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조 빚 짊어진 2030, 부채 연소득 두 배 넘어 ‘시한폭탄’

중앙선데이

입력 2021.09.04 00:21

업데이트 2021.09.04 06:43

지면보기

752호 08면

[SPECIAL REPORT]
빚에 짓눌린 MZ세대

가계부채가 급증하자 정부가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등 관리에 나섰다. 사진은 서울의 한 은행가 모습. [연합뉴스]

가계부채가 급증하자 정부가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등 관리에 나섰다. 사진은 서울의 한 은행가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충남 천안의 한 아파트를 매입한 직장인 강석준(34·가명)씨는 3억400만원의 주택담보대출을 연 2.5%대 금리로 받아 매월 상환 중이다. 30년 만기라 원리금으로 한 달에 약 120만원씩 나간다. 강씨는 “빌라에 살았다가 아이가 생기고 이직도 하면서 큰맘 먹고 아파트를 매입했다”며 “결혼할 때 양가 도움을 전혀 못 받은 데다, 지난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시행 등으로 집값이 또 껑충 뛴 탓에 목돈을 빌려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간신히 내 집 마련은 했지만 월급의 3분의 1가량을 빚 갚는 데 쓰면서 노후 대비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학생 홍모(26)씨는 주식 투자를 위해 약 1300만원을 대출받았다. 학기당 150만원까지 가능한 한국장학재단의 생활비대출, 연 600만원 빌릴 수 있는 ‘햇살론유스’ 등 대학생 신분으로 용도 증명 없이 대출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상품을 최대한 활용했다. 홍씨는 “증시 공부를 따로 깊게 해본 적은 없지만 주변에서 다들 주식으로 돈 벌었다기에 빚을 내서 투자에 뛰어들었다”며 “학생 입장에선 큰돈이지만 막노동 몇 달 하면 벌 수 있는 금액이라 생각해 (대출받는 걸) 망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홍씨는 현재까지 500만원가량의 투자 손실을 입은 상태라 마음이 편치 못하다.

관련기사

30대, 소득 대비 대출 비율 262% 최고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 집을 사거나 투자한다는 의미)과 ‘빚투’(빚을 낸 투자의 줄임말)에 여념이 없는 20·30대, 이른바 MZ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90년대 중반~2000년대 초 출생한 Z세대)의 최근 자화상이다. 이들은 최근 몇 년 새 주위 사례를 통해 부동산·주식 등 자산 가치가 가파르게 오른 것을 생생히 체감했다. 이 과정에서 자산이 없으면 벼락거지가 된다는 것도 깨달았다. 벼락거지가 돼선 안 된다는 절박감에, 혹은 젊은 세대 특유의 패기와 저돌성으로 과거 세대라면 ‘너무 위험하다’고 여겼을 영끌과 빚투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이들은 역대 가장 빚이 많은 20·30대가 됐다. 39세 이하의 국내 은행 가계 대출 잔액은 올 1분기 259조7000억원으로, 3년 전인 2018년 1분기(170조원)의 1.5배 였다.

또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신규 가계대출자 10명 중 6명은 30대 이하였다(58.4%). 2017년엔 49.5%였다. 전체 대출액에서 30대 이하가 차지한 비중도 55.3%로 2017년의 42.4%를 크게 넘어섰다. 그러면서 국내 가계대출 잔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1546조1000억원에서 올 2분기 1705조3000억원으로 10%가량 급증했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948조3000억원으로 55.6%였다. 주택담보대출은 1년 사이 75조2000억원이 늘어 2016년 4분기(77조4000억원)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빚에 짓눌린 MZ세대

빚에 짓눌린 MZ세대

지난해 3분기 기준 부동산 매입 비중은 30대 이하가 37%로 가장 높았다. 40대(27%)와 50대(18%)보다 월등히 높았다. 지난 수년간의 기록적인 집값 폭등에 자극받은 MZ세대 상당수가 빚을 내 부동산 매입에 적극 나선 것이다. 인천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신입사원 이모(27)씨도 그 중 하나다. 입사한 지 1년이 채 안 된 20대임에도 최근 이 지역의 2억원대 아파트 분양권을 매수했다.

