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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은둔 택한 남자…2m46㎝ 거인병 저주, 기적이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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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이란 좌식배구 국가대표인 모르테자 메흐자드(가운데)가 4일 도쿄 패럴림픽 금메달이 확정되자 동료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 좌식배구 국가대표인 모르테자 메흐자드(가운데)가 4일 도쿄 패럴림픽 금메달이 확정되자 동료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은둔자에서 세계 최고의 장애인 좌식배구 선수로. 현존하는 인간 중 두 번째로 키가 큰 남자, 이란 패럴림픽 좌식배구 국가대표 모르테자 메흐자드(33)의 이야기다. 메흐자드가 속한 이란 대표팀은 지난 4일 도쿄 패럴림픽 좌식배구 남자배구 결승전에서 우승했다. 좌식배구란 장애인들이 앉아서 배구를 즐길 수 있도록 변형시킨 장애인 스포츠다.

텔레그래프는 이날 평생 키가 자라는 ‘고통’도 모자라 한쪽 다리가 자라지 않게 된 ‘사고’까지 당한 불운의 아이콘에서 2016 리우에 이어 패럴림픽 2관왕이 된 메흐자드를 집중 조명했다.

메흐자드는 ‘거인병’이라고도 불리는 희소병인 말단비대증을 갖고 태어났다. 16살에 키가 189㎝에 육박했고, 지금 키는 2m46㎝다. 터키의 술탄 쾨센(2m51㎝)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키가 크고, 기록된 역사상으로는 7번째다. 그가 장애인이 된 건 15살 때다. 자전거 사고로 골반이 골절돼 목발을 짚거나 휠체어를 타게 됐다. 이 사고로 오른쪽 다리가 자라지 않아 양쪽 다리 길이가 약 15㎝ 차이가 난다. 이후 그는 스스로 고립을 택했다. 친구도 없었고, 우울증까지 앓았다.

4일 도쿄 패럴림픽 남자 좌식배구 결승전을 앞두고 있는 이란팀. 맨 오른쪽이 메흐자드. 로이터=연합뉴스

4일 도쿄 패럴림픽 남자 좌식배구 결승전을 앞두고 있는 이란팀. 맨 오른쪽이 메흐자드.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당시 심경을 이렇게 회고했다. “남보다 지나치게 큰 키에 장애까지 갖게 되면서 너무나 우울했죠. 외모 때문에 밖으로 나가는 것이 두려웠고, 감옥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나를 위한 미래란 상상도 할 수 없었죠.”

‘거인병’에 장애까지…“좌식배구는 그의 구원자”  

그랬던 그가 좌식배구를 하면서 세상에 나오기 시작했다. 2011년 우연한 기회에 출연한 TV 프로그램이 계기가 됐다. 방송을 본 이란 좌식배구 국가대표 수석코치가 방송국을 통해 메흐자드에게 연락해 좌식배구를 해보자고 설득했다. 그는 이란 지역 클럽에서 훈련을 받은 후 2016년 국가대표에 발탁됐고, 그해 처음 출전한 패럴림픽에서 최다 득점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이번 도쿄에서도 28점을 획득해 2위 득점 선수와는 11점 차이를 보이며 월등한 실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4일 도쿄 패럴림픽 남자 좌식배구 결승전 경기 중인 메흐자드. AP=연합뉴스

4일 도쿄 패럴림픽 남자 좌식배구 결승전 경기 중인 메흐자드. AP=연합뉴스

일각의 시선에 ‘저주’로 여겨지던 그의 큰 키는 좌식배구에선 ‘축복’이었다. 앉아서도 오른손으로 195㎝까지 튀어 오른 공을 칠 수 있는 그와 122㎝가량 높이의 네트를 두고 경기를 펼친 상대 팀에선 누구도 적수가 되진 못했다. 하지만 그의 성공을 마냥 행복하게 여길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이란의 장애인 스포츠 프로그램 진행자인 무하마드 알리 다헤스타니는 “메흐자드의 키는 점점 크고 있다”고 했다. 그가 자랄수록 건강은 나빠진다는 의미다. 말단비대증 환자는 일반인보다 평균수명이 약 10년 짧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배구는 내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는 메흐자드는 배구를 할 수 있는 지금이 마냥 행복해 보인다. 텔레그래프는 메흐자드에 대해 “그는 은둔의 삶을 넘어서 열망할 수 있는 스포츠를 발견했다”며 “도쿄 패럴림픽에서 이란팀이 거둔 승리는 패럴림픽 신화의 압축본”이라고 평가했다. “그가 좌식배구 코트의 일인자로 있는 한 (좌식배구는) 그의 구원자가 될 것”이라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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