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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3만5000명 신규 채용…올해는 "대기업 10곳 중 7곳 미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018년 4월 8일 진행된 현대자동차 인적성검사에 응시한 지원자들이 서울 성수중고등학교에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8년 4월 8일 진행된 현대자동차 인적성검사에 응시한 지원자들이 서울 성수중고등학교에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3년 전인 2018년 8월, 국내 주요 기업이 일제히 하반기 정기 공개채용(공채) 일정을 내놨다. 삼성·현대자동차·SK·LG·롯데 등 5대 그룹의 신규 채용 인력만 약 3만5000명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2월 현대차그룹이 대졸 신입 공채를 폐지했고, 지난해에는 LG그룹이, 올해 상반기에는 롯데그룹이 각각 공채를 종료했다. SK그룹도 올해를 마지막으로 공채를 폐지한다. 5대 그룹 가운데는 삼성만 유일하게 공채를 유지하고 있다.

한경연, 2021년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 발표 #코로나로 공채 폐지하고 수시 채용으로 전환 #500대 대기업중 아예 안 뽑겠다는 곳도 13.3%

대기업 13.3% “한 명도 안 뽑는다”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올해는 9월이 되도록 공채 소식을 찾아보기 힘들다. 도리어 대기업 10곳 중 7곳이 아직 하반기 채용 계획을 못 잡았거나 아예 한 명도 채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2년째 이어지며 경영 환경이 악화해 취업한파가 연말까지 계속될 기세여서 청년층이 넘어야할 취업 문턱은 더욱 높아졌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응답기업 121곳)으로 ‘2021년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를 5일 발표했다. 그 결과 대기업의 67.8%가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한 명도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절반(54.5%) 가량이 신규 채용 계획을 못 잡았고, 채용 인력이 ‘0’이라는 곳도 적지 않았다(13.3%). 김혜진 한경연 고용정책팀 연구원은 “특히 최근 코로나19의 4차 대유행으로 채용 시장의 한파가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 악화로 신규 채용 안해”

신규채용 없거나 규모 늘리지 않는 이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신규채용 없거나 규모 늘리지 않는 이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기업들은 채용 축소의 주원인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을 꼽는다. 신규 채용을 하지 않거나 채용 규모를 늘리지 않기로 한 기업 3곳 중 1곳(32.4%)은 코로나19가 길어져 국내외 경제와 업종 경기가 악화했다고 답했다. 또 고용시장의 경직성으로 인해 기존 인력 구조조정이 어렵고(14.7%), 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 부담이 증가(11.8%)했기 때문이라는 기업도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기업의 채용 방식도 바꿔놨다. 대기업 관계자들은 하반기 채용시장의 특징으로 비대면 채용 방식이 도입(24.3%)되고 경력직 채용(22.5%)과 수시 채용 비중이 늘었다(20.3%)고 말했다. 한경연 조사 결과 올해 대졸 신입사원을 뽑으며 비대면 채용 방식을 활용했거나 앞으로 도입할 예정인 기업은 71.1%로 나타났다. 지난해(54.2%)보다 16.9%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공채 줄고 경력직·수시 채용 늘어

지난 7월 서울 강서구 곰달래 문화복지센터에서 열린 ‘강서구·양천구 2021 비대면 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화상 면접을 앞두고 있다. 이 박랍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목적으로 구직자를 사전 모집해 기업은 해당 기업체에서, 구직자는 박람회장 기업부스에서 비대면 화상면접으로 진행했다. [뉴스1]

지난 7월 서울 강서구 곰달래 문화복지센터에서 열린 ‘강서구·양천구 2021 비대면 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화상 면접을 앞두고 있다. 이 박랍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목적으로 구직자를 사전 모집해 기업은 해당 기업체에서, 구직자는 박람회장 기업부스에서 비대면 화상면접으로 진행했다. [뉴스1]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 채용으로 돌리는 기업은 계속 늘고 있다. 올해 대졸 신입사원을 수시 채용한 대기업은 63.6%로 지난해(52.5%)보다 11.1%포인트 증가했다. 이들 기업은 수시 채용만 진행(24%)하거나 공개채용과 수시채용을 병행(39.6%)했다. 공채만 진행하는 기업은 36.4%에 그쳤다.

기업들은 수시 채용으로 전환해도 채용 규모는 줄지 않는다고 강변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수시 채용은 공채와 달리 일정에 얽매이지 않고 필요한 시점에 원하는 인재를 선발하는 제도”라며 “현업 부서가 채용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업무에 꼭 맞는 인력을 선발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도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취준생 62% “공채 줄어 불안해”

하지만 취업준비생의 생각은 다르다. 지난 3월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구직자 186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많은 응답자(62.8%)가 공채가 줄어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대규모 채용이 사라져 취업 기회가 더 적어질 것 같고(66.5%, 복수응답), 취업 준비가 더 까다로워지기 때문(40.9%)이라는 것이다. 또 직무 경험을 중시해 신입은 안 뽑을 것 같고(32.9%), 채용공고 검색 등 취업 준비 시간도 더 길어질 것(32%)이라고도 우려했다.

서미영 인크루트 대표는 “국내 기업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8년 리먼 사태, 2013년 글로벌 경제위기 때도 정기 공채를 유지했는데 코로나19가 기업의 전통적인 채용방식도 바꿔놓은 것”이라며 “구직자들로선 기업의 채용 동향도 살피고 인턴·대외활동 등 직무 관련 경험도 갖춰야돼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2030 일자리, 1분기에만 10만개 줄어

취업 문턱이 높아지면서 청년층의 극심한 취업난에 빠져 있다는 건 지표로도 드러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2030 청년층의 일자리는 1년 새 10만개 가까이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대 일자리는 3만5000개(-1.1%), 30대 일자리는 6만3000개(-1.5%)가 감소했다. 20대는 5개 분기 연속, 30대는 6개 분기 연속 줄어든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청년 공공일자리 2만7000개 지원 등 내년 일자리 예산에 31조3000억원을 배정했다. 하지만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공일자리를 확대할 경우 단기적으로 일자리 숫자가 늘겠지만 숙련도를 높이기는 어려워 구직단념자가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생산성에 따라 보상체계를 강화하고 근무형태를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등 노동 시장의 경직성을 개선하는 게 더욱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실물경제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청년 고용시장은 여전히 안갯속”이라며 “청년실업을 해소하려면 규제를 완화하고 고용 유연성을 높이고 신산업 분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기업이 고용여력을 확충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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