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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다이너마이트”…가슴 속 잠재력을 폭발시켜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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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2호 22면

인문학자의 과학 탐미

“Dynnnnnanana, life is dynamite.” BTS가 지난해 발표한 노래 ‘다이너마이트’에서 반복되는 가사다. 가끔 힘이 빠질 때 듣다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반복되는 노랫말은 이렇다. “인생은 다이너마이트/ 펑크와 소울로 난 온 도시를 반짝여/ 빛으로 물들일 거야 다이너마이트처럼.” 대중음악 장르인 ‘펑크’와 ‘소울’로 온 도시를 물들이겠다는 멋진 포부가 참 신난다.

‘다이너마이트’의 뿌리어는 고대 그리스어 ‘뒤나미스(dynamis)’다. ‘다이나믹(dynamic)’(역학/힘센)이란 말도 여기서 나왔다. 힘이긴 하지만 현실에서 아직 그 형태를 드러나지 않은 잠재력이 ‘뒤나미스’다. 도토리가 있다고 하자. 아직 나무가 되지 않았음에도 장차 나무가 될 도토리 속에 있는 잠재력이 바로 ‘뒤나미스’다. 이 힘이 도토리를 기필코 나무로 변하게 한다.

폭발력 안으로 숨긴 고체폭약 만들어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사람은 스웨덴의 발명가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이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하기 전 그가 생산했던 폭약은 액체 상태의 니트로글리세린이었다.

1 ‘다이너마이트’로 지난해 빌보드 핫100 1위를 차지한 BTS. 2 고체 폭약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노벨. 3 태양광 발전시설. [중앙포토]

1 ‘다이너마이트’로 지난해 빌보드 핫100 1위를 차지한 BTS. 2 고체 폭약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노벨. 3 태양광 발전시설. [중앙포토]

‘니트로(nitro)’란 한 개의 질소 원자와 두 개의 산소 원자가 결합한 원자단을 말하는데, 여기에 글리세롤을 혼합하여 물속에 넣자 니트로글리세린이 분리되었다. 이 분리법을 알아낸 사람이 이탈리아의 화학자 아스카니오 소브레로(1812~1888)다. 소브레로는 니트로글리세린을 조금만 맛보았는데도 심장 박동이 거세지고 사지가 풀어지며 두통이 생긴다는 것을 알았다. 니트로글리세린은 혈관을 확장시켜 피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 주었기에 협심증 환자의 치료제로 한동안 쓰였다.

하지만 액체폭약으로 사용되면서 공포의 대상이 됐다. 부주의로 조금만 흔들려도 폭발했기 때문이다. 생산 공장에서 폭발이 잇따랐고, 노벨의 동생마저 사고를 당했다. 안전한 고체폭약을 만들고 싶었던 노벨은 액체 상태의 니트로글리세린에 톱밥·시멘트·숯가루 등을 섞어가며 실험했다. 그럼에도 고체폭약은 쉽게 얻을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노벨은 엎질러진 니트로글리세린이 톱밥의 포장 재료였던 규조토에 흡수되는 것을 보았다. 위험을 무릅쓰고 니트로글리세린과 규조토의 비율을 달리하며 실험을 거듭하다가, 3대 1의 비율로 섞을 때 폭약을 쉽게 제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흔들거나 두들겨도 뇌관 없이는 폭발하지 않는 안전한 고체폭약을 어떤 모양이나 크기로든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노벨은 ‘잠재력’이란 뜻이 담긴 고대어 ‘뒤나미스’를 참조해 ‘다이너마이트’라는 이름을 만들어냈다.

잠재력과 실패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계획대로 일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것 못지않게 실패까지도 받아들이고 그것을 뛰어넘고자 도전할 때 우리는 꿈을 이룬다. 잠재력은 역설적이게도 우리의 실패 속에서 꽃을 피운다.

잠재력이 현실로 드러나는 것을 아리스토텔레스는 ‘엔에르게이아(energeia)’라고 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이 단어가 에너지(energy)의 뿌리어라는 점이다. ‘엔’은 영어의 ‘in’에, ‘에르게이아’는 ‘work’에 해당한다. 즉 에너지란 어떤 작업이나 작품, 열매나 결실로 구체화된 힘을 말한다.

잠재력과 에너지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 발전기다. 발전기를 뜻하는 ‘다이나모(dynamo)’ 역시 ‘뒤나미스’에서 온 용어인데, 발전기는 잠재력에 해당하고 여기서 얻게 된 전기가 구체화된 ‘엔에르기아’, 즉 에너지에 해당한다. 발전기는 전기에너지를 얻기 위해 자석 속(자기장)에 코일을 돌리는데, 전기뿐만 아니라 자기의 성질이 이용된다.

옛날 사람들은 전기와 자기를 별개의 것으로 생각했다. 나침반 바늘이 어디에 있든지 북쪽과 남쪽을 가리킨다는 것에 대해선, 지구의 내부에 영구 자석이 있다고 단순하게 이해했다. 물론 지구의 내부에 철이 있기 때문에 영구 자석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는 받아들이지 않는 이론이 되었다. 섭씨 770도보다 높은 온도(퀴리점)에서 영구 자석은 자성을 잃게 되는데, 지구핵의 온도가 무려 3000도 이상이기에 지구 내부에서는 자성을 지닐 수 없기 때문이다.

