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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진, 文 면전서 "싫어하는 文 왜 만나냐고 딸이 묻더라"

중앙일보

입력 2021.09.03 19:42

업데이트 2021.09.03 19:56

문재인 대통령은 3일 국회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들에게 ‘협치와 합의’를 내세우며 “도와달라”는 말을 반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회의장단 및 상임위원장단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회의장단 및 상임위원장단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청와대에서 주최한 오찬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대선을 앞두고 있어서 여야 간에 경쟁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경쟁은 경쟁이고 민생은 민생이라고 생각해달라”며 “국민의 삶을 지키고 더 발전시키는 일에 함께 힘을 모아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공개된 모두 발언에서는 “우리 정부는 ‘말년’이라는 것이 없을 것 같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위기 극복 정부로서 사명을 다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박병석 국회의장은 “대통령님의 국정 지지도가 40%를 넘고 있다. 헌정 사상 처음 레임덕 없는 대통령으로 기록되시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 윤재옥 정무위원장은 “국정 지지도가 40%를 유지하고 있다. 드문 일”이라면서도 “국민 기대에 잘 보답해 주시기를 부탁올린다”는 뼈있는 인삿말을 건넸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간담회가 비공개로 전환된 직후 “(공개발언에서)말년이 없다고 말한 것은 레임덕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라, 협치하기에 좋은 시기라는 말을 한 것”이라고 직접 설명했다. 그러면서 ‘레임덕’이라는 표현이 권력누수를 절름발이 오리에 비유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장애 비하가 될 수 있어 그 표현을 싫어한다”는 취지의 부연 설명도 이어졌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회의장단 및 상임위원장단 초청 오찬간담회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회의장단 및 상임위원장단 초청 오찬간담회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내년 예산은 차기 정부가 사용해야 할 예산”이라며 여러차례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협치를 강조한 문 대통령의 말에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던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오랜만에 청와대에 오면서 ‘정권은 유한하지만, 정부는 무한하다’라는 생각을 해봤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종이에 메모했다.

국민의힘 소속 이종배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여당이 협조해주면 기한 내에 예산 심사를 마치겠다”고 하자, 박병석 국회의장이 “다같이 박수를 쳐달라”고 해 문 대통령을 포함한 참석자 전원이 박수를 치기도 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간담회가 끝난 뒤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야당 참석자들은 “여당 의원들은 ‘문비어천가’에 집중했지만, 야당에선 대통령에 대한 쓴소리도 적지 않게 나왔다”고 다른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국민의힘 소속 조해진 교육위원장이 딸 얘기를 꺼냈을 때 분위기가 얼어붙기도 했다.

조 위원장은 “국회에서 만난 문 대통령은 굉장히 좋은 사람이고 인품도 훌륭해 18대 대선 때 공격이 잘 안 됐다”며 “그런데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에 간다고 하니 막내딸이 ‘아빠 문 대통령 싫어하잖아요’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변한 것처럼 문 대통령에게 실망하고 돌아선 사람이 많을 것”이라며 “이 상태로는 퇴임 뒤에도 진영에 따라 국민이 서로 갈라서 싸울 것이다. 국가적 불행을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의 말에 상당수 여당 의원들의 표정이 굳어졌다는 전언이다.

정 부의장은 “대통령 임기 말에 진행되는 마지막 국회에서는 어지간한 안건들은 여야 합의로 다 처리를 해왔다”며 “여당이 예산안과 법안을 강행처리하는 그런 모습을 또 국민들에게 보여주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강행처리를 염두에 둔 말이었다.

윤 정무위원장은 “민생 개혁 과제 중에는 여야 간 이견보다 부처 간의 이견이 있어서 제대로 처리가 안 되고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들이 있다”며 “대통령과 참모들이 적극적으로 조정해 민생 개혁 과제가 부처 간의 이견으로 진행이 잘 되지 않는 일이 없도록 챙겨달라”고 했다. 여권내 이견조정부터 해결한 뒤 협의하자는 제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회의장단 및 상임위원장단 초청 오찬간담회에 늦게 도착한 김상희 국회부의장과 인사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회의장단 및 상임위원장단 초청 오찬간담회에 늦게 도착한 김상희 국회부의장과 인사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비공개 대화에선 ‘언론재갈법’으로 불리는 언론중재법을 놓고 여야간에 날 선 대화도 오갔다.

민주당 소속 김경협 정보위원장은 “독일 나치와 히틀러가 유대인을 학살할 때 가짜뉴스를 동원해 유대인을 다 매도해놓고 학살을 진행했다. 그만큼 가짜뉴스는 심각하다”고 했다.
가짜뉴스 차단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언론중재법 옹호에 나선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 박대출 환경노동위원장은 “가짜뉴스를 근절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켜선 안된다”고 맞섰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회의장단 및 상임위원장단 초청 오찬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회의장단 및 상임위원장단 초청 오찬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같은 대화를 경청한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가치가 부딪히는 일은 도처에 있다”며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도 많지만 국회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다. 합리적 해법을 찾기 위해 대화와 타협을 모색해야 하는 지금이 협치가 절실한 시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재차 “국회에서 도와달라”고 했다.

간담회에선 작은 해프닝도 있었다. 민주당 소속인 김상희 부의장은 간담회 시작 5분 뒤에야 도착했다. 이 바람에 김 부의장이 공석을 확인한 문 대통령이 모두 발언에서 “아직 안 오셨지만, (야당 몫 부의장직과 상임위원장이 배분되지 않았던 시기에) 홀로 부의장직을 수행하시느라 외로웠을텐데, 이제 조금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며 '나홀로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뒤늦게 마이크를 잡은 김 부의장은 “살면서 일생일대 최대의 실수를 한 것 같다. 여러 일정을 착각해 너무 죄송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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