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만 ‘펫심’ 잡아라…‘개 식용 금지’ 화두로 떠올라

중앙선데이

입력 2021.09.04 00:02

업데이트 2021.09.04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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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2호 02면

대선주자들 반려동물 복지 경쟁

“한 나라의 위대성과 그 도덕성은 동물을 다루는 태도로 판단할 수 있다.”(마하트마 간디)

대한민국호를 이끌어갈 차기 주자들이 대선을 앞두고 반려동물 공약을 속속 내놓고 있다. 앞서 간디의 말이 아니더라도 이들이 특별히 반려동물 공약에 신경 쓰는 이유는 우선 반려인구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638만 가구다. 인구수로 따지면 대략 1500만 명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도 ‘펫심’이 각종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유권자 표심뿐 아니라 후보 자신에 대한 이미지 개선 효과에 긍정적인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후보자 개인 SNS를 비롯해 선거 광고·홍보물에 동물과 함께 나오는 것은 대중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줄 수 있다. 평생 검사만 해와 딱딱하고 거친 이미지를 가진 윤석열 후보가 자신의 반려동물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주 노출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 중견 선거 컨설팅 전문업체 관계자는 “유기동물 입양에 앞장서고, 반려동물을 잘 돌보는 것은 마음이 따뜻한 후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특히 감성이 풍부한 여성 유권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좋다”고 말했다.

국민 78% “식용 목적 도살·판매 금지해야”

후보별 공약

후보별 공약

현재 여권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20일 경기도 고양시동물보호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사람, 동물, 자연 모두를 위한 통합적 정책이 중요하다”고 언급하며 관련 공약을 내놓았다. 동물병원 진료항목 및 진료비 표준화와 공시제도, 반려동물 기본예절교육 의무화, 사회적 합의를 통한 개 식용 금지 추진 등 7가지다. 이낙연 후보 캠프도 지난달 31일 반려동물 복지 관련 5개 공약을 발표했다. 이 후보 측 공약의 핵심은 반려동물 진료항목 표준화, 진료비 공시제 도입과 육견 산업 금지다. 이 후보 캠프 역시 개 식용 금지 입장이다. 이 후보 측은 "대통령이 되면 1년 이내에 육견 산업을 금지하고 종사자의 전업을 지원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임미연 이낙연 캠프 동물복지본부장은 "현재 마지막 남은 개시장인 대구 칠성 개시장의 14개 점포 중 10곳으로부터 업종전환 동의를 받았다”며 "개시장이 사라지면 개 식용도 점차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동물학대 처벌 강화, 반려동물 매매 금지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정세균 후보는 “동물복지와 동물권 보장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며 ‘동물복지 국가책임제’를 위한 5가지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특히 반려동물 보험인 ‘펫보험’ 가입 의무화를 추진하겠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정 후보 역시 개 식용 금지 입장을 내비쳤다. 정 후보는 “개 식용 금지 등에 대한 입법 조치 또한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시기다”라고 했다.

여권 후보들의 공통 공약 중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개 식용 금지다. 특히 이 지사는 과거 성남시장 시절이던 2016년 국내 개 식용 문화의 상징적 장소로 꼽혔던 성남 모란시장의 개 도축 시설을 폐쇄한 바 있다. 일단 여론은 개 식용 금지 찬성에 무게가 더 실린다. 지난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1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공개한 ‘2021 동물보호·복지 정책개선 방향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69세 성인 남녀 2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8.1%가 “개, 고양이의 식용 목적 도살과 판매를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여전히 국민 일부와 관련 업계의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30일 식용견 사육 농가 종사자들의 모임인 전국육견인연합회는 경기도청 앞에서 개고기 식용금지 공약 규탄 기자회견 열었다. 조환로 전국육견인연합회 사무총장은 “개 식용 반대 목소리는 이해하지만 이를 금지하려면 최소한 타축종으로 옮겨갈 수 있게, 혹은 정부 기준에 의한 폐업 보상을 해주겠다는 약속 등 업계 종사자와의 협의 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 식용 금지와 관련해서는 다른 대선 후보들도 입장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후보들의 입장이 정해지면 상당한 논쟁거리로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여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선 진행이 늦은 야권 후보들은 공식적으로 반려동물 관련 공약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난 대선 때 후보로 나섰던 홍준표, 유승민 후보는 당시 반려동물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이들은 이번에도 당시 공약을 보완해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또 야권 유력 후보이자 반려인으로 유명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관련 공약을 준비 중이다.

