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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타점'에 갸웃…주식고수女 실체 까발린 유튜버의 촉[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1.09.05 05:00

업데이트 2021.09.0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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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 내셔널팀장의 픽: ‘인스타 아줌마’의 기막힌 항변

“직장이 있는 사람에겐 미안한데, 천천히 갚아도 되는 사람은 뒤에 주겠다.”

대구에서 100억 원대 유사수신 사기를 벌인 혐의로 붙잡힌 A씨(35·여) 말입니다. 그는 구속 전 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자신은) 마음속에 누구부터 줘야할지 기준이 있다”는 말과 함께입니다.

A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신의 주식투자 수익을 공개하며 유사수신 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습니다. SNS에는 고급 외제차와 명품 가방·시계로 재력을 과시하는 사진을 올려 ‘주식 고수’, ‘인스타 아줌마’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대구에서 100억원대 유사수신 사기행각을 벌인 혐의로 구속된 A씨가 자신의 SNS에 고급 외제차와 함께 찍은 사진. 사진 독자

대구에서 100억원대 유사수신 사기행각을 벌인 혐의로 구속된 A씨가 자신의 SNS에 고급 외제차와 함께 찍은 사진. 사진 독자

“매달 5~10% 수익 지급”…100억원 뜯어내 

그는 “자신에게 투자하면 투자금의 5~10%를 매달 지급하겠다”고 꾀여 투자자를 모았다고 합니다.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폰지사기(Ponzi Scheme)’를 친 겁니다. 경찰은 A씨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180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약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8년부터 SNS를 통해 매일 자신의 주식 거래 결과를 공개한 게 시작입니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주식 투자자들의 놀라움을 자아내는 존재가 됩니다. 정확하게 저점에서 들어가 고점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물론, 거래에서 단 하루도 잃는 경우가 없는 겁니다. 이내 A씨는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신의 타점’이라는 유명세를 탑니다.

A씨는 자신을 따르는 투자자들이 생겨나자 주식 강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여러 차수로 강연을 하면서 한 사람당 330만원씩, 총 16억5000만원의 수강료를 챙깁니다. A씨가 주식투자 노하우와 비법 등을 공유하는 내용의 강연에는 한 번에 500명이 모여들기도 했답니다.

대구에서 100억원대 유사수신 사기를 친 혐의로 구속된 A씨가 대구의 한 호텔에서 주식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독자

대구에서 100억원대 유사수신 사기를 친 혐의로 구속된 A씨가 대구의 한 호텔에서 주식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독자

A씨 가족 “누구보다 힘든 건 본인”

사기 의혹은 지난 6월 19일 한 유튜버에 의해 불거졌습니다. “A씨가 계좌 수익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매도·매수 타점만 공개했다”면서 공개 의혹을 제기한 겁니다. 그러면서 그는 “A씨의 그야말로 신과 같은 타점에 조작이 아닐까 의심하는 마음이 커졌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합니다. “2018년 하루 300만원씩 벌던 계좌와 2019년 계좌일지를 동영상으로 인증해 주기 바란다”는 유튜버의 공개 제안에 A씨가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겁니다. “돈을 맡긴 뒤 제대로 수익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들이 하나둘씩 등장한 것도 바로 이때입니다.

결국 A씨의 주식 실력이 허상에 불과하다는 게 만천하에 드러나게 됩니다. 투자수익률 그래프 등을 조작해 실적을 부풀린 게 경찰 조사 결과 밝혀진 겁니다. A씨가 SNS에 게시한 주식 그래프 이미지에서 조작 흔적으로 보이는 부분도 다수 발견됐답니다. 경찰은 A씨가 진행한 주식 강연에도 조작된 자료가 사용된 것으로 봅니다.

대구에서 100억원대 유사수신 사기행각을 벌인 혐의로 구속된 A씨가 자신의 SNS에 고급 외제차와 시계 등 사치품을 올린 사진. 사진 독자

대구에서 100억원대 유사수신 사기행각을 벌인 혐의로 구속된 A씨가 자신의 SNS에 고급 외제차와 시계 등 사치품을 올린 사진. 사진 독자

구속 전까지 투자 유인…돈 더 뜯어내  

A씨는 구속됐지만 피해 금액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의 고통은 여전합니다. 일부 피해자들이 A씨 측에 돈을 돌려 달라고 요구하자 A씨 가족이 오히려 “누구보다 힘든 건 본인”이라는 태도를 보였다는 증언까지 나왔습니다.

구속 전 A씨 태도는 더욱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막판까지 극소수의 피해자만 연락해 돈을 더 뜯어낸 겁니다. 그는 이때까지도 “지금까지의 손실금액 전부를 회복할 수 있다”는 취지로 회유를 했다고 합니다. “투자금이 조금 더 있으면 된다”는 말에 일부 피해자가 또다시 돈을 건넵니다.

“천천히 갚아도 되는 사람은 나중에” 

피해자들이 말하는 A씨의 폰지사기는 이른바 ‘돌려막기’를 말합니다. 만약 투자자가 1000만원을 투자하면 한 달 뒤 10%인 100만원을 입금해주는 방식입니다. 결국 투자 수익금이란 추가 투자자의 돈이어서 종국엔 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100억 원대의 피해를 본 180여명이 “돈을 받을 길이 막막하다”며 발을 구르는 이유입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A씨는 호언장담을 합니다. “투자금이 더 있으면 피해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심지어 그는 “돈을 돌려줄 자신만의 기준이 있다”고까지 말합니다. 이쯤되면 ‘주식투자의 고수’가 아닌, ‘적반하장의 고수’라고 불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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