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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와 『82년생 김지영』…하이퍼리얼리즘이 인기인 이유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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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D.P.’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D.P.’ [사진 넷플릭스]

이지영 문화팀장의 픽 : 드라마 ‘D.P.’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의 열기가 뜨겁습니다. TV 드라마였다면 시청률 20%는 족히 넘기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숱한 얘깃거리를 만들어내며 이슈몰이 중입니다.

‘D.P.’의 배경은 2014년입니다. 군대 내 구타와 괴롭힘 등 폭력 문제를 수면 위에 올려놓은 ‘윤일병 폭행 사망 사건’과 ‘임병장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해지요. “참으면 윤 일병, 못 참으면 임 병장”이란 유명한 말이 나왔던, 바로 그때입니다.

‘D.P.’는 병영 내 가혹 행위를 마치 범죄 재연 프로그램처럼 그려냅니다. 못 박힌 벽에 후임병의 머리를 밀어 찧게 하고, 방독면을 씌워 재우는가 하면, 음모를 불로 태우는 성폭력도 벌어집니다. 총 6회로 구성된 드라마는 매회 시작 부분에서 남자 아기가 유아기ㆍ아동기를 거쳐 청년으로 성장해 입대하는 모습을 파노라마처럼 담아 보여줍니다. 이 지옥 같은 공간에 가해자로, 피해자로, 또 방관자로 머무는 청춘들이 바로 ‘나’ ‘내 가족’이라는 걸 각인시키는 장치지요.

넷플릭스 드라마 ‘D.P.’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D.P.’ [사진 넷플릭스]

예비역 시청자들의 반응은 공감 그 자체입니다. “진짜 극사실주의” “나도 군에서 맞아 고막이 나갔다. 이 드라마 보고 그때 기억에 잠 못 이뤘다” “사고 안 치고 참고 견딘 내가 대견” 등 생생한 댓글들이 관련 뉴스마다 줄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감정 이입은 군필자만 하는 게 아닙니다. 엄마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인 맘카페들도 ‘아들 둔 엄마’들의 분노와 걱정으로 술렁댑니다. “내무반 구성원에 따라 지옥이 될 수도 있는 곳인데… 요즘 군대가 군대냐며 캠프네, 놀러갔네, 하고 조롱하는 사람들 다 천벌 받았으면 좋겠다” 식의 과격한 글들도 여럿입니다.

‘D.P.’는 허구의 인물들이 펼쳐내는 드라마지만, 세부 묘사는 당시 뉴스의 한 대목, 한 대목을 따온 듯 사실적입니다. 실제 사건ㆍ현상의 다큐멘터리식 묘사를 극 구조에 끼워넣어 하이퍼리얼리즘을 구현해냈다는 점에서 『82년생 김지영』과도 일맥상통합니다.

2016년 출간된 밀리언셀러 『82년생 김지영』은 우리 시대 보통의 여성들이 겪었음 직한 불평등ㆍ부조리한 현실을 기록물처럼 담아내  ‘일상의 페미니즘’ 바람을 불러온 소설입니다. 이후 드라마 ‘며느라기’ (카카오TV), ‘산후조리원’(tvN) 등 유사한 성격의 콘텐트들이 등장, 여전히 가부장적인 결혼문화ㆍ출산문화의 현실을 꼬집어내며 여성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82년생 김지영'.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82년생 김지영』을 위시한 ‘여성 문제’ 콘텐트들이 인기를 끈 이유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의 너무나 오래된 문제여서 그냥 일상이 돼버린, 그래서 새삼 얘깃거리로 꺼내기 진부한 소재를 가상세계 속에 집어넣어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해준 거지요.

‘D.P.’ 역시 그렇습니다. 군대 내 폭력과 은폐 움직임 등 ‘병영 폐습’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사건으로 뉴스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이제 달라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착시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하이퍼리얼리즘 콘텐트들의 인기 이면에는 현실을 바꾸고 싶어하는 대중의 욕망도 있습니다. 비단 군대뿐 아니라 내 주변 현실의 부조리하고 폭력적인 상황에서 ‘방관자’가 되고 싶지 않은 바람이 ‘D.P.’의 안준호(정해인)와 한호열(구교환)을 응원하게 만듭니다. 이제 포문을 연 ‘군대 문제’ 콘텐트가 어디까지 확장될지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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