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왜 홍준표·이낙연 지지할까···26살차 교수·학생의 한 단어

중앙일보

입력 2021.09.03 18:00

업데이트 2021.09.03 19:15

“10년 전 10대가 이미 ‘여혐’을 말했다. 요즘 10대의 젠더 혐오는 더 심각하다. 10년 안에 갈등을 넘어선 ‘젠더 전쟁’이 펼쳐진다.”

우석훈(53) 성결대 교수와 임명묵(27) 작가는 “젠더 혐오는 이미 10년 전 싹을 틔웠다”며 “남녀갈등은 한국 사회의 가장 강력한 단일 변수”라고 입을 모았다. 두 사람은 세대론 전문가다. 우 교수는 2007년 ‘88만원 세대’를 써 한국사회 세대 담론에 불을 지폈다. ‘MZ세대’ 임 작가는 지난 5월에 낸 책 ‘K-를 생각한다’에서 한국사회 모순을 가감 없이 담았다. 이들은 “20대가 ‘공정’과 ‘개인주의’로 무장했다는 세간의 인식은 편견”이라며 “20대의 ‘꼰대력’도 충만하다”고 평한다.

20대는 예측 불가능한 투표 성향 때문에 이번 대선의 ‘스윙 보터(swing voter)’로 평가받기도 한다. 우 교수와 임 작가는 20대가 홍준표·이낙연을 선호하는 것은 이 세대 특유의 성향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20대는 정말 다른 ‘인류’일까. 10년 앞선 ‘88만원 세대’나 그 윗세대와 연속 선상에 있는 건 아닐까. 26살 차이가 나는 ‘교수님’과 ‘학생’은 상담 아닌 토론을 펼쳤다.

'88만원세대' 저자 우석훈(53) 성결대 교수와 'K-를 생각한다' 저자 임명묵(27) 작가. 정수경·조은재PD

'88만원세대' 저자 우석훈(53) 성결대 교수와 'K-를 생각한다' 저자 임명묵(27) 작가. 정수경·조은재PD

MZ세대 젠더 갈등, ‘88만원’ 세대에선 없었을까

임명묵: MZ세대(Millennial+Generation Z·1981~2000년대 초 출생 세대)라는 용어에 어폐가 있다. MZ세대는 88만원 세대를 포함한 개념이다. 굳이 나눈다면 88만원 세대는 2007년 당시 20대였던 1980년대생, MZ세대는 1990년대생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두 세대는 연속 선상에 있다고 본다. 세계화·정보화 속에서 양극화를 겪으며 나온 게 88만원 세대 담론이다. 이런 경향이 심화해 자극적인 메시지로 이어진 게 MZ세대 담론이다.

우석훈: 대체로 동의한다. ‘88만원 세대’ 쓸 당시 10대 연구를 먼저 했다. 2000년대 초반 당시 남자 고등학생들이 “여자들 때문에 굉장히 불편해질 것 같다”라며 ‘여혐’에 대해 말했다. 문제는 10년 전 10대보다 지금 10대 젠더 혐오가 더 강하다는 점이다. 요즘 젠더 혐오는 갈등 수준인데, 10년 뒤엔 ‘전쟁’ 같은 갈등이 절정에 이를 것 같다. 한국에서 단일 사회 변수로 이렇게 설명력이 높은 변수가 있었나 싶을 정도다.

임명묵: 못해도 5년, 길게는 10년은 더 이 갈등이 지속할 것 같다. 이미 2000년대에 온라인상에선 젠더 갈등이 굉장히 광범위하게 벌어졌다. 요즘 같은 적개심은 아니었는데, 1990년대생이 사회에 진입하면서 갈등 수위가 한 단계 올라갔다. 남초·여초 커뮤니티로 나뉜 미디어 환경도 젠더 갈등에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88만원 세대와 달리 90년대생은 10대 때부터 스마트폰을 썼다. SNS에서 비교, 평가 절하, 과시 같은 심리적 위계 확산이 일상화됐다. 미디어 디바이스와 어떻게 상호작용했는지가 88만원 세대와 MZ세대를 구분 짓는 분절점이 됐다.

부동산 문제, MZ 세대와 88만원 세대는 입장이 다를까

우석훈: ‘88만원 세대’를 썼을 땐 경기가 호황이었다. 그때 비하면 지금은 경제 상황이 더 안 좋다. 저성장 국면이다. 20대는 자산을 가진 적이 없다. 이제 돈을 모으거나, 부모에게 자산을 물려받아야 하는데, 부모가 물려줄 게 없다. 여기서 분노가 폭발한다. 10년 전엔 집값이 지금 같지도 않았다. 자산 불평등이란 개념도 이론적으로만 존재했지, 체감할 수 없었는데 이젠 눈앞에 보인다. ‘가만히 있으면 뒤처진다’는 불안이 세대 집단 현상을 만들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러시아·중국·프랑스·독일도 마찬가지다. 피케티에 따르면, 소득 하위 50% 계층이 전체 자산의 5%밖에 갖지 못한다. 상위 1~10% 자산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데, ‘하위 50%, 5% 자산’ 이 공식은 안 변했다.

