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봉준호가 신인감독 시절, 졸고 있던 배두나에게서 발견한 것 [배우 언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사진)는 개봉 20주년을 맞은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SIWFF)에서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이 공개됐다. [사진 SIWFF]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사진)는 개봉 20주년을 맞은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SIWFF)에서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이 공개됐다. [사진 SIWFF]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시대, 사회에 나선 갓 스물 청춘들에게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정재은 감독의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2001)에선 서로 처지가 달라진 여고 시절 친구들의 삶에 길 잃은 아기 고양이 ‘티티’가 파고들며 작은 파란을 일으키죠. 그 가운데 태희가 있습니다. 뇌성마비 시인을 위해 타이핑을 해주는 태희는 배를 타는 노동자가 되고 싶어합니다. “아무런 미련 없이 자유롭게 떠돌아다닐 수 있다는 건 좋은 거 아닐까?” 볼에 여드름이 빼죽 솟은 빨간 장갑의 태희. 영화 세계의 자유로운 탐험가 배우 배두나(42)의 출발점이었죠.
지난 1일 폐막한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SIWFF)에서는 올해 개봉 20주년을 맞은 ‘고양이를 부탁해’가 디지털 복원돼 상영회를 가졌습니다. 정 감독과 주연 배두나‧이요원‧옥지영이 20년 만에 다시 뭉친 씨네토크 행사는 20초 만에 매진됐죠. “아직도 ‘고양이를 부탁해’ 태희처럼 살고 있다”는 배두나의 또 다른 출연작 7편을 상영하는 특별전도 따로 진행됐습니다.

3일 출시된 팟캐스트 '배우 언니' 배두나편(https://www.joongang.co.kr/jpod/episode/662).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SIWFF)가 상영한 배두나 특별전, 개봉 20주년 주연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사진)를 중심으로 연기 데뷔 후 22년간 봉준호, 박찬욱, 고레에다 히로카즈, 워쇼스키 등 명감독들의 영감이 돼온 '성실한 모험가' 배우 배두나를 집중 탐구했다. [사진 배우 언니, SIWFF]

3일 출시된 팟캐스트 '배우 언니' 배두나편(https://www.joongang.co.kr/jpod/episode/662).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SIWFF)가 상영한 배두나 특별전, 개봉 20주년 주연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사진)를 중심으로 연기 데뷔 후 22년간 봉준호, 박찬욱, 고레에다 히로카즈, 워쇼스키 등 명감독들의 영감이 돼온 '성실한 모험가' 배우 배두나를 집중 탐구했다. [사진 배우 언니, SIWFF]

봉준호 감독의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에서 실종된 개를 찾아 나선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현남부터 첫 천만 영화 ‘괴물’의 양궁선수 남주, 박찬욱 감독의 블랙코미디 잔혹극 ‘복수는 나의 것’의 재벌 해체운동가 영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공기인형’의 인형 노조미, 남북한 올림픽 단일팀을 그린 ‘코리아’의 북한 탁구선수 리분희…. 새삼 태희를 마주하며 “나는 잘 살아왔나” 자문했다는 그의 지난 행보가 매 작품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새겨져 있었죠.
이번 특별전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백인‧멕시코인‧복제인간 1인 3역을 연기한 할리우드 진출작 ‘클라우드 아틀라스’, 좀비사극 ‘킹덤’의 의녀 서비, 검경 수사극 ‘비밀의 숲’ 한여진 경감 등 그의 출연작들은 국적 불문 판타지든 사회파 드라마든 배두나 외엔 다른 배우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게 공통점입니다. 1999년 드라마 ‘학교’, 영화 ‘링’으로 연기 데뷔해 22년간 40편 넘는 영화‧드라마에 출연한 다작 배우이기도 합니다.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 배두나가 연기한 1849년 백인 부인. 환생이 소재인 영화에서 그는 1973년 멕시코 여성, 2144년의 복제인간 손미-451도 연기했다. [사진 NEW]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 배두나가 연기한 1849년 백인 부인. 환생이 소재인 영화에서 그는 1973년 멕시코 여성, 2144년의 복제인간 손미-451도 연기했다. [사진 NEW]

이번 배두나 특별전을 준비한 김현민 SIWFF 프로그래머는 그를 두고 “성실한 모험가”라 부르더군요. 올 하반기 넷플릭스 출시가 예상되는 SF 드라마 ‘고요의 바다’에서 배두나는 달 탐사에도 나섭니다.
봉준호 감독의 ‘플란다스의 개’,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 등이 개봉 당시 대중에게 외면받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들은 왜 흥행이 안 되는지 고민하기도 했다는 배두나. 그럼에도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현재를 사는 게 저의 원동력”이라고 다부지게 말합니다. “무심하다는 것. 그것은 저 자신을 전진하게끔 하는 힘”이라는 그의 소우주를 팟캐스트 ‘배우 언니’가 김현민 프로그래머와 함께 돌아봤습니다.
배우 언니 ‘20주년 '고양이를 부탁해' 배두나 유니버스’는 중앙일보 J팟(https://www.joongang.co.kr/jpod/episode/662)에서도 들으실 수 있습니다.

배우 언니 모아듣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