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코 언론에 재갈 물리겠다는 與

문 대통령 “우리 정부 말년 없다, 협치 절실하니 도와달라”

중앙선데이

입력 2021.09.04 00:23

업데이트 2021.09.04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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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2호 05면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회의장단·상임위원장단 초청 간담회에서 정진석 국회부의장과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회의장단·상임위원장단 초청 간담회에서 정진석 국회부의장과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3일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들에게 ‘협치와 합의’를 내세우며 “도와 달라”는 말을 반복했다.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오찬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문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있어서 여야가 경쟁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경쟁은 경쟁이고 민생은 민생이라고 생각해 달라”며 “국민의 삶을 지키고 더 발전시키는 일에 함께 힘을 모아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공개된 모두발언에서는 “우리 정부는 ‘말년’이라는 게 없을 것 같다”고도 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박병석 국회의장은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40%를 넘고 있다. 헌정사상 처음 레임덕 없는 대통령으로 기록되시길 희망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반면 국민의힘 소속 윤재옥 국회 정무위원장은 “국정 지지도가 40%를 유지하고 있다. 드문 일”이라면서도 “국민 기대에 잘 보답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는 뼈있는 인사말을 건넸다.

언론중재법 싸고 여야 날 선 대화

그러자 문 대통령은 간담회가 비공개로 전환된 직후 “(공개 발언에서) 말년이 없다고 말한 건 레임덕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라 협치하기에 좋은 시기라는 말을 한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그러면서 ‘레임덕’이란 표현이 권력 누수를 절름발이 오리에 비유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장애 비하가 될 수 있어서 그 표현을 싫어한다”는 취지의 설명을 곁들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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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이어 “내년 예산은 차기 정부가 사용해야 할 예산”이라며 수차례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협치를 강조한 문 대통령의 말에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오랜만에 청와대에 오면서 ‘정권은 유한하지만, 정부는 무한하다’라는 생각을 해봤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정 부의장의 말을 종이에 메모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간담회가 끝난 뒤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야당 참석자들은 “여당 의원들은 ‘문비어천가’에 집중했지만 야당에선 대통령에 대한 쓴소리도 적지 않게 나왔다”고 다른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국민의힘 소속 조해진 교육위원장이 딸 얘기를 꺼냈을 때는 분위기가 얼어붙기도 했다. 조 위원장은 “국회에서 만난 문 대통령은 굉장히 좋은 사람이고 인품도 훌륭해 대선 때 공격이 잘 안 됐다”며 “그런데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에 간다고 하니 막내딸이 ‘아빠, 문 대통령 싫어하잖아요’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변한 것처럼 문 대통령에게 실망하고 돌아선 사람이 많을 것”이라며 “이 상태로는 퇴임 후에도 진영에 따라 국민이 서로 갈라서 싸울 것이다. 국가적 불행을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정 부의장도 “대통령 임기 말에 진행되는 마지막 국회에서는 어지간한 안건들은 여야 합의로 다 처리를 해왔다”며 “여당이 예산안과 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모습을 또 국민에게 보여주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를 염두에 둔 말이었다.

비공개 대화에선 ‘언론재갈법’으로 불리는 언론중재법을 놓고 여야 간에 날 선 대화도 오갔다. 민주당 소속 김경협 정보위원장은 “독일 나치와 히틀러가 유대인을 학살할 때 가짜뉴스를 동원해 유대인을 다 매도해 놓고 학살을 진행했다. 그만큼 가짜뉴스는 심각하다”고 했다. 가짜뉴스 차단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언론중재법 옹호에 나선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 소속 박대출 환경노동위원장은 “가짜뉴스를 근절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면서도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켜선 안 된다”고 맞섰다.

이 같은 대화를 경청한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가치가 부딪히는 일은 도처에 있다”며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도 많지만 국회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다. 합리적 해법을 찾기 위해 대화와 타협을 모색해야 하는 지금이 협치가 절실한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차 “국회에서 도와 달라”고 당부했다.

간담회에선 작은 해프닝도 있었다. 민주당 소속인 김상희 부의장은 간담회 시작 5분 뒤에야 행사장에 도착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김 부의장의 공석을 확인한 뒤 “아직 안 오셨지만 (야당 몫 국회부의장과 상임위원장이 배분되지 않았던 시기에) 홀로 부의장직을 수행하시느라 외로웠을 텐데 이제 조금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며 ‘나 홀로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뒤늦게 마이크를 잡은 김 부의장은 “살면서 일생일대 최대의 실수를 한 것 같다. 여러 일정을 착각했다”고 사과했다.

민주당, 유엔에 반론 보내는 방안 추진

청와대에서 이 같은 대화가 오가는 상황에서도 민주당은 이날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고삐를 더욱 죄고 나섰다. 특히 윤호중 원내대표는 언론중재법 관련 회의에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반론을 보내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당 미디어특위 관계자도 “늦어도 오는 20일까지는 반론을 보내기로 공감대가 형성됐다. 송영길 대표 등 지도부에도 공유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언론중재법과 함께 민주당이 ‘언론개혁법안’이라고 주장해온 관련 법안들을 9월 정기국회 내에 모두 처리하려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 신현영 원내대변인은 “신문법·방송법·정보통신망법 등을 정기국회에서 꼭 처리하겠다는 게 당의 의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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