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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꾸미 잡으러가다 교각 ‘쿵’…금어기 풀린 바다 어선사고 비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낚시어선, 교각 충돌 사고로 22명 사상

지난해 10월 31일 오전 5시40분쯤 충남 태안군 안면도와 보령시 원산도를 잇는 원산안면대교. 주변을 지나던 낚시어선 A호(9.77t·22인승)가 교각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당시 충격으로 배에 타고 있던 승객 3명이 숨지고 선장 등 19명이 다쳤다. 오전 4시50분쯤 보령시 오천항을 출항한 A호는 선장 B씨(42)가 앞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교각과 충돌했다.

지난해 10월 31일 충남 보령시 오천항을 출발한 낚시어선이 운항 중 원산안면대교 교각을 충돌해 3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다. [사진 보령해경]

지난해 10월 31일 충남 보령시 오천항을 출발한 낚시어선이 운항 중 원산안면대교 교각을 충돌해 3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다. [사진 보령해경]

지난 1일 주꾸미 금어기가 풀리면서 충남 서해안을 관할하는 해경에도 비상이 걸렸다. 안전사고는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까지 관리·감독이 한층 강화돼서다. 보령과 태안 연안에는 매년 9~11월 석 달간 이른바 ‘주꾸미 대첩’이 벌어지는데 해경은 예년보다 많은 낚시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낚시어선 출항, 9~11월 석달간 73% 집중 

3일 보령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관할 구역(보령·홍성·서천) 주요 6개 항·포구에서 출항한 낚시어선은 3만4873척, 승객은 54만3469명에 달한다. 주꾸미 금어기가 해제되는 9~11월 석 달간 출항한 낚시어선은 2만3360척으로 연간 출항 건수의 73%를 차지했다. 주말에는 최대 450척이 바다로 나간다. 석 달간 낚시를 즐긴 승객은 39만9307명으로 하루 평균 4400여 명에 달한다.

충남 보령과 태안, 홍성 사이 천수만 해상에서 낚시객들이 주꾸미를 잡고 있다. 지난 1일을 기해 금어기가 풀리면서 낚시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태안군]

충남 보령과 태안, 홍성 사이 천수만 해상에서 낚시객들이 주꾸미를 잡고 있다. 지난 1일을 기해 금어기가 풀리면서 낚시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태안군]

낚시어선 관련 해양사고도 전체의 65%인 25건이 9~11월 사이에 발생했다. 3명이 숨진 원산안면대교 교각 충돌사고도 이 기간에 일어났다. 사고 직후 충남도와 보령해경은 원산안면대교와 오천항 안쪽 바다에서는 선박의 속도를 각각 10노트(시속 18.5㎞), 8노트(시속 15㎞) 이하로 제한했다.

선박 속도 제한…충돌 등 사고 예방

앞서 보령해경은 주꾸미 금어기 해제를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에는 원산안면대교 해상과 오천항 해역 4곳에 ‘항행제한속력 표지판’을 설치했다. 여러 척이 한꺼번에 지나는 구간에서 속도를 줄여 충돌 등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또 해양사고 발생에 대비해 관계 기관과 해경 각 부서에 ‘응급환자 이송 상황도’를 배포했다. 낚시어선 이용객의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승선자 식별 손목밴드’도 착용하도록 각 낚시어선에 당부했다.

충남 보령과 태안, 홍성 사이 천수만 해상에서 낚시객들이 주꾸미를 잡고 있다. 지난 1일을 기해 금어기가 풀리면서 낚시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태안군]

충남 보령과 태안, 홍성 사이 천수만 해상에서 낚시객들이 주꾸미를 잡고 있다. 지난 1일을 기해 금어기가 풀리면서 낚시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태안군]

금어기 해제 첫날인 지난 1일 하태영 보령해경서장은 연안구조정을 타고 관할 구역을 점검했다. 하 서장은 “바다낚시 성수기인 9~1월에는 해앙안전 사고 예방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며 “해경과 자치단체의 관리·감독도 중요하지만, 선장과 승객들이 자발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과속운항 3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벌강화 검토 

해경은 현장 관리·단속과 함께 법 개정도 관련 부처와 기관에 건의할 방침이다. 현재는 과속운항으로 적발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외에는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다. 해경은 보완대책으로 보상금 제한과 보험료 인상, 면세유 혜택 제한, 벌금형으로 처벌 강화 등을 검토 중이다.

하태영 보령해경서장이 주꾸미 금어기가 풀린 지난 1일 오전 원산안면대교 인근 해상을 찾아 항행제한속력 표지판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보령해경]

하태영 보령해경서장이 주꾸미 금어기가 풀린 지난 1일 오전 원산안면대교 인근 해상을 찾아 항행제한속력 표지판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보령해경]

충남도와 시·군은 낚시어선 선주·선장에게 출항 전 안전점검과 기상 상황 확인, 출입항 신고, 승선 정원 초과 금지, 과속·음주 운항 금지, 사고 발생 때 신속한 신고 등을 당부했다. 낚시객들이 배에서 마스크를 상시 착용하고 밥을 거리두기를 지키도록 관리해 줄 것도 요청했다.

충남도-해경, 병원선 의료진 지원 등 협약 

한편 지난달 26일 충남도와 보령해경은 ‘해상 응급의료 대응체계 구축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해상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충남도가 운영하는 병원선은 전문 의료진을 지원, 응급환자를 진료하게 된다. 해경은 섬 지역과 해상에서 사고 발생 때 경비함정 등을 동원해 환자 이송을 지원한다.

충남 보령시 오천항에서 낚시어선들이 출항을 앞두고 안전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일을 기해 주꾸미 금어기가 풀리면서 낚시객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해경은 전망했다. [사진 보령해경]

충남 보령시 오천항에서 낚시어선들이 출항을 앞두고 안전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일을 기해 주꾸미 금어기가 풀리면서 낚시객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해경은 전망했다. [사진 보령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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