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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이재명 충청압승이 말해주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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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재명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5일 오후 충북 청주 CJB컨벤션센터에 열린 민주당 세종·충북 합동연설회에 참석, 손을 들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김성태/2021.09.05

이재명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5일 오후 충북 청주 CJB컨벤션센터에 열린 민주당 세종·충북 합동연설회에 참석, 손을 들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김성태/2021.09.05

디지털과 코로나로 달라진 당심..

지시 안먹히고 문빠 영향도 제한적 

1. 이재명 경기지사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첫번째 무대인 충청권에서 압승을 거두었습니다. 5일 세종+충북, 4일 대전+충남 경선 모두에서 과반득표에 성공했습니다. 종합 득표율은 이재명 54.72% 이낙연 28.19% 정세균 7.05% 추미애 6.81% 박용진 2.37 김두관 0.87 등입니다. 충청권은 전국단위 선거에서 최종득표와 유사한 결과를 보여주는 지역이라 ‘바로미터’혹은 ‘캐스팅보트’지역이라 불립니다.

2. 민주당 경선방식이 복잡합니다. 간단히 정리해보자면..투표권자는 세 그룹입니다.
첫째는 민심을 대변하는 국민ㆍ일반당원 선거인단. 누구든 선거인단에 가입하면 투표할 수 있습니다. 두 차례 모집으로 이미 115만명이 투표권자가 됐습니다. 마지막 3차 모집이 진행 중입니다.

둘째는 당심을 대변하는 권리당원. 최근 1년간 6번 이상 당비를 납부한 사람에게 자동으로 투표권이 주어집니다. 약 70만명입니다.

세째는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의 지인들로 구성된 전국대의원 1만4730명입니다.

3. 이들 세 그룹이 모두 이번 경선투표에 참여하긴 했습니다만..사실은 권리당원 투표나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수가 많은 국민일반당원의 경우..현장투표를 희망한 사람만 이번에 투표했습니다. 현장투표자는 거의 없어 무의미할 정도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온라인이나 ARS로 투표, 별도로 집계해 발표합니다.
대의원들은 현장투표하지만 역시 숫자가 적습니다. 권리당원 수만명인데. 대의원은 수백명에 불과합니다.

4. 그러니까..이번 경선에서 권리당원이 이재명에게 과반의 압승을 안겨주었기에 더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 의미..당심이 달라졌습니다. 권리당원은 ‘당심’입니다. 상식적으로 비주류인 이재명보다 당대표를 지낸 이낙연 후보에게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그런데 결과는..당심이 민심을 반영하는 이전의 여론조사와 같았습니다.

5. ‘당심이 곧 민심’이 된 이유는 두가지..디지털과 코로나입니다.
권리당원은 온라인으로 가입하고 활동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과거와 같은 오프라인 접촉이 없어졌습니다. 그러니까 당차원에서, 혹은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 차원에서 동원하거나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이낙연이 당대표 경력을 이용해 조직력을 발휘할 것이란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6. 둘째 의미..강성친문의 영향력이 크지 않았음도 드러났습니다.
비주류 이재명은 문빠들과 싸워왔습니다. 이재명은 문빠에 대해 ‘요란하고 시끄럽고 지저분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그 규모에 대해서는‘전화번호 1000개만 지워버리면 그만’이라고 했습니다.
권리당원 투표결과가 일반여론조사 결과와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는 건..권리당원들이 문빠들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7. 물론 최종결과를 예상하기엔 이릅니다. 그렇지만 이번 경선으로 상당히 예상가능해졌습니다.

지금까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재명은 경기도와 경상도에서 상대적으로 강세였습니다. 반대로 이낙연은 전라도에서 상대적 강세를 보였는데..그래도 이재명 50%내외에 이낙연 30% 정도로 여전히 차이가 적지 않습니다.

가장 큰 투표권자그룹인 국민일반당원 투표결과 역시 여론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8. 결론적으로..민주당 경선은 이재명이 과반을 확보함으로써 결선투표가 필요없을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국민일반당원 1차 선거인단 64만명의 투표결과가 공개되는 12일 밤이 결정적 순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경선일정은 10월10일까지 이어집니다만..
〈칼럼니스트〉
2021.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