면서 오른쪽 다리가 자라지 않는 장애까지 갖게 됐다. 이 때문의 그의 양쪽 다리 길이는 15㎝ 정도 차이가 난다.

도쿄 패럴림픽 좌식배구에서 우승한 모르테자 메흐자드의 경기 모습. [AP=연합뉴스]

도쿄 패럴림픽 좌식배구에서 우승한 모르테자 메흐자드의 경기 모습. [AP=연합뉴스]

그는 스스로 고립을 택했다. 친구도 없었고, 우울증까지 앓았다. 메흐자드는 “지나치게 큰 키에 장애까지 갖게 되면서 너무나 우울했다. 외모 때문에 밖으로 나가는 것이 두려웠고, 감옥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으며 미래란 상상도 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랬던 그를 이란 좌식배구 국가대표팀 수석코치가 눈여겨봤다. 2011년 그가 출연했던 TV 프로그램을 본 코치는 그를 설득해 지역 클럽에서 훈련을 받도록 했다. ‘저주’로 여겨지던 그의 큰 키는 좌식배구에선 ‘축복’이었다. 앉아서도 오른손으로 195㎝까지 튀어 오른 공을 칠 수 있는 그다. 122㎝가량 높이의 네트를 두고 그와 경기를 펼친 상대 팀의 그 누구도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는 2016년 리우 패럴림픽과 이번 도쿄 패럴림픽에서 잇따라 최다 득점을 기록하면서 이란팀의 2연패를 이끌었다.

물론 올림픽 금메달이 그의 건강까지 책임지는 건 아니다. 장애인 스포츠 프로그램 진행자인 무하마드 알리 다헤스타니는 “메흐자드의 키는 계속 자라고 있다”고 했다. 말단비대증 환자는 일반인보다 평균수명이 10년 짧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메흐자드는 “배구는 내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며 배구를 할 수 있는 지금이 마냥 행복하다고 말했다. 텔레그래프는 “메흐자드는 은둔의 삶을 넘어서 열망할 수 있는 스포츠를 발견했다. 이란팀의 우승은 패럴림픽 신화의 압축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가 좌식배구 코트의 일인자로 있는 한 (좌식배구는) 그의 구원자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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