임명묵: 90년대생보다 88만원 세대가 가정을 꾸리기 시작하는 시기라 부동산 문제에 훨씬 민감하다. 90년대생에게 부동산 문제는 그냥 ‘남의 나라 이야기, 버스 떠났다. 주식·코인이나 만지자’ 식의 체념이 전부다. 불만이 있지만 이게 구체적인 불만은 아니다. 하루 만에 몇천, 몇억씩 오르는 서울 집값 문제는 애초에 우리가 들어갈 게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20대에게 서울 집값 문제는 체념과 불만이 뒤섞인 '남의 나라 이야기'로 치부된다. 뉴스1

20대에게 서울 집값 문제는 체념과 불만이 뒤섞인 '남의 나라 이야기'로 치부된다. 뉴스1

20대는 정말 개인주의 성향이 강할까

임명묵: ‘90년대생들이 권력자의 위치에 서면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해보면 썩 긍정적이지 않다. 20대들은 온라인에서 심각한 법적·윤리적 하자가 없는데도 누군가를 집단적으로 린치한다. 단지 집단 감성 기준에 안 맞는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걸 보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석훈: ‘훌리건’과 똑같은데 이런 현상과 별개로 ‘나는 혼자 있을 거야’라고 하는 모순상태가 계속된다.

임명묵: ‘젊은 꼰대’라는 말도 있지 않나. 불리할 땐 ‘꼰대들 왜 그러냐’면서 막상 자신이 결정권자 위치나 지시할 위치에 올라가면 ‘라떼는 말이야’를 시전한다. ‘당하기는 싫지만 그래도 간섭은 하고 싶어’라는 마음. 20대가 투철한 개인주의적 신념이나 가치체계가 있다고 보기엔 의문이 든다.

우석훈: ‘개인주의’는 답하기 매우 어려운 개념이긴 하다. 이론적으로만 있지 실체가 없다.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변화는 있다.  요즘 강연할 때 ‘공동체’라는 말을 꺼내면 분위기가 싸해진다. ‘아 잘못 왔다. 이상한 얘기…’라는 반응이다. 사람이 혼자선 못사는 게 당연한데도 공동체는 싫고, 간섭받긴 싫은, 고립 성향이 높아지긴 했다.

20대가 정말 공정에 민감할까

임명묵: 논란이 된 두 사건이 기억난다.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문제와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문제다. 특히 ‘인국공 사태’는 결정적이었다. 근데 이게 애초에 고차원적인 논리·가치 차원의 불만이 아니었다. 당시 20대가 원한 건 ‘예측 가능성’ 아니었을까. 노력한 만큼 성과를 받겠다는 보수적인 태도다. 근데 취업이 불안한 상황에서 예측 가능성에 대한 안정감을 줬던 ‘공정’이란 유일한 지지대를 정부가 쥐고 흔들었다는 불만이 터진 셈이다. 이걸 또 정치 공학, 혹은 학문적인 언어로 설득하려 하니 반감은 더 커졌다.

'인국공' 사태는 '공정' 논란에 불을 지폈다. 뉴스1

'인국공' 사태는 '공정' 논란에 불을 지폈다. 뉴스1

우석훈: 두 논란은 행정 편의주의가 낳은 불편한 논쟁이다. 정부가 너무 비밀스럽게 추진했다.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 셈이다. 어느 날 갑자기 발표하니 ‘이건 도대체 뭐냐’라는 반감이 생겼지. 그런데도 그 논쟁이 의미 없진 않았다. 20대들의 분노나 사회를 향한 에너지가 크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

조국 사태가 20대의 ‘공정’에 남긴 것은

임명묵: 정치에 관심 있던 친구들에겐 굉장히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진보·좌파가 정치적 신뢰를 상실한 사건이다.

우석훈: 10~20대의 정서적 충격이 컸던 것 같다. IMF 사태, 2002년 노무현 대통령 집권, 그다음으로 촛불 집회와 조국 사태가 지난 20년 중 한국사회에 제일 큰 사건들 아닐까. 1987년 당시 20대, ‘87년 권력’이 몰락한 사건이다. 논리가 아닌 대중의 정서가 움직였다. 특히 청년의 ‘마음’을 바꿨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임명묵: 젊은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지지했던 건, 그래도 진보진영이 국정농단 세력보다 도덕적이고, 평등과 진보 가치를 위해 헌신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근데 이런 ‘도덕성 마케팅’이 실패하면서 ‘보수와 다를 게 뭐지, 오히려 부끄러움도 모르네’라는 분노가 20대 정서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20대, 대선에서 누굴 지지할까

