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맞아야할까…‘백신 의무화’ 전 생각해 볼 몇 가지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1.09.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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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남부 루트비히스부르크의 한 백신 접종센터에 바이오엔테크 백신(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공동개발)주사가 놓여있다. 독일은 지난달 16일 12~17세 청소년 백신접종 권고를 발표하고 오는 10월11일부터 무료로 제공하던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AFP=연합뉴스

독일 남부 루트비히스부르크의 한 백신 접종센터에 바이오엔테크 백신(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공동개발)주사가 놓여있다. 독일은 지난달 16일 12~17세 청소년 백신접종 권고를 발표하고 오는 10월11일부터 무료로 제공하던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AFP=연합뉴스

코로나19 무료 선별검사소가 문을 닫는다. 식당이나 카페·쇼핑몰·헬스장 등을 이용하려면 백신 접종을 마쳤다는 증서가 있어야 한다. 병원과 학교는 물론, 일반 기업에서 일하려면 백신을 맞아야 한다.

상상해 본 게 아니라 실제 미국과 유럽 주요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백신 의무화’ 움직임이다. 경제를 필두로 거의 모든 분야에서 국제사회와 교류하는 한국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의무화 정책을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백신을 맞으면 ‘~할 수 있다’는 인센티브가 백신을 맞지 않으면 ‘~할 수 없다’는 제한과 압박으로 바뀔 거란 얘기다. 이미 정부는 4분기부터 12~17세와 임신부에도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밝혔는데 벌써 우려의 목소리로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달 24일 미국 오하이오주의 주도 콜럼버스에서 사람들이 백신 의무화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 미국은 최근 식품의약국(FDA)이 화이자 백신을 정식 승인하면서 접종 의무화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24일 미국 오하이오주의 주도 콜럼버스에서 사람들이 백신 의무화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 미국은 최근 식품의약국(FDA)이 화이자 백신을 정식 승인하면서 접종 의무화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AFP=연합뉴스

백신은 모두가 맞고 싶어했다. 하루빨리 지긋지긋한 코로나 시대를 끝내고 싶어 접종 예약 초기에 서버가 다운되고, 왜 더 많은 백신을 확보하지 못 했냐고 정부를 비판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백신 부작용이 복병으로 떠올랐다. 미열이나 근육통 같은 일반적인 반응이 아니라 혈전증·심근염·심낭염 등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안내한 심각한 부작용만 여럿이다. 특히 청장년층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백혈병, 부정출혈(하혈), 손발 저림과 마비증상, 치주염(잇몸부기) 등의 이상반응과 심지어 가족·친지·지인이 사망했다는 글이 인터넷 공간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정부의 반응은 일관된다. ‘해당 부작용은 다양한 원인으로 유발되며,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 근거는 없다’는 것. 접종 전엔 분명히 괜찮았는데 접종 후에 고통을 겪게 된 경우 기가 막힐 노릇이다. 부작용 걱정에 후기와 의견을 교환하고 외신기사를 뒤져가며 백신 독학에 나선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이 와중에 백신 의무화 조짐이 감지되자 ‘내 아이는 절대 맞히지 않겠다’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 마스크와 개인위생으로 버티겠다’ 등 저항 여론이 점점 커지고 있다.

본래 학자들은 실험을 통해 증명된 내용이나 수치가 아니면 명확한 판단이나 결론을 말하길 꺼린다. 현재로썬 변이를 거듭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100% 밝혀진 것도 아니고, 백신의 효과나 안전성을 거듭 모니터링할 만큼 시간도 흐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질병관리청과 정부의 대응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개인에겐 나와 가족의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 백신으로 인해 오히려 건강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다면 그 확률이 아무리 낮더라도 망설일 수밖에 없다. 접종률 90% 달성이나 백신 의무화가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결국 지금은 정보와 자원이 제약된 상황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다. 중요한 건 역시 비상시국에 국민을 보호하고 이끌 의무가 있는 정부의 역할이다. 적어도 개인의 건강이 걸린 문제를 두고 ‘아직 인과성이 밝혀진 게 없다’며 과학자용 어법만 써선 안 된다.
질병청 홈페이지엔 코로나19와 관련한 정보들이 올라와 있고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최근 질의응답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별도 상황판이나 상담 서비스를 통해 궁금한 점을 정확하고 자세하게 알 수 있도록, 코로나 및 백신에 대한 국내외 최신 정보와 전문가의 의견을 시시각각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에 마련된 코로나19 질문과 응답 사이트. 사진 홈페이지 캡처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에 마련된 코로나19 질문과 응답 사이트. 사진 홈페이지 캡처

일례로 사람들은 각 백신이 어떤 성분이고 어떤 원리로 항체를 만드는지, 내 몸에 들어온 백신 물질은 없어지는 건지, 계속 몸속에 남아있는 건지 궁금해한다. 비록 증명되지 않았다 해도 내가 겪는 이 부작용이 어떤 ‘가능성’에 의해 일어나는 건지, 완전히 나을 수 있는 건지, 임신부와 아이들이 맞아도 된다면 어떤 근거로 괜찮은 건지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어 한다.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체육문화회관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대기하며 이상반응을 관찰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체육문화회관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대기하며 이상반응을 관찰하고 있다. 뉴스1

이에 앞서 백신의 유통기한과 보관상태는 제대로 지켜졌는지, 접종하면 면역 효과는 얼마나 크고 얼마나 지속하는지, 만약 접종자가 감염되면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지 등 기본적인 정보에 목마른 사람들도 많다. 이 모든 걸 각자 병원에 찾아가 해결하라거나, ‘백신이 최선이다’ ‘부작용 확률은 극히 낮다’ 정도의 메시지만 강조해선 불안을 잠재울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백신에 대한 가짜 뉴스가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데 지장을 초래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했다. 정확히 말하면 가짜 정보를 지적한 것일 텐데, 가짜 정보를 무력화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진짜 정보의 전달이다. 이 점에서 국민이 체감하는 코로나19와 백신 관련 정보는 여전히 부족하고 불친절하며 궁금한 것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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