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농장에 개 버리고 간다"…셀럽 반려견 동반 출연의 그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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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동물농장에 출연해 '코카스파니엘' 종의 인기를 이끌었던 웅자. SBS 유튜브 캡처

SBS 동물농장에 출연해 '코카스파니엘' 종의 인기를 이끌었던 웅자. SBS 유튜브 캡처

“예전에는 견종 중에 시츄나 코카스파니엘이 많이 보였다면, 요새는 보기 힘들어요. 웰시코기나 비숑이 많은 편이에요.”

대형 동물병원에서 근무하는 수의사 이홍재씨는 ‘견종에도 유행이 있다’는 말을 피부로 느낀다. 그는 “견종 특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미디어의 영향으로 덜컥 데려다 키우는 분이 많은 것 같다”며 "견주들로부터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많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한다. 활동량이 많은 데다 성견이 됐을 때 몸집이 중형견 정도로 커지는 특성 때문이다.

이 수의사는 “웰시코기는 특히 밖에서 양몰이를 하던 견종이고, 산책을 많이 못 해주면 문제 행동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이를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며 “몸집도 TV로 볼 때는 몰랐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되게 많이 커진다”고 말했다.

미디어로 퍼지는 ‘견종 유행’

TV프로그램 1박2일에 출연했던 그레이트피레니즈 '상근이'. KBS 유튜브 캡처

TV프로그램 1박2일에 출연했던 그레이트피레니즈 '상근이'. KBS 유튜브 캡처

대중매체를 통해 반려견 콘텐트가 꾸준히 제작되고 인기를 끌면서, 미디어가 특정 견종의 유행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국내 TV 프로그램을 통한 반려견 유행 계보는 오래전부터 이어졌다. ▶동물농장 코카스파니엘 ‘웅자’ ▶1박2일그레이트피레니즈 ‘상근이’ ▶개밥주는남자 웰시코기 ‘대ㆍ중ㆍ소’ ▶삼시세끼장모치와와 ‘산체’ 등이 그 예다.

최근엔 영역이 확대됐다. TV프로그램은 물론 연예인의 SNS, 반려견을 콘텐트로 한 일명 ‘펫튜버’로도 다양한 반려견의 모습을 접하기 쉬워졌다. 반려견이나 반려묘로 구독자 100만을 넘은 채널도 4개나 있다. 최근 펫 유튜브를 시작한 김모(30)씨는 “별다른 편집 없이도 강아지가 하는 귀여운 행동, 외모로 높은 조회 수가 나오다 보니 진입장벽이 낮은 것 같다”고 말했다.

 SNS상에선 최근 ‘믹스견’이 유행이다. 시골 개가 연상되는 잡종이 아닌 인위적으로 교배시켜 만든 작고 귀여운 종이다. 말티즈와 푸들을 섞은 ‘말티푸’가 높은 인기를 얻었으며, 말티즈 같은 생김새에 요크셔테리어의 털빛을 가진 ‘몰키즈’가 한창 유행이다. 업계에선 이를 ‘하이브리드’라고 부른다.

SNS상에서 유행 중인 말티푸와 몰키즈. 인스타그램 캡처

SNS상에서 유행 중인 말티푸와 몰키즈. 인스타그램 캡처

“식용 개농장을 가도 유행 보인다”

하지만 특정 견종의 유행은 결국 무분별한 번식으로 이어진다. 포털 사이트에 연예인 이름과 그가 키우는 견종을 검색하면 애견분양샵이 다수 나온다. 펫샵 수요에 따라 번식업자는 유행 견종의 모견으로 인위적인 번식을 반복한다.

문제는 유행 견종이 일정 시간이 지나 버려지면서 유기견 보호소의 다수 견종이 된다는 것이다. 유기견 통계를 살펴보면 유행했던 품종이 몇 년 뒤 유기되는 추세가 확연하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 따르면 2010년 399건에 불과했던 포메라니안 종 유기견 수는 2020년 1716건으로 급증했다. 2010년엔 유기된 사례가 없었던 웰시코기와 비숑도 2020년 각각 723, 378마리로 늘었다.

동물보호단체는 더 다양한 채널로 이런 현실을 본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인 포인 핸드와 유기보호소는 물론이고 개농장을 가도 유행이 보인다”며 “가끔 식용 개를 기르는 개농장에 작은 품종견들이 있는데, 개농장 업주도 작은 개를 식용으로 팔려고 키우진 않는다. 견주들이 개농장이 뭐 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기르던 개를 버리고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이어 “TV 프로그램 등이 반려동물을 콘텐트화할 때는 아무리 흥미 위주라고 해도 반려견을 가족으로 맞을 땐 책임의식이 필요하다는 주의사항을 곁들였으면 한다”며 “국가에서는 올해부터 동물 유기행위가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이어지는 범죄행위라는 인식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홍재 수의사는 “반려견을 입양할 때 유기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공부를 통해 지식을 쌓고 입양해야 한다”며 “미디어에 비치는 모습보다 태생적으로 유전병이 많다거나, 성격 등 특징을 잘 파악하고 어느 정도 마음의 각오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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