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中에 러브콜 보내자…"죽은 목숨" 위구르 난민 공포

중앙일보

입력 2021.09.05 15:08

업데이트 2021.09.05 15:18

지난 4월 중국 서부 신장 위구르 자치구 다반청의 우루무치 3호 구금 센터의 내부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4월 중국 서부 신장 위구르 자치구 다반청의 우루무치 3호 구금 센터의 내부 모습. [AP=연합뉴스]

1960년대 문화대혁명 당시 중국 서부 신장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넘어온 위구르인 투한 가족은 요즘 두려움에 떨고 있다. 대대적인 종교 탄압을 피하고자 45년 전 '동양의 파리'로 불리던 카불로 넘어왔는데, 최근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이 중국과 밀착하면서 투한 자신과 가족이 중국으로 송환될까봐 걱정이다. 투한은 CNN과 인터뷰에서 "탈레반에게 위구르족이란 정체를 들키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중국으로 돌아가면 생명이 위험해질 것"이라 말했다.

4일(현지시간) CNN은 '중국이 탈레반을 향해 구애하자 아프간 내 위구르인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BBC에 따르면 실크로드를 따라 아프간으로 넘어온 '중국 난민'과 이들의 2세는 2000명으로 추산된다. 주로 종교 박해를 피해온 위구르족과 무슬림 소수 민족, 그리고 그 후손들이다.

투한의 가족 외에도 아프간 내 위구르인들은 탈레반 장악 이후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카불에 거주하는 50대 남성은 탈레반이 집권한 이후 한 번도 집을 나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탈레반이 우리를 체포하고 중국에 넘겨줄까 두렵다"고 했다. 카불에 사는 또 다른 위구르인도 "우리는 이제 살아있으나 죽은 사람과 같다"며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두렵다"고 했다.

"전 세계서 中 송환된 아프간인 300명 넘어"

지난 4월 중국 서부 신장 위구르 자치구 우루무치 구금 시설에 들어가는 공산당 간부들. [AP=연합뉴스]

지난 4월 중국 서부 신장 위구르 자치구 우루무치 구금 시설에 들어가는 공산당 간부들. [AP=연합뉴스]

중국은 자국 서부 신장 지역에 모여 사는 위구르인들을 탄압하고 있다. 중국에 있는 위구르인은 총 1200만명가량인데, 미 국무부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 최대 200만명이 중국의 '재교육' 구금 시설을 거쳐 갔거나 갇혀있다. 올해 초 BBC에 따르면 과거 수감자들은 "시설에서 정치적 세뇌, 강제 노동, 고문, 심각한 성적 학대를 경험 또는 목격했다"고 폭로했다. 중국은 '위구르 수용소'와 관련해 극단주의와 테러리즘을 근절하기 위해 설계된 '직업 훈련 센터'라며 인권 침해 혐의를 강력 부인해왔다.

관련기사

CNN은 '중국은 최근 몇 년 동안 해외 위구르인들을 신장으로 송환하려 노력하고 있어 탈레반과 중국 정부의 밀착이 위구르인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6월 발표된 '위구르인권프로젝트' 보고서에 따르면 1997년 이후 전 세계 국가에서 위구르인이 중국으로 송환된 사례는 최소 395건에 이른다.

BBC도 아프간 내 위구르인들의 두려움은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라고 전했다. 마자리샤리프에 사는 한 위구르인 가족의 가장은 "우리의 신분증에는 위구르인이라고 분명히 적혀 있다"며 10일째 집에 머무는 이유를 설명했다. 아프간 내 위구르인 다수는 수십 년 전 부모가 중국을 떠난 이민자 2세대지만 신분증에는 여전히 '위구르' 또는 '중국 난민'이라고 적혀있다고 한다.

中 '동투르키스탄 운동 제재' 촉구할 듯

지난 6월 방글라데시 다카의 모스크 앞에서 이슬람 정당원들이 위구르인에 대한 탄압을 멈추라며 반중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6월 방글라데시 다카의 모스크 앞에서 이슬람 정당원들이 위구르인에 대한 탄압을 멈추라며 반중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중국과 탈레반은 '탈레반의 카불 장악' 전부터 밀착하기 시작했다. 탈레반 지도부 대표단은 지난 7월 중국 톈진을 방문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났다. 왕 부장은 당시 탈레반을 "아프간의 중요한 군사 및 정치 세력"이라고 부르며 "국가의 평화 및 화해 재건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은 중국에 대해 "좋은 친구"라며 협력을 약속했다.

CNN에 따르면 탈레반이 아프간을 지배했던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은 탈레반과 접촉해왔다. 이후 중국 정부는 탈레반을 향해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ETIM)을 하는 호전적인 위구르인들을 진압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지난 7월 톈진 회담에서도 왕 부장은 "ETIM은 중국의 안보와 영토 보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ETIM은 1998년 탈레반이 아프간을 지배할 당시 아프간으로 온 위구르인들이 시작한 운동이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국제개발연구프로그램 이사 숀 로버츠 교수는 "이 단체는 중국 통치에 반대하는 반군을 조직할 목적으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CNN에 따르면 탈레반은 애초 이들의 아프간 정착을 허용했다. 근래엔 미묘한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지난 7월 회담 당시 탈레반 2인자 압둘 가니 바라다르는 왕 부장에게 "아프간 내 어떤 단체도 중국에 대한 공격을 수행하도록 허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밝혔다.

서로 구애하는 中-탈레반, 밀착 강화 

지난 7월 28일 중국 톈진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을 만난 탈레반 지도부 압둘 가니 바라다르(왼쪽).[AFP=연합뉴스]

지난 7월 28일 중국 톈진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을 만난 탈레반 지도부 압둘 가니 바라다르(왼쪽).[AFP=연합뉴스]

미국이 지난달 30일 군과 대사관 등을 철수시킨 이후 탈레반의 중국을 향한 구애는 더 심화했다. 지난주 탈레반 대변인은 중국 국영방송 CGTN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우리 이웃 가운데 매우 중요하고 강력한 국가"라며 긴밀한 관계를 촉구했다. 중국의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를 언급하며 협조할 의사도 피력했다.

중국도 국제 사회에서 고립된 탈레반을 향해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지난 3일 AFP통신에 따르면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카타르 도하에 있는 탈레반 정치사무소의 고위 간부인 압둘 살람 하나피가 우장하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와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샤힌 대변인은 이번 통화에서 우 부장조리가 아프간 카불에 있는 중국 대사관을 유지할 것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우 부장조리는 "아프간 지역 내 안보와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중국은 특히 코로나19 치료 등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계속하고 증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