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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울산 이어 평택서도 권고기한 지난 백신 104명 접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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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오접종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경기도 평택성모병원에서도 권고 기한이 지난 화이자 백신을 104명에게 잘못 접종한 것으로 확인됐다.

5일 질병관리청은 “평택성모병원에서 냉장 유효기간이 이달 1일까지인 백신을 이달 2~3일, 이틀간 총 104명에게 접종했다”고 밝혔다. 평택성모병원은 해당 접종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안전에 대한 우려는 없으나 효과에 대한 판단은 질병청의 결정에 맡기고 재접종 여부도 추후 통보받기로 했다”고 전했다.

앞서 울산 동천동강병원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총 91명에게 유효기간이 지난 화이자 백신을 접종했다. 서울 고대구로병원도 지난달 26~27일 해동 후 접종 기한이 지난 백신을 최소 105명에게 접종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26일 고대구로병원에서 화이자 백신을 맞은 직장인 이모(33)씨는 3일 오후 10시쯤 오접종 통보 전화를 받았다. 이씨는 “보건소 직원이 전화해 기한이 지난 백신을 맞았다고 하길래 처음엔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다. 아무래도 동네 병원보다는 관리가 더 잘될 것 같아 대형병원을 선택한 건데 배신감이 크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보건소에서는 곧 병원에서 자세한 안내 문자가 나갈 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문자는 오지 않았다. 불안에 떨던 이씨는 결국 보건소 직원을 통해 병원 관계자와 통화했다. 그런데 병원 측은 “백신이 오염된 게 아니라서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며 혹시 이상 반응이 생기면 응급실로 오라는 말만 반복했다고 한다.

임신 준비 중이었던 이씨는 “일부러 대학병원을 찾아간 건데 이런 일이 생길 줄 꿈에도 몰랐다. 이상이 없을 것이라는 근거도 설명해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접종 후 얼굴에 종기가 올라와 절개 수술을 받았다는 이씨는 백신 이상 반응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기준 당국이 파악한 코로나19 백신 오접종 사례는 총 895건이다. 지난달 중순부터 백신 접종 대상자가 급격히 늘고 백신 종류도 여러 가지가 겹치면서 오접종 우려가 컸는데,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방역당국은 전문가 심의위원회에서 재접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항체를 제대로 못 만들 가능성은 꽤 있지만 물질 원료가 상한 게 아니기 때문에 부작용이 일어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재욱 고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병원 측의 관리 실수”라며 “이상 반응을 체크하며 모니터링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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