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방에서 새어나온 ‘죽음의 절규’…뉴욕 빈민층 할퀸 ‘아이다’

중앙일보

입력 2021.09.04 00:23

1일(현지시간) 허리케인 아이다가 미국 뉴욕 지역을 강타하면서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 인근에서 시민들이 폭우와 침수된 거리를 헤쳐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허리케인 아이다가 미국 뉴욕 지역을 강타하면서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 인근에서 시민들이 폭우와 침수된 거리를 헤쳐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대륙에 상륙한 허리케인 아이다가 미국 최대 도시 뉴욕마저 삼켜 버렸다. 1869년 기상 관측 시작 이래 최대 기록적 폭우로 뉴욕은 마비됐고 북동부 지역에서만 40명 이상이 생명을 잃었다.

최악의 폭우는 특히 서민들이 살던 반지하방을 죽음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2일(현지시간) 갑작스런 폭우에 뉴욕 브루클린 고속도로에 차량이 침수돼 있다. AFP=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갑작스런 폭우에 뉴욕 브루클린 고속도로에 차량이 침수돼 있다. AFP=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폭풍우가 어떻게 반지하 방들을 죽음의 덫으로 바꿨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허리케인 아이다로 인해 희생된 반지하 방 주거자들의 비극을 전했다.

뉴욕시 브루클린의 한 반지하 방에서 외롭게 숨진 로베르토 브라보(66)도 그 중 한 명이다. 창문이 한 개도 없을 정도로 어둡고 열악한 반지하방에 살았던 브라보는 “제발 도와달라”고 비명을 질렀지만 끝내 방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갑자기 반지하방으로 들이닥친 빗물은 순식간에 천장까지 차올랐고 그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고통스럽게 목숨을 잃었다.

브라보는 1980년대 미국으로 오기 전에 에콰도르 군대에서 복무한 이민자다. 과거 건설업 등에서 일했지만 최근 수년 동안 이혼과 건강 악화 등 힘든 일을 겪었다.

허리케인 아이다의 여파로 1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웅덩이에 성조기가 떠 있다. AP=연합뉴스

허리케인 아이다의 여파로 1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웅덩이에 성조기가 떠 있다. AP=연합뉴스

NYT에 따르면 1일 폭우로 뉴욕시에서 숨진 13명 중 최소 11명이 그처럼 반지하방 거주자다. 가장 비싸다는 뉴욕시 아파트의 지하층이 침수되면서 목숨을 잃은 것이다.

허리케인 아이다로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근처에서 사람들이 비를 맞으며 걸어가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허리케인 아이다로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근처에서 사람들이 비를 맞으며 걸어가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뉴욕 퀸스에서는 아파트 지하에까지 빗물이 차오르면서 두 살배기 아기부터 86세 할머니까지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뉴욕의 반지하 방들은 대부분 건물을 불법으로 개조한 것인데 식당과 호텔 등에서 일하는 저소득층과 이민자들이 많이 살고 있다.

이 같은 피해는 화려한 도시 뉴욕의 어두운 민낯을 보여준다.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 인근 침수된 도로 위로 차량이 침수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 인근 침수된 도로 위로 차량이 침수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NYT는 익명의 관리를 인용해 뉴욕시 당국이 반지하 방 사고와 관련한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NYT는 “미국이 극단적 기후에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 줬다”고 짚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뉴욕 인프라가 기후변화에 얼마나 취약한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허리케인 아이다의 여파로 한 바지선이 교각을 무너뜨렸다. AP=연합뉴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허리케인 아이다의 여파로 한 바지선이 교각을 무너뜨렸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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