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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률 曰] “시네마는 멈추지 않았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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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2호 30면

남승률 이코노미스트 뉴스룸 본부장

남승률 이코노미스트 뉴스룸 본부장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영화관 관객 수는 2002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8.2%(1239만 명) 줄었다.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이 가동된 2004년 이후 같은 기간 대비 역대 최저치다. 매출액은 1863억원으로 32%(875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사정도 비슷했다. 극장 전체 관객 수는 5952만 명으로 전년보다 73.7% 줄었다. 2004년~2012년 연간 1억 명대, 2013년~2019년 2억 명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었다. 2010년대 들어 꾸준히 4회가 넘었던 1인당 극장 관람 횟수도 1.15회로 떨어졌다. 이런 탓에 매출액은 2005년 이후 최저치인 5104억원으로 전년 대비 73.3% 줄었다. 극장 고용인력 역시 70.2% 감소했다. 7~8월 성수기에도 100만 정도만 넘겨도 손뼉을 치게 됐다. 올 하반기 전망도 어둡다. ‘미나리’ 등의 흥행으로 숨통이 트이나 싶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4단계로 조정되면서 다시 타격을 받고 있다.

코로나19에 영화산업도 몸살
상생 노력에 정부도 힘 보태야

2년 연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몸살을 앓고 있는 극장가의 실상이다. 10명 중 4명이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는 조사가 나올 정도로 심각한 자영업자 상황 못지않게 암울하다. 특히 극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대형 멀티플렉스 3사(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는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면서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은 극장은 아예 문을 닫고 있다. 국내 첫 멀티플렉스 극장으로 지난 43년 동안 종로의 터줏대감이던 서울극장조차 지난달 31일에 폐관했다. 대형 멀티플렉스 영향력 확대, 넷플릭스·디즈니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인기 등 시대 변화에 떠밀린 탓이 크지만 코로나19 영향도 작지 않았다.

코너에 몰린 극장가는 다양한 시도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예컨대 OTT라는 적과의 동침이다. CGV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승리호’ 등 한국 영화 7편을 오는 12일까지 상영하는 특별전을 마련했다. 이보다 앞서 배급사 CJ ENM은 ‘서복’ 등을 극장과 OTT 채널에서 동시에 선보이기도 했다. 비대면 시대에 극장과 OTT가 싸우지만 말고 시장을 넓힐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극장가와 제작사의 상생 실험도 눈에 띈다. 극장 업계는 제작사가 총제작비의 50%를 회수할 때까지 극장 수입 전액을 지급하는 지원책을 내놨다. 제작사 쪽에서 손실을 우려해 흥행에 유리한 대작 제작이나 개봉을 미루면서 관객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극장 수입이 감소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다. 대형 멀티플렉스 3사, 배급사, IPTV 업계 등은 지난여름 개봉을 겨냥한 한국 영화 5편 중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한 ‘모가디슈’와 ‘싱크홀’을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 덕에 약 255억원이 든 ‘모가디슈’는 극장 수익 기준 손익분기점이 약 500만 명에서 350만 명 안팎으로, 약 145억원이 든 ‘싱크홀’의 손익분기점은 210만 명 정도로 낮아져 부담을 덜었다. 2일까지 누적 관객은 ‘모가디슈’ 312만 명, ‘싱크홀’ 203만 명으로 코로나19 악조건 속에서도 순항하고 있다.

다만 국내 영화산업의 반등을 기대하려면 업계의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극장 업계가 흥행의 마중물을 마련한 것처럼 신작 개봉 지원금, 영화발전기금 납부 면제 등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관객이 전년 대비 50% 이상 감소할 경우 영화발전기금을 면제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오는 11월부터 적용된다).

영화는 고달픈 일상에서 누군가의 꿈이고 추억이다. 어엿한 산업으로도 자리매김했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 7월 칸 영화제 개막식에서 “영화제는 멈춘 적이 있어도 시네마는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렵지만 영사기도 계속 돌아갈 수 있도록 십시일반 힘을 보태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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