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 된 아기 코끼리, 4년만에 엄마 찾은 기적의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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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운채 기자

진흙 목욕을 즐기고 있는 아프리카 숲코끼리 나니아의 모습. IFAW 홈페이지 캡처

아프리카 야생에서 무리에서 낙오된 채 발견됐던 고아 코끼리가 사육사들의 돌봄 끝에 DNA 검사로 어미 코끼리를 찾게 된 사연이 알려졌다.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017년 9월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고아로 발견된 코끼리 ‘나니아’의 사연을 소개했다.

구조 당시 나니아는 어미 없이 배회 중이었고, 생후 2개월~3개월밖에 되지 않은 상태였다. NYT는 무리에서 떨어지게 된 고아 코끼리들은 잘 살아남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국제동물복지기금(IFAW·International Fund for Animal Welfare) 관계자는 셀린 시슬러-비엥브뇌는 “당시 나니아는 매우 작았다”며 “가족과 떨어진 지 하루 이틀 만에 발견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니아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니아는 IFAW의 지원과 부르키나파소 보로모 주민들의 도움으로 무럭무럭 성장해 4살이 됐다. 나니아는 지난 2019년 2월 국립공원 되발레로 거주지를 옮겼고, 발견 당시부터 함께 한 사육사 등 4명과 ‘휘스티’라는 이름의 양과 함께 지냈다.

야생 코끼리 대변에서 표본을 채취 중인 IFAW 관계자. IFAW 홈페이지 캡처

IFAW는 이후 DNA 분석을 통해 나니아가 부르키나파소에 서식하는 아프리카 숲코끼리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프리카 숲코끼리는 멸종 위기 동물로 분류된다고 NYT는 전했다. 국제 아프리카코끼리 전문가 그룹 벤 오키타 공동 의장은 “이 동물이 받는 위협을 고려하면 각각의 개체가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로모 야생동물 당국과 IFAW는 나니아의 가족이 인근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지난 2019년부터 코끼리 대변에서 표본을 수집했다. 분석 결과 대변 표본을 채취한 코끼리 중 한 마리가 나니아의 어미인 것이 확인됐다.

IFAW 등은 이제 나니아를 야생으로 돌려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나니아는 사육사들과 함께 매일 적어도 6시간~8시간을 국립공원을 돌아다니고, 진흙 모욕 등 야생에서 살아갈 적응 훈련을 하고 있다.

나니아의 가족 상봉은 당분간 늦춰질 예정이다. NYT는 야생 숲코끼리들이 장마철을 지나 오는 10월께 되발레 인근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나니아가 가족 외 다른 야생 코끼리 무리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샌디에이고 동물원 야생동물연맹 행동생태학자 시프라 골든버그는 논문을 인용하며 “북부 케냐에 사는 코끼리의 DNA를 분석한 결과 무리 구성원의 20%는 실제 가족이 아니었다”며 “무리가 수용한다면 가족이 아니어도 일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