‘동물은 물건 아니다’ 개정안 입법 예고

윤 후보는 현재 자택에서 강아지 4마리와 고양이 3마리 등 모두 7마리의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 7마리 중 5마리는 모두 주인이 버린 유기견, 유기묘를 입양했다. 그는 최근 개인 SNS에 이들 반려동물과의 일상 사진을 자주 업로드 해 화제를 모았다. 윤 후보 캠프 관계자는 “현재 대한수의사회와 함께 반려동물 관련 정책을 논의하고 있다”며 “곧 관련 공약을 국민 앞에 내놓겠다”고 말했다. 홍준표 후보 측은 지난 대선 때 반려동물 진료비 부가세 폐지를 약속한 바 있다. 홍 후보 캠프 관계자는 “아직 반려동물 관련 공약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지난번에 반려동물 종합의료보험 도입, 동물 의료비 부가세 폐지, 민법과 형법에 물건과 차별화하는 동물의 지위 인정 등을 약속한 바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한 공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후보가 내세운 공약 중 반려동물 법적 지위와 관련해서는 지난 7월 법무부가 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민법 제98조의 2(동물의 법적 지위)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이다.

유승민 후보도 지난 대선에 이어 반려동물 관련 공약을 준비 중이다. 유승민 캠프 관계자는 "진료비 표준화 및 연말정산 소득공제, 민간보험 적용질환 확대, 진료비 사전고시제 등을 중심으로 반려동물에 관한 구체적인 공약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반려견 ‘해피’ 아꼈던 이승만, 첫 퍼스트 독은 박정희 때 ‘진도’
애견인으로 유명한 이승만 대통령이 반려견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중앙포토]

애견인으로 유명한 이승만 대통령이 반려견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중앙포토]

역대 대통령들은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모습을 종종 국민에게 보여줬다. 동물을 사랑하고 돌보는 것이 부드럽고 따뜻한 이미지를 만드는데도 한몫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으로부터 개를 선물 받았다. 김 전 대통령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암수 풍산개를 선물 받았다. ‘우리’와 ‘두리’로 불린 이들은 2000년 11월부터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져 2013년에 죽었다. 평소 반려동물을 좋아하는 문 대통령은 원래 기르던 풍산개 ‘마루’와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선물받은 ‘곰이’를 청와대에서 기르고 있다. 지난 7월 이 둘 사이에서는 새끼 7마리가 태어나 최근 페이스북에 우유를 먹이는 사진을 공개했다. 강아지들은 시민들이 제안한 이름인  ‘아름’, ‘다운’, ‘강산’,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지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애견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스패니얼 견종인 ‘해피’를 길렀다고 한다. 4·19 혁명 이후 하와이로 망명을 떠났을 때는 미처 ‘해피’를 함께 데리고 가지 못해 많이 그리워했다. 훗날 국내에서 하와이로 ‘해피’를 보내 말년을 함께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개를 무척 좋아해 여러 종류를 길렀다고 알려진다. 세간에 알려진 반려견은 진돗개 ‘진도’와 스피츠 ‘방울이’가 있다. ‘진도’는 1975년 진도군수에게서 선물을 받은 것이다. ‘진도’는 청와대에서 길렀고 첫 ‘퍼스트 독’(first dog)로 기록됐다. 박정희 대통령에게는 충성스럽던 ‘진도’는 청와대 내 다른 직원들에게는 사나웠다고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스피츠 ‘방울이’를 무척 좋아했다.

박 전 대통령도 청와대에서 개를 길렀다. 취임 당시 이웃 주민에게 선물로 받은 진돗개 두 마리를 데리고 들어왔다. 이름은 ‘희망이’‘새롬이’였다. 이 둘은 7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탄핵 이후 박 전 대통령은 9마리 반려견을 청와대에 놓고 간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개와 관련된 언급을 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집권 2년 차를 맞던 2014년 2월 새해 부처별 업무보고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비정상의 정상화’ 이행과 관련해 “불독 같은 정신, 불독보단 진돗개, 한번 물면 살점이 완전히 뜯어져 나갈 때까지 안 놓는 진돗개 정신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선 실세 의혹이 터지자 박 전 대통령은 이를 부인하며 “청와대 실세는 진돗개”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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