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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으로 수업하니 효과 없지…대학혁신 선두주자 ‘비대면 해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3월 29일 코로나19 확산세가 대학가로 이어지며 기숙사에서 5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정문에 출입 통제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지난 3월 29일 코로나19 확산세가 대학가로 이어지며 기숙사에서 5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정문에 출입 통제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2년 가까이 이어지며 대학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유례없는 전염병의 확산 속에서 시작된 ‘전면 비대면 수업’이란 대학교육의 새로운 실험은 이제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됐다. 그러나 불가피한 현실 속에서도 대면 수업을 포기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 또한 외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반복되는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대학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대면 수업으로의 회귀’가 정답일까. ‘캠퍼스 없는 대학교’임에도 전 세계의 인재가 몰리는 미국 미네르바스쿨의 한국인 재학생 임하영(23)씨는 “아니다”고 말한다. 100%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며 대학교육의 혁신을 보여준 미네르바스쿨의 ‘비대면 수업’은 무엇이 다른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미네르바스쿨의 한국인 재학생 임하영(23)씨. 유치원 이후로는 성인이 되기까지 학교에 다니지 않고 홈스쿨을 한 그는 지난해 미네르바스쿨에 입학해 처음으로 학교 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여성국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미네르바스쿨의 한국인 재학생 임하영(23)씨. 유치원 이후로는 성인이 되기까지 학교에 다니지 않고 홈스쿨을 한 그는 지난해 미네르바스쿨에 입학해 처음으로 학교 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여성국 기자

Q: 캠퍼스 없는 대학교에 다니고 있다. 미네르바스쿨은 어떤 학교인가?
A: 미네르바스쿨은 2014년에 개교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물리적인 캠퍼스 없이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대학교다. 다만 모든 대학생활이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재학생들은 7개국의 도시를 돌면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현지 인턴십을 병행한다. 대학의 역사는 매우 짧지만, 하버드 대학보다 입학 경쟁률이 높고 졸업생의 취업 결과도 아이비리그 대학보다 뛰어나다.

미네르바스쿨의 재학생들은 미국(샌프란시스코)에서 1학년 생활을 시작으로 학기마다 한국(서울)·인도(하이데라바드)·영국(런던)·대만(타이베이)·독일(베를린)을 옮겨 다닌다. 각 도시에 마련된 기숙사에서 머무르며 온라인 강의를 듣고 동기들과 교류하며 현지 문화를 배우고 인턴십을 한다. 한국에는 서울 용산구 해방촌에 미네르바스쿨 기숙사가 있다.

Q: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이유는?
A: 미네르바스쿨은 교수와 학생 간의 상호작용을 극대화하고자 온라인이라는 방식을 선택했다. 매 수업이 ‘진이 빠질 정도’로 힘들다. 오프라인에선 실현 불가능한 토론과 토의를 통해 학술적인 상호작용이 수업 시간 내내 끊임없이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

Q: ZOOM(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한국 대학의 비대면 수업과 많이 다른가?
A: 전혀 다르다고 본다. 미네르바스쿨은 자체 개발한 ‘액티브 러닝 포럼’(포럼)이라는 플랫폼으로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카메라를 통해 교수와 학생이 서로의 얼굴을 본다는 점에서 ZOOM과 비슷할 수 있지만, 핵심은 ‘토론식 세미나’를 진행하게 하는 기능의 유무다.

Q: ZOOM과 다른 기능은 무엇인가?
A: 예를 들면 교수의 화면에는 학생의 얼굴과 함께 참여도를 알 수 있는 표시가 뜬다. 학생이 수업 시간 동안 얼마나 발언했는지를 토대로 학생마다 빨간색·노란색·초록색의 불빛이 다르게 표시된다. 최대 18명이 참여하는 강의에서 교수는 참여도가 낮은 학생을 구분해 질문을 던지면서 수업 참여를 끌어낸다.

미네르바스쿨 온라인 수업 [미네르바스쿨 사이트 캡처]

미네르바스쿨 온라인 수업 [미네르바스쿨 사이트 캡처]

Q: 수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학생의 참여로 보인다.
A: 미네르바스쿨의 수업에선 교수가 4분 이상 연속으로 말하면 안 된다는 규칙이 있다. 90분간 진행되는 강의를 듣기 전에 학생들은 A4 10장이 넘는 예습 자료를 반드시 읽어야 한다. 수업 시작과 동시에 쪽지시험으로 예습 여부를 점검하고 학생들은 수업 시간 내내 예습한 주제에 관해 토론한다. 포럼 내 온라인 협업 도구를 이용해 수업 도중 소모임을 만들어 조별 토의를 하기도 하고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교수는 질문을 던지고 피드백을 주는 등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자신의 지식을 학생에게 전달하는 일반적인 교수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임하영(23)씨가 미네르바스쿨의 온라인 교육 플랫폼인 '액티브 러닝 포럼'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여성국 기자

임하영(23)씨가 미네르바스쿨의 온라인 교육 플랫폼인 '액티브 러닝 포럼'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여성국 기자

코로나19의 여파로 한국의 대학이 대부분 수업을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와중에 지난 6월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총대를 멨다”고 했다. 오 총장은 “학생들이 이대로 사회에 나가면 지적 공동체에서 받아야 했을 훈련과 경험이 부족할 가능성이 크고, 대학은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며 대면 수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Q: 한국에선 다시 대면수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 본질적인 문제는 교수와 학생들 사이에 어떤 상호작용을 극대화할 것인가이다. 물리적인 대학 캠퍼스에서 교수와 한 공간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다고 해서 ‘지적 공동체’가 형성될까. 교수 한 사람이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의 학생을 앞에 두고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시스템은 학생들의 지적 성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현재 한국의 비대면 수업 역시 ZOOM으로 학술적인 상호작용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미네르바스쿨 온라인 수업 [미네르바스쿨 사이트 캡처]

미네르바스쿨 온라인 수업 [미네르바스쿨 사이트 캡처]

Q. 비대면 수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A. 미네르바스쿨의 포럼이 정답은 아니지만 결국 학습자의 성장에 초점을 맞춰 설계된 시스템의 존재 여부가 중요하다. 교수와 학생, 그리고 학생들 간에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소프트웨어가 뒷받침된다면 비대면 수업의 한계는 극복 가능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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