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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갤 찐팬' 유재석과 4인 모았더니, 2000만뷰 대박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 정장 차림의 방송인 유재석이 복도를 걷고 있다. 이어지는 그의 독백. “어떤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려면 ‘1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1만 시간의 법칙. 애니콜부터 갤럭시까지 1만 시간. 나 유재석도 갤럭시 찐 전문가. 이번엔 갤럭시 마케팅에 직접 참여하게 됐다.” 뒤이은 화면에 ‘찐팬들과 함께하는 리얼마케팅쇼 프로덕션 Z’ 문구가 뜬다. 그 아래엔 ‘갤럭시 Z 폴드3’와 ‘플립3’ 로고가 또렷하다.

이후 펼쳐진 사무실 모습. 역시 정장 차림의 방송인 김희철, 러블리즈 미주, 오마이걸 승희, 가수 정세운이 앉아있다. 각각 갤럭시 사용 5~12년 차라는 자막이 나온다. 이들은 본인 휴대전화를 보여주며 실제 갤럭시 사용자임을 인증한 뒤 마케팅 전략을 논의하기 시작한다.

“광고스럽지 않다” 

지난달 13일부터 유튜브 등에 순차적으로 공개된 삼성전자 ‘리얼마케팅쇼’ 광고 내용이다. 30초 안팎의 일반 광고와 달리 11~17분 분량의 6회분으로 예능 형식이다. 보름 만에 2000만 뷰를 넘어섰다. “광고스럽지 않고 그냥 재미있어서 찾아보고 기다리면서 보게 됐다” “(인기 예능이던) 무한상사 삼성 버전 같다” 등 댓글 1300여 개가 달렸다.

‘찐팬들과 함께하는 리얼마케팅쇼 프로덕션 Z’ 영상 일부. [사진 제일기획]

‘찐팬들과 함께하는 리얼마케팅쇼 프로덕션 Z’ 영상 일부. [사진 제일기획]

“X세대 댓글 쓸 때 MZ 세대는 팬픽 써”

이 광고를 기획한 제일기획의 임천학 팀장(43)에게 제작 과정에 대해 물었다. 그는 예능 형식을 택한 이유에 대해 “MZ 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0년대 출생)가 광고 타깃이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MZ 세대는 폴더폰을 사용해본 경험이 많지 않잖아요. 그런 세대에게 폴더폰을 대중화해야하니 MZ 콘텐트 사용 성향부터 살폈습니다. MZ세대는 우선 콘텐트를 재구성하거나 몰입합니다. 저 같은 X세대는 댓글 쓰는 정도에 그치는데, MZ세대는 팬픽(팬이 쓰는 소설)을 쓴다 할까요. 또 MZ는 이처럼 리얼 콘텐트에 반응합니다. 그런 특징을 고려해 기획팀 회의를 거쳐 리얼 예능 형식으로 정했습니다.”

사실 이전에도 예능형 광고는 있었다. 이번엔 뭐가 달랐을까.
“요즘 숏폼(틱톡 같은 짧은 영상)이 유행한다지만 보통 디지털 예능이 15~20분가량이거든요. MZ가 재미를 느끼고 기억하려면 그 정도 분량이어야 했고, 다섯 명 캐릭터에 몰입하려면 시리즈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출연자를 정할 때 갤럭시 사용자들을 많이 찾았다고 한다.
“유재석은 20년 이상 갤럭시를 사용해온 진성 팬이고. 승희도 S펜을 실제로 쓰고 있었거든요. 폴더폰을 경험해본 과거 세대와 MZ 간 연결 고리를 만들려고 했는데 5명의 조합이 나왔습니다.”

광고 자체는 8월 초에 찍었는데 7월 말부터 삼성전자 인스타그램을 통해 MZ에게 마케팅 아이디어도 제안 받았다. “보안상 자세한 이야기는 할 수 없었죠. ‘접고 펼칠 수 있는 신박한 핸드폰이 나올 겁니다. 이 폰을 여러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면 어떤 아이디어를 내겠습니까’라고 물었죠. 거기서 나온 아이디어를 반영해 만들었어요.” 그래서 광고에는 실제 아이디어를 낸 일반인이 여럿 나온다.

 ‘찐팬들과 함께하는 리얼마케팅쇼 프로덕션 Z’ 영상 일부. [사진 제일기획]

‘찐팬들과 함께하는 리얼마케팅쇼 프로덕션 Z’ 영상 일부. [사진 제일기획]

‘찐 팬이 만드는 마케팅’ 실험

노력의 결과는 달았다. 수치는 물론이고 댓글 반응이 ‘찐’이었다. “이 멤버로 실제 예능으로 만들어 달라고 하는 분들이 많아서 ‘팬덤화’가 느껴졌습니다. 고무적이었습니다.” 보통은 마케팅을 통해 ‘찐 팬’을 만들려고 하는데, 이번엔 ‘찐 팬이 만드는 마케팅’으로 MZ 감성을 건드려 반응을 일으키는 데 성공한 셈이다.

사실 시대 감성을 빠르게 포착한다는 광고업계에서 MZ 세대론은 약 5년 전부터 나왔다고 한다. “2, 3년 전부터는 MZ 이야기가 더 활발해졌죠. 재미있는 건 MZ 세대는 자신이 MZ인 줄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임 팀장이 이끄는 기획팀 6명 중 절반이 MZ 세대다. 막내는 28살이다. 임 팀장은 MZ 이야기를 들으려 노력하고 그들의 소통 창구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많이 찾아보는 편이다. “이들에게 답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TV광고, 디지털 광고 경계 사라져”

MZ에게 익숙한 디지털 광고 시장도 급속히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그런 변화를 더 부추겼다.
“코로나19가 시작됐을 때 타격이 클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광고 시장이 굉장히 빠르게 디지털로 전환됐어요. TV 광고도 집에 있는 사람이 많으니 안정세를 찾았고요.”

제일기획이 지난 2월 내놓은 지난해 한국 총 광고비 결산에 따르면 디지털 광고 시장은 전년보다 13% 성장했다. 모바일광고는 18% 성장한 3조8558억 원, PC광고는 5% 성장한 1조8548억원을 기록했다.

임 팀장도 변화를 체감한다. “저도 과거엔 TV와 인쇄 광고를 담당했었거든요. 지금은 디지털이 업무의 절반이에요. 사실 이번 광고도 TV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같이 만들었거든요. TV 광고만 만들던 인력도 디지털을 만드는 등 경계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리얼마케팅쇼’ 광고를 기획한 제일기획 임천학 팀장. [사진 제일기획]

삼성전자 ‘리얼마케팅쇼’ 광고를 기획한 제일기획 임천학 팀장. [사진 제일기획]

임 팀장은 2003년 광고계에 입문한 18년 차 광고인이다. 전지현이 나오는 마켓컬리 샛별배송, 송소희·악동뮤지션이 나오는 KT 광대역 LTE, 이나영·김연아·공유가 나오는 맥심의 캠페인을 진행했다. 당분간은 삼성전자 모바일을 더 담당할 예정이다.

“폴더폰 출시 캠페인이 잘 마무리됐는데 이제는 소비자와 더 교감하고 소통하는 2차 캠페인을 하려 합니다. MZ가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재미있는 포인트를 잡아 폴더폰이 충분히 자리 잡게 하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할 때까지 자신보다는 맡은 제품과 회사를 강조하는 그는, 영락없는 광고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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