지구 내부에 영구 자석이 없다면, 지구는 어떻게 자기장을 지니게 된 것일까. 사고의 일대 전환을 가져온 것은 발전기 원리를 적용하면서부터다. 발전기의 원리로 지구의 자기장을 설명하는 것을 ‘다이나모 이론’(발전기설)이라 한다. 나침반 바늘은 영구 자석 주위에서뿐만 아니라 전류가 흐르는 전선 주위에서도 움직인다. 이 사실로 볼 때 자기장은 자석뿐만 아니라 전류가 흐르는 곳 주위에서도 형성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구 내부에 전류만 흐른다면 지구 자기장이 형성된다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지구 내부에 전류가 흐를 수 있을까. 지구 속에는 외핵과 내핵이 있는데, 외핵 속에는 전도체인 철과 니켈이 액체 상태로 있다. 액체 상태의 철과 니켈은 지구의 자전 때문에 내핵 주위를 순환할 것이고, 이것이 전류가 흐르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내어 자기장이 자전축과 평행한 방향으로 발생한다. 그러면 그 자기장이 다시 유도 전류를 만들어 내면서 지구 내부의 자기장은 계속 유지된다. ‘다이나모 이론’에 따르면 지구 자기장은 섭씨 3000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자성을 보존하며, 외핵 속에서 대류가 변화되는 경우가 있어 자극이 이동하거나 역전되는 현상도 쉽게 설명된다.

지구는 스스로 움직이는 힘, 자전으로 전류 효과를 발생시켜 자기장을 끌어낸다. 그 결과 현실적으로 방사선이 방출되는 태양풍을 막아주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인간은 지구에서 우주복을 입지 않아도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하다. 지구를 ‘다이나모’라는 잠재력으로 보는 관점에서 지구 자기장은 일종의 에너지인 셈이다.

다이나모 이론에 따르면 ‘지구 발전기’는 지구의 자전, 철과 니켈의 순환, 자기장의 발생이라는 과정을 통해 존재한다. 그렇다면 ‘지구 발전기’와 같이 잠재되어 있는 지구 자체의 에너지원에서 에너지를 모을 수는 없을까. 화석 연료의 고갈과 환경오염 문제에 직면해 국내외적으로 지속가능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그 답은 더 절실하다.

신재생에너지란 “기존의 화석연료를 변환시켜 이용하거나(신에너지) 햇빛·물·지열·강수·생물유기체 등을 포함하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변환시켜 이용하는”(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제2조) 에너지를 말한다. 신에너지에는 연료전지·석탄액화 가스화·수소에너지 등이 있고, 재생에너지에는 태양열·태양광 발전·바이오매스·풍력·수력·지열·해양에너지·폐기물에너지 등이 있다. 하지만 여기에 나열된 에너지는 아직 에너지로 전환되기 전의 ‘잠재(적 상)태’로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잠재력을 에너지로 전환해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 기술이다.

다양한 잠재적 에너지원 중 최근 눈길을 끄는 연구가 마찰전기로 에너지를 모으는 것이다. 마찰전기의 효과인 정전기는 겨울철 흔한 현상으로, 이전까지는 에너지로 모은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2012년 조지아 공대에서 마찰전기로 발생한 전하를 활용한 ‘나노제너레이터(triboelectric nanogenerator)’를 선보인 후 연구가 급진전했다. 마찰전기에서 얻은 전기 에너지는 친환경 에너지로, 자가충전(self-powering)이 가능한 웨어러블 디바이스나 생체이식형 소자, 최근에는 자기장이 결합된 고출력 최첨단 에너지원으로서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잠재력과 실패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

현재 우리 사회의 에너지 전환은 조급한 감이 있다. 잠재적 에너지원을 에너지로 전환하고 저장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원 발굴과 에너지 기반 인프라의 변화, 에너지 생산과 소비 구조에 대한 전반적인 변화가 요구되기에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치밀하게 진행되어야만 한다. 임기응변식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은 잠재력 있는 에너지원을 놓치기 쉽다. 또 특정 에너지에 편중되면 만에 하나라도 있을 그 에너지의 폐해로 큰 문제가 될 우려도 있다.

이는 사람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와도 무관하지 않다. 우리 사회는 언젠가부터 많은 젊은이들의 잠재력을 확보하고 결집하는데 실패하고 있다. 그 어떤 세대보다 더 많은 학력과 경험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들을 낙오자로 여긴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고스펙에 맞추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잠재력을 무한히 품고 있는 2030세대의 자살률이 이를 말해 준다.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에너지 잠재량이 확보되어야 한다. 구성원이 지닌 진정한 잠재력을 찾아내고 이를 에너지로 만드는 것이 절실하다. 지금 우리 가슴에는 어떤 ‘다이너마이트’가 있을까. BTS의 노랫말에서 다이너마이트를 그 뿌리어 버전으로 살짝 바꾸면 이렇다. “인생은 잠재력/ 사회가 요구하는 평균치나 고스펙이 아닌/ 나만의 잠재력으로 온 도시를 물들일 거야/ 다이너마이트처럼.”

반전은 도전에서 나온다. 성공은 실패에서 나온다. 당신의 잠재력을 폭발시켜라. 분명 “인생은 다이너마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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