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스타트업의 성공은 운칠기삼…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중앙일보

입력 2021.09.05 08:00

[더,오래]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105)

실패를 귀중한 배움과 성장의 기회로 삼기 위해서 실패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패 그 자체의 성격과 정의에 대해 자세히 알아 보는 것이 필요하다. [사진 pxhere]

실패를 귀중한 배움과 성장의 기회로 삼기 위해서 실패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패 그 자체의 성격과 정의에 대해 자세히 알아 보는 것이 필요하다. [사진 pxhere]

창업가가 된다는 것은 불확실하고, 복잡하며, 스트레스와 압박감 속에 살며, 심지어 월급쟁이 시절 보다 더욱 불안정한 수입으로 버텨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죽하면 창업가 치고 기저질환 없는 사람 드물고, 기저질환 마저도 남들보다 일찍 얻어 고통받으며 살아간다는 말이 있을까.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으로 표현되는 스타트업 일상. 이 모든 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창업가는 잦은 실패를 경험하게 됨을 간파할 수 있다. 어쨌든 스타트업 창업의 90%가 실패라는 사실이 말해주듯이, 투자유치가 실패 확률을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 도리어 투자유치 성공 이후에 겪는 창업 실패가 훨씬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

스타트업 창업가에게 실패란 무엇인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격언이 스타트업 창업가에게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실패를 통해 성공의 씨앗이 자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실패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 실패가 축복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실패가 없다는 것은 당신이 충분히 혁신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실패를 즐겁게 맞이할 창업가는 많지 않을 것이다. 실패를 경험하는 순간 먼저 자기 탓을 하면서 자괴감에 빠지게 되지만, 시간이 경과하면 실패의 원인을 근거 없이 남 탓으로 돌리려는 무의미한 싸이클을 반복하게 된다. 실패를 귀중한 배움과 성장의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패 그 자체의 성격과 정의에 대해 자세히 알아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먼저, ‘피할 수 있는 실패’에 대해 알아 보자. 피할 수 있는 실패란 실패를 방지하기 위한 지식과 역량을 충분히 갖고 있는 상태에서 벌어진 실패를 말한다. 피할 수 있는 실패는 게으름, 오만과 경직된 문화, 규칙을 따르지 않는 불성실 등 결국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아 발생한 것이어서 자괴감과 자책에 빠지기 쉽다. 피할 수 있는 실패를 방지하기 위한 손쉬운 방법으로 ‘프로세스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실행에 옮겨 보기를 전문가들은 추천한다.

피할 수 있는 실패 중 배움과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은 내·외적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다. 실제 겪은 비행기 사고를 심도 있게 이야기로 풀어 나가는 ‘항공 사고 수사대’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비행기 사고라는 실패를 분석하기 위해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얽힌 항공사, 정부 기관, 비행기 제조사가 협력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비행기 사고에는 공학적 구조, 운항 및 정비 인력의 훈련과 교육, 비행 스케줄, 리더십, 팀 문화, 불가항력적 외부 요인 등이 총체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이를 치밀하게 기록하고 분석함으로써 실패의 원인을 규명하게 되는데, 사전에 막을 수 있던 인재로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인재로 인한 실패는 시간이 오래 걸릴지언정 원인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원인을 방지하기 위한 역량을 실패 당사자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매뉴얼 작성과 개선을 통해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또 하나는 ‘피할 수 없는 실패’다. 사전 경험과 지식이 전무해 일단 실험을 통한 결과를 확인해가며 가능성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패를 의미한다. 이같은 종류의 실패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한 피할 수 없는 실패다. 주의해야 할 것은 같은 실수를 스타트업이 반복하지 않기 위해 구성원끼리 실험의 과정과 결과 전체를 투명하고 자세하게 공유해야 한다.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실패로부터 얻은 배움과 성장의 기회가 정말 성공을 가져다 줄 확률을 높일 수 있을까? 새로운 제품을 통해 이미 성공한 기업과 경쟁해 이길 가능성이 정말 있기나 할 것인가?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를 하버드 경영대학이 실시했다. 그 결과 성공한 리더가 성공을 지속적으로 유지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성공으로부터 배우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성공에는 다양한 외부적 요인과 내부적 요인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의 원인을 개인의 능력 때문이라고 믿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경향은 리더를 찬양하는 매스컴과 대중의 반응과 만나 리더 자신에 대한 맹목적 믿음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결국 개인 역량 이외의 수많은 사회적 요인을 무시해버림으로써 중요한 학습의 기회를 상실하고 개인과 조직의 성장·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운칠기삼이라는 말을 경영학적으로 연구한 흥미로운 결과다. 성공으로부터 배우지 않는 리더와 실패로부터 배우는 리더의 역학 관계를 통해 향후 누가 더 사회적 가치를 만들 가능성이 높을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성공 보다는 실패가 더 많을 수 밖에 없는 스타트업의 기회는 여기에서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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