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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장혜수의 카운터어택

등 번호 7번의 가격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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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장혜수 기자 중앙일보 콘텐트제작에디터
장혜수 콘텐트제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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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유럽 축구 이적 시장은 정말 뜨거웠다. 리그의 얼굴 격인 선수들이 대거 시장에 나왔다.

맨체스터시티(잉글랜드) 이적을 도모한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 해리 케인(28)과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의 구애를 받은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 킬리안 음바페(23)는 팀을 옮기지 못했다. 반면 리오넬 메시(34)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6)는 새로운 리그의 새로운 팀에서 새 시즌을 맞게 됐다. 메시는 바르셀로나(스페인)를 떠나 PSG로 옮겼다. 호날두는 유벤투스(이탈리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잉글랜드)로 이적했다.

7번은 호날두의 상징이다. 유벤투스 시절 모습. [AP=연합뉴스]

7번은 호날두의 상징이다. 유벤투스 시절 모습. [AP=연합뉴스]

스포츠에는 ‘원 클럽 맨(one-club man)’에 대한 동경이 있다. 데뷔 팀에서 주전으로 성장해, 팀에 우승 트로피를 안기고, 나이 들어 그 팀에서 은퇴한다. 팀의 레전드로 추앙받고, 훗날 그의 등 번호는 영구결번된다. 가장 이상적인 ‘원 클럽 맨’이다. 2004년 칸데라(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축구를 시작해 줄곧 블라우그라나(바르셀로나 유니폼)를 입었던 메시가 결국 팀을 옮겼다. 17세에 스포르팅 리스본(포르투갈)에서 프로에 데뷔한 호날두는 맨유와 레알 마드리드, 유벤투스를 거쳐 맨유로 돌아갔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21세기 두 최고 선수의 운명은 ‘원 클럽 맨’이 아니었다.

축구에서 등 번호는 숫자 그 이상이다. 포지션이나 역할을 상징한다. 주로 주전이 등 번호 1~11번을 단다. 골키퍼가 대개 1번이다. 손흥민의 7번이나 차범근의 11번은 윙 공격수다. 플레이메이커의 10번은 펠레나 마라도나 등 에이스가 단다. 21세기를 대표하는 10번이라면 역시 메시다. 바르셀로나와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늘 10번이었다. 그런데 새로 옮긴 PSG에서는 30번이다. 네이마르가 10번을 내주려고 했지만 메시가 사양했다. 이제 관심은 호날두다. 그는 늘 7번이었다. 현재 맨유에서 등 번호 7번은 에디손 카바니다. 호날두가 결국 달게 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프로야구 SSG 추신수는 평생 17번을 달았다. 지난봄 메이저리그(MLB)를 떠나 KBO리그에 왔을 당시 SSG 17번은 이태양이었다. 이태양은 선배에게 등 번호를 양보했다. 이에 추신수는 고가의 스위스 시계를 선물해 감사를 표했다. 그 반대 경우도 있다. 1988년 사이영상 수상자인 프랭크 바이올라는 1989년 MLB 뉴욕 메츠로 이적했다. 바이올라는 자신이 평생 달았던 16번을 원했다. 기존 소유자인 드와이트 구든에게 양도를 부탁했다. “내 아내는 가져도 내 번호는 안 된다”는 대답만 들었다. 궁금하다.

만약 호날두가 조지 베스트와 에릭 칸토나, 데이비드 베컴, 그리고 자신이 달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맨유 7번을 양도받는다면, 그 가격은 얼마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