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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모르는 靑인사가 '연봉 2억' 투자본부장…낙하산 파문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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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용 경제정책팀장의 픽: 황현선·한유진 낙하산 인사 

20조원 규모의 ‘한국판 뉴딜펀드’ 사업을 총괄하는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한국성장금융) 투자운용본부장에 금융 비(非)전문가인 청와대 행정관 출신이 내정되면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선임되면 그가 받을 연봉은 2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권에서는 “해도 너무한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거세다.

여기에 노무현 정부 시절 4년간 청와대 행정관, 현 정부에선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낸 한유진 전 노무현재단 본부장이 한국예탁결제원 상임이사로 내정되는 등 최근 친정권 인사의 금융권 낙하산 투하가가 잇따르고 있다.

4일 금융권과 중앙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성장금융은 지난 1일 주주 서한을 발송했다. 오는 16일 주주총회에서 황현선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투자운용2본부장에 선임하는 안건을 올린다는 내용을 담았다. 투자운용2본부는 정책형 뉴딜펀드와 기업구조혁신펀드 등의 운용과 관리를 총괄한다. 정부는 2025년까지 20조원 규모로 정책형 뉴딜펀드를 조성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투자운용2본부장은 임원급이다. 연봉은 기본 1억7000만원에, 운용 수익에 따라 성과급을 수익의 최대 0.6%까지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성장금융에 정통한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못해도 1년에 2억원 이상은 받는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조국 전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황현선 전 행정관(오른쪽)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황현선 전 행정관(오른쪽)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황 전 행정관이 자산운용과는 거리가 먼 경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기획조정국장 출신으로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팀장으로 활동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겨 조국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을 2년간 보좌했다. 전형적인 정치권 인사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황 전 행정관은 지난 2019년에도 관련 경력이 전무한데, 부실채권 처리 전문회사인 ㈜연합자산관리(유암코) 상임감사로 임명돼 낙하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청와대 출신이란 배경이 유암코 취업에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왔다. 당시 그가 받은 연봉은 2억원이 넘었다. 그나마 넓은 의미에서 금융과 연관되는 경력은 이게 전부다. 그는 펀드매니저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하다는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도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투자운용본부장은 자산운용이라는 고도의 전문성과, 최소 15년 이상 다양한 투자 경험을 거친 사람이 앉는 자리”라며 “다른 자리라면 모를까, 투자운용본부장에는 설사 낙하산이라도 관련 전문가를 뽑았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러 곳에서 뉴딜펀드 자금을 받겠다고 달려들 텐데, 과연 외부 입김을 배제하고 유망한 투자처에 자금을 제대로 집행할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대표도 "업계 투자운용본부장들을 보면 글로벌 투자사 경력이 있다거나 20년 이상의 경력을 갖추는 등 펀드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투자 판단과 운용 방향을 책임지는 자리인데, 부하 직원들보다 더 많이 알고 베테랑이어야 일이 굴러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간 자본시장에서 경력을 쌓아온 금융인들에게 자괴감을 주는 낙하산 인사”라고 덧붙였다. 실제 한국성장금융의 투자운용1본부장을 맡고 있는 서종군 전무만 해도 한국정책금융공사ㆍ성장사다리펀드ㆍ대한투자신탁 등을 거친, 업계가 인정하는 전문가다.

한국성장금융이 황 전 행정관을 위해 그전에는 없던 새로운 자리를 만든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그간 투자운용본부는 하나의 조직이었지만 지난달 이를 두 개의 본부로 나눴다. 기존 투자운용본부장이었던 서종군 전무가 1본부장으로 옮겼고, 황 전 행정관이 가게 될 2본부장이 신설된 것이다.

특히 2본부장 채용은 공모가 아닌 추천으로 진행됐다. 한국성장금융 관계자는 “성기홍 한국성장금융 대표가 직접 물색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금융권 일각에선 결국 성기홍 대표와 현 정권 실세 인사의 친분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성장금융은 한국증권거래소ㆍ한국예탁결제원ㆍ금융투자협회 등으로 구성된 '성장금융사모투자'와 한국증권금융ㆍ산업은행ㆍ기업은행 등이 출자해 만든 곳으로 정부의 입김이 미치는 사실상 준공공기관이다.

한국성장금융 측은 “지난달 투자운용본부를 2개로 쪼개는 조직개편을 한 것은 사업 규모가 커져서 좀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것”이라며 “황 전 행정권 선임 안건 자체가 주총 의결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전직 청와대 직원이 개인적으로 취업을 한 사안에 대해서 언론에서는 '낙하산' 이런 표현을 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런 낙하산 인사 논란은 현 정부에서 '빙산의 일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취임 이후 야당 대표들과의 회동에서 “문 정부에서 낙하산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정권 초부터 공공기관 곳곳에 낙하산 인사들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에 소득주도성장의 밑그림을 그렸던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발탁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을 강조한 한유진 전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 전문위원의 블로그 캡처화면.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을 강조한 한유진 전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 전문위원의 블로그 캡처화면.

금융권에서는 지난달 금융결제원이 상임감사로 천경득 전 청와대 행정관을 선임해 논란을 일으킨 데 이어, 한국예탁결제원은 오는 1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한유진 전 노무현재단 본부장을 상임이사로 선임키로 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이번 예탁결제원의 상임이사 선임은 임원퇴직급여지급지침 적용 범위에 상임이사를 추가하는 일부 개정까지 하며 이뤄지는 것이다. 그가 받는 연봉은 1억6600만원이다.

윤 의원은 "9개월 남은 권력의 불공정한 인사 '알박기'가 본격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비전문가가 전문적인 역량이 필요한 금융기관의 중요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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