이씨는 예금 보유액은 3000만원 수준이지만 주택담보대출과 5000만원 이상 신용대출을 받아 과감히 분양권을 매입했다. 고민이 많았지만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생각과 주위의 조언이 그를 움직였다. 이씨는 “어차피 내 집 마련을 해야 한다면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움직이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며 “매월 원리금을 수십만원씩 내게 됐지만 부동산 시세의 상승 곡선이 지속될 것이고, 근로소득으로 꾸준히 갚으면 되니까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난해 3월 저점을 찍은 후 1년 만에 2배 이상이 된 코스피 등 국내외 증시의 대호황도 MZ세대를 대출의 세계로 끌어당겼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10대 증권사의 20·30대 신용융자(증권사가 개인 투자자에게 주식 매수 자금을 빌려주는 것) 잔고는 2019년 1조1817억원에서 올 6월 말 3조4297억원으로 1년 반 만에 3배가 됐다. 대학생 김모(21)씨는 연 3.24% 금리로 한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신용대출 300만원을 받고, 증권사 신용융자 등으로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 현재 김씨는 60만원 정도의 수익을 내고 있지만, 각종 대출 이자를 생각하면 아직 마이너스다.

김씨는 “이렇게 (빚을 내서) 투자하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타이밍을 놓쳤다가 나만 뒤처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지금은 대출 규모가 크게 위험한 수준까진 아닌 것 같지만 취업 후에도 이런 습관이 이어진다면 시한폭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부모님은 내가 대출받은 사실을 당연히 모른다”면서 “투자 결과가 나쁠 경우를 대비해 알바(아르바이트)를 할까 생각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MZ세대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투자를 위한 대출로도 몰리고 있다. 직장인 신모(32)씨는 “연 3.5%대 금리의 신용대출로 3000만원을 끌어다 코인에 투자했다”며 “조마조마하지만 지난달 장세가 좋아 300만원 수익이 났다”고 말했다.

“MZ세대 취약층·투기층 나눠 대책 필요”

이처럼 투자처나 품은 생각엔 개인차가 있지만, 공통된 문제는 상환이다. 통상 주택담보대출은 최소 억 단위로 규모가 워낙 커서 만기 날짜가 수십 년 후여도 상환 부담 자체가 크다. 월급 액수가 작은 사회초년생이라면 매월 내 통장을 옥죄는 대출 이자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주식과 암호화폐 투자를 위한 각종 대출은 이자율이 주택담보대출보다 훨씬 높은 데다, 변동성이 큰 시장 특성상 상환하기가 만만찮다. 실제로 대출금 상환 능력을 유추할 수 있는 지표인 소득 대비 대출 비율(LTI)에서 MZ세대는 크게 고전 중이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전체 가계의 평균 LTI는 229.1%였다. 그중 30대의 LTI가 262.2%로 가장 높았다. 연소득의 2.5배 이상의 대출을 안고 있다는 얘기다. 30대의 LTI는 한 해 동안 23.9%포인트, 3년 전인 2017년 말보다는 38.1%포인트 상승했다. 20대 이하의 LTI도 147.8%에 이른다. 수치 자체는 다른 연령대보다 낮았지만, 2017년 말 대비 상승폭은 36.4%포인트로 30대 다음이었다. 장 의원은 “청년층이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 가격 급등에 무리하게 빚을 낸 한편, 고용 불안 등이 겹친 결과”라고 해석했다.

더구나 적잖은 MZ세대는 이미 학자금 대출로 사회 진출 이전부터 힘이 빠진 상태다. 한 설문조사에선 취업준비생 절반 이상(55.9%)이 ‘학자금 대출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상환에만 평균 2~3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젊은층의 빚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젊은층은 빚의 위험성을 잘 모르는 데다 이미 연소득보다 평균 2배 이상 많은 빚을 지고 있기 때문에 직장을 잃거나, 소득이 줄어드는 순간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도 크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MZ세대를 취약 청년층과 투기적 수요층으로 나눠서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와 금융당국이 취약 청년층에 대해서는 채무 조정과 자립 기반 마련 등 조치에 힘쓰되, 투기적 수요층에 대해선 무분별한 대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규제 및 금융 교육 강화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