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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3년내 아이 셋 낳아야 30평대 당첨"...사전청약 희망고문

중앙일보

입력 2021.09.04 14:00

업데이트 2021.09.0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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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인 인천계양 현장(왼쪽)과 조감도.

3기 신도시인 인천계양 현장(왼쪽)과 조감도.

[부동산 위키] 1차 사전청약 마무리

# 두 아이의 아빠로 경기도 성남에 사는 30대 김모씨. 지난 1일 사전청약 당첨의 기쁨도 잠시, 앞날이 걱정이다. 성별이 다른 두 아이가 청소년이 될 때까지 방 2개에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가 당첨된 아파트는 46㎡(이하 전용면적)로 방 2개, 화장실 1개를 갖추고 있다.

# 다른 두 아이의 아빠인 30대 박모씨는 이번 사전청약 탈락이 여간 아쉬운 게 아니다. 점수가 커트라인인데 추첨에서 떨어졌다. 박씨는 앞으로 나올 사전청약에 계속 도전할 생각이지만 자신이 없다.

1차 사전청약이 지난 1일 4333가구의 당첨자를 발표하며 일단락됐다. 신혼희망타운을 공급하고 특별공급을 확대해 무주택 30대를 위한 입구를 넓히고 문턱을 낮췄지만 적지 않은 ‘희망고문’을 남겼다.

이번 사전청약에서 30대 신청자가 전체 9만3000여명의 절반이 넘는 5만명이었다. 신혼희망타운과 신혼부부·생애최초 특별공급 등 30대가 노릴만한 물량이 전체의 75%인 3200여가구여서 30대 경쟁률이 15대 1이었다.

자녀 둘 이상이어야 당첨 

당첨자 발표 결과 지구·주택형 등에 따라 당첨 커트라인이 다소 차이 났는데 입지보다 주택형이 좌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이 클수록 커트라인이 올라가 30평대 국민주택 규모인 84㎡ 커트라인이 거의 만점 수준이었다. 인천계양과 남양주진접2 84㎡ 신혼부부 특별공급 커트라인이 모두 12점이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만점이 13점이고 12점이 되려면 소득이 높을 경우 세 자녀, 거주기간 3년 이상, 청약통장 납입 2년 이상, 혼인기간 3년 이하여야 한다. 결혼 3년 이내에 자녀 셋을 낳아야 하는 것이다.

84㎡가 전체의 2%인 73가구에 불과해 경쟁률이 215대 1에 달했다. 인천계양이 381대 1이었다.

20평대(46~59㎡)도 웬만해선 자녀 수가 둘이어야 당첨권에 들었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을 뚫은 당첨자를 기다리는 집이 4~5명 식구가 살기에 좁다. 30대가 당첨된 주택의 대부분이 방 2개다. 신혼희망타운은 60㎡ 이하로 설계하게 돼 있는데 1차 사전청약 물량을 포함해 거의 다 55㎡ 이하다. 신혼부부 가구원 수가 적고 자녀가 어려서다. 59㎡보다 크기를 조금 줄여 분양가를 낮추려는 이유도 있다.

사전청약 주택형 평면도. 자료: LH

사전청약 주택형 평면도. 자료: LH

문제는 전매제한이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80% 이하로 10년 전매제한 적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매제한 기간이 본청약 시점부터 산정되기 때문에 사전청약 당첨부터 따지면 10년이 넘는다. 인천계양·남양주진접2·의왕청계2 본청약 시기가 2년 뒤다. 지금부터 12년 뒤 팔 수 있다.

당첨자들의 자녀가 지금은 어려서 살기에 큰 불편이 없지만 앞으로 자라면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30대를 위한 집 설계가 전매제한으로 묶이는 40대까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매제한을 염두에 두고 미리 여유 있는 집을 찾다 보니 84㎡ 경쟁률이 치솟았다.

변별력 떨어지는 신혼부부 가점제

당첨 변별력도 논란이 되고 있다. 30대가 많이 청약하는 신혼희망타운과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가점제로 당첨자를 뽑는다. 자녀 수, 거주기간, 무주택기간, 혼인기간 등이 항목이다. 항목별 가중치가 비슷하다. 자녀 1명과 거주기간 1년, 청약통장 가입기간 6개월이 같은 1점이다. 무주택 기간은 3년 이상, 거주기간 2년 이상, 통장 납입기간 2년 이상이면 상한선으로 점수가 각 3점씩 같다.

자료: 국토부

자료: 국토부

자료: 국토부

자료: 국토부

가점(만점 12~13점) 차이가 크지 않다 보니 동점자가 많이 나오고 커트라인에서 추첨으로 당첨이 판가름나기 일쑤다. 웬만한 주택형 커트라인이 10~12점으로 2점 차이다. 무주택 기간이나 거주기간, 청약통장 납입기간이 길어도 점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집 한 번 가진 적 없이 태어나서 30년 넘게 산 고향에서도 분양받기 어려운 셈이다.

김보현 미드미네트웍스 상무는 “점수제가 실효를 거두려면 변별력이 있어야 한다”며 “점수를 세분화하든지 아니면 동점자 추첨에서 무주택기간, 거주기간 등을 따지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전청약 30대 당첨은 자녀 셋 이상을 두거나 억세게 운이 좋지 않으면 '낙타 바늘귀'다. 자녀 셋 이상이면 가점제 당첨 보증수표나 마찬가지다. 둘 이하의 자녀로는 커트라인 추첨이나 아예 처음부터 추첨으로 뽑는 생애최초 특별공급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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