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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대출만 260조 사상 최대 빚더미, MZ세대 시름 깊어간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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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2호 01면

[SPECIAL REPORT]
빚에 짓눌린 MZ세대

회사원 정호영(29)씨는 부동산과 주식 투자를 위해 1억5000만원가량을 대출받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주식에서만 5000만원의 손실이 났다. 정씨는 “주변에서 대출 안 받으면 손해라는 말에 투자를 시작했는데 허탈하다”며 “대출 이자 감당이 힘든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정씨를 옥죄는 건 이뿐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부동산·주식 등 자산 가격 급등을 부추겼던 ‘유동성 파티’가 끝나가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지난달 말 0.75%로 올린 가운데, 가계대출 금리도 이달부터 속속 오를 분위기다.

한은에 따르면 정씨 같은 국내 39세 이하 ‘MZ세대’의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올 1분기 259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다. 3년 전인 2018년 1분기(170조원)보다 90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MZ세대는 역사상 가장 빚이 많은 젊은층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빚은 이뿐만이 아니다. 20·30대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신용융자도 지난 6월까지 3조4297억원(10대 증권사 기준)에 이른다. 여기에 통계에 잡히지 않은 보험·카드사 대출도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MZ세대 상당수는 정씨처럼 집·주식·암호화폐 등 자산 가격이 계속 오르자 투자 목적에서 돈을 빌렸다. 자산 시장에 대한 지식이나 빚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주변 사람들이 다 하니까 ‘나만 뒤처져선 안 된다’는 조바심이 더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이제 막 경제활동을 시작한 만큼 기성세대에 비하면 소득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저축은 고사하고 대출 원리금을 갚느라 한 달치 소득을 고스란히 내주는 젊은이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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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가 이런 역대급 빚을 청산하려면 소득이 가파르게 늘거나, 자산 이익이 생겨야 한다. 하지만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고착화한 저성장 속에 소득은 제자리걸음이고, 세계 각국의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돌아서면서 자산가치 역시 불안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빚더미에 앉은 청년층 신용불량자가 쏟아져 나왔던 2002년 신용카드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층의 대출이 급증했고, 성장은 정체된 반면 코로나19 위기에 유동성 폭주로 자산 가격만 오른 지금은 외환위기 직후를 연상시킨다”며 “버블이 걷히면 빚 감당이 어려워진 MZ세대의 수난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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