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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든 탈레반도 당황…부르카 벗은 용감한 女 "때리지마"

중앙일보

입력 2021.09.03 23:48

업데이트 2021.09.04 08:28

3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여성들이 탈레반 정권하에서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하기 위해 모여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여성들이 탈레반 정권하에서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하기 위해 모여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탈레반이 재집권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들의 권리를 요구하는 거리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탈레반 앞에서 “일할 권리, 교육받을 권리, 안전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당당히 외쳤다.

3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는 아프간 여성 운동가로 구성된 ‘여성 정치 참여 네트워크’ 회원 수십 명이 모여 여성의 권리와 사회 진출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아프간 재무부 앞에서 여성의 평등권과 참정권에 대한 완전한 참여를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의 정부 참여와 헌법 개정을 요구하는 피켓도 들었다. CNN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탈레반 대원들과 시위대 간에 대치 상황도 벌어졌다. 위험한 순간이었지만, 시위대는 물러서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3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탈레반의 여성 폭행에 항의하는 여성운동가 시위대 모습. SNS 게시자에 따르면 이들은 ″때리지 마″라고 외쳤다고 한다. [@FrudBezhan 캡처]

3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탈레반의 여성 폭행에 항의하는 여성운동가 시위대 모습. SNS 게시자에 따르면 이들은 ″때리지 마″라고 외쳤다고 한다. [@FrudBezhan 캡처]

전날에는 서부 헤라트에서 여성들의 가두시위가 열렸다. 탈레반의 아프간 재집권 이후 처음으로 열린 여성들의 공개 시위였다.

이날 모인 여성 50여명은 탈레반이 준비 중인 새 정부에 여성을 참여시키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여성 없이는 어떤 정부도 존속할 수 없다”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연신 “교육과 직업, 안전은 우리의 권리”라고 외치며 헤라트 주지사 집무실까지 행진했다.

시위대는 자신들을 막으려는 탈레반 앞에서도 “겁내지 말자, 우리는 함께 있다”고 외치며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지난 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서부 헤라트에서 열린 여성들의 '새정부 참여 요구' 시위 현장. [@KhudroM 캡처]

지난 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서부 헤라트에서 열린 여성들의 '새정부 참여 요구' 시위 현장. [@KhudroM 캡처]

탈레반은 1996∼2001년 집권 당시 이슬람 샤리아법(종교법)을 앞세워 여성들의 활동을 엄격히 통제했다. 20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한 최근에는 “과거와 다르게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탈레반 점령 후 거리 광고판 속 여성 얼굴은 검게 덧칠했고,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한 여성을 총으로 쏘는 등 폭력을 일삼고 있다.

여성들의 사회 활동도 가로막고 있다. 대다수 여성 언론인이 일자리를 잃었고, 일부 지역 방송에서는 여성의 목소리를 아예 내보내지 못하게 했다. 탈레반은 여성의 정부 고위직 진출에 대해서는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3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열린 여성 시위 현장. [EPA=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열린 여성 시위 현장. [EPA=연합뉴스]

이처럼 여전히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들이 단체로 목소리를 낸 건 이례적이다. 이번 시위를 주도한 사비라 타헤리(31)는 “(탈레반 집권 후) 지난 2주 동안 집 안에서 눈물을 흘려야 했다”며 “충분하다. 이제 침묵을 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겁이 났다”라면서도“탈레반도 예상 밖 시위에 놀란 표정이었다. 우리를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아프간 여성들의 시위 소식이 전해지자 SNS에서는 탈레반에 맞선 ‘용감한 여성들’이라는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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