임명묵: 20대에선 남녀가 크게 갈렸다. 우선 ‘20대를 성별과 상관없이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가’부터 고민해야 한다. 또 20대는 투표 성향을 예측할 수가 없다. 갑자기 어느 순간 지지 성향을 바꾼다. 그래서 20대가 ‘스윙 보터’로 부상했다. 그 이유에선지 보수 진보로 양분된 대선 정국에선 ‘20대를 잡으면 대선에 승리한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그런데 20대 집단 안에서 남녀가 또 반반 갈리면 5:5에서 다시 5:5다. ‘스윙 보터’라는 게 무의미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

우석훈: 지금 20대 또래 집단 분위기를 보면 ‘민주당 지지하면 왕따 분위기’라고 한다. 20대 남녀가 보수·진보로 반반씩 갈릴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원래 20대는 진보의 ‘표밭’이었다. 이 표밭이 망가진 것만으로도 민주당은 타격이 2배다. 아까 20대가 스윙보터라고 말했는데, 원래 투표는 자주 변화를 주는 게 맞다. 이런 20대들이 어쩌면 선진국형 유권자일 수도 있다.

20대가 홍준표와 이낙연을 더 선호하는 이유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과 민주당 이낙연 전 총리는 경쟁 후보들보다 20대 지지를 더 많이 받고 있다. 조은재PD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과 민주당 이낙연 전 총리는 경쟁 후보들보다 20대 지지를 더 많이 받고 있다. 조은재PD

임명묵: 정치를 잘 모르는 입장에서 직관적으로 봤을 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권위주의적이고 다가가기 힘든 모습을 자주 보였다. 반대로 홍준표 의원은 20대들에게 속 시원한 ‘사이다’ 할아버지, 카타르시스를 주는 재밌는 캐릭터로 소비된다. 고시 부활, 사형제 부활, 수시 폐지 같은 공약만 봐도 그렇다. 답답함을 말하지 못하는 20대가 대리만족 차원에서 매력을 느낀 게 아닐까. 또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직접 소통 안 하는 대통령에 대한 반감도 작용한 것 같다. 반면 민주당 지지성향이 옅어진 20대들은 과격할 것 같은 이재명 지사보다 온건할 것 같은 이낙연 후보에게 더 호감을 느끼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우석훈: 이낙연 선호가 높은 건 이재명에 대한 반감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한편 보수진영에서 20대의 홍준표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건, 홍준표가 이준석에게 우호적 태도를 보인 것도 영향을 미쳤을 거라 본다. 이런 (홍준표의) 우호적 태도가 단순히 경쟁자 윤석열을 견제하겠다거나, 20대 지지를 받는 이준석을 등에 업고 가겠다는 정치적 제스처는 아닌 걸로 보인다.

보수 엔터테이너? 제1야당 당 대표?…이준석의 역할은  

우석훈: ‘아웃파이터’ 노릇을 해온 이준석이 당 대표를 맡았다. ‘인파이터’로 변신해야 한다. 수많은 사람이 ‘도장 깨기’ 하러 덤빈다. 앞으로 인파이터 역할이 익숙해지면 자신의 색깔과 노선이 드러날 거라고 본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게 노선과 색깔이 불분명하면 지지율과 세력이 빠져서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다.

임명묵: 이준석의 정체성은 두 가지라고 본다. 하나는 20대 남성, 20대 보수의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스타다. 다른 하나는 제1야당 당 대표라는 전통적인 위치다. 두 역할 조율이 관건인데, 전자는 굉장히 빠르게 퇴색했고, 후자에 집중하다 보니 그 동력이 이도 저도 아니게 된 느낌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20대 남성의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스타이면서 동시에 제1야당 대표라는 역할을 맡았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20대 남성의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스타이면서 동시에 제1야당 대표라는 역할을 맡았다.

우석훈: 이준석의 본 게임은 대선이 아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라고 본다. 지금은 대리전을 치르는 중이다. 지방선거에선 기초 단위 등에서 청년들이 후보로 나설 수 있다. 그때가 되면 이준석 지지는 더 올라갈 수 있다. 지금 판단할 건 아니라고 본다. 지금도 이준석은 충분히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출발점에 서 있다고 본다.

대선 청년 공약, 돈이면 다 된다?

임명묵: 개인적으로 한국 사회는 상향(上向) 경험에 중독된 사회다. 이런 세상에서 20대에게 필요한 건 돈 몇 푼이 아니다. 노력을 통한 상향 기회를 보장해준다는 사회적 약속이 필요하다. 너무 ‘뭐 줄게’라는 공약이 쏟아진다. 근원적인 불만을 해소하기엔 부족하지 않나.

우석훈: 주는 거야 다다익선인데…실제로 뭘 줄 수도 없다. 세대·지역 형평성 같은 여러 변수가 많다. 다만 이런 공약이 나오는 건 중요하다. 실제로 이행되기 어려워도 공약의 디테일을 다듬으면, 실현 가능한 정책으로 거듭난다. 10년 전엔 청년 공약 자체가 없었다. ‘군인 월급 5천 원 올려준다’는 식의 공약이 전부였다. ‘20대에게 뭔가 필요하다’라는 논의가 많아지게 논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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