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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화와 타협" 강조한 날에도 與는 언론재갈법 처리 골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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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재갈법'비판이 비등하며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일단 실패했던 더불어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위한 고삐를 재차 죄고 있다. 민주당은 3일 국회에서 윤호중 원내대표 주재 회의에서 언론중재법을 비판한 유엔(UN)에 대한 반박 등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이날 회의엔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 김용민 최고위원, 부위원장 김승원 의원을 비롯해 도종환ㆍ김종민ㆍ한병도 의원이 참석했다. 이날 논의된 안건은 미디어특위가 지난 1ㆍ2일 연이틀 비공개회의를 열고 논의한 전략들이다.

이날 비슷한 시간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국회의장단 및 상임위원장단과 오찬 간담회를 했다.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가짜뉴스 제어와 표현의 자유 보호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길을 찾자”는 취지의 당부를 했다고 한다.

야당에선 "문 대통령의 발언과 민주당의 움직임 사이엔 괴리가 느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6월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 제6차회의. 오종택 기자

지난 6월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 제6차회의. 오종택 기자

①UN에 반론 추진=이날 언론중재법 관련 회의에서 윤호중 원내대표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반론을 보내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OHCHR은 지난달 27일 한국 정부에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 자유에 중대한 위험(grave risk)이 될 수 있다. 국제인권 기준에 맞게 수정을 촉구한다”는 공식 서한을 보냈고, 이는 민주당의 ‘8월 임시국회 내 처리’ 목표를 무산시킨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아이린 칸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이 지난달 27일 정부에 보낸 언론중재법 개정안 관련 우려를 담은 서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아이린 칸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이 지난달 27일 정부에 보낸 언론중재법 개정안 관련 우려를 담은 서한.

미디어특위 핵심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OHCHR에 반론을 보내는 건 지난 1, 2일 미디어특위 비공개회의에서 논의됐던 내용이다. 적어도 오는 20일 전까진 발송하기로 공감대가 형성됐고, 송영길 대표 등 당 지도부에도 공유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유엔의 서한은 정부가 60일 이내에 답변을 보내면 되지만, 오는 27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기 전 먼저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답변서에 ▲ABC협회의 유가 부수 조작 의혹 ▲‘북한군 5ㆍ18 개입설’을 낸 언론 보도 ▲국가기간통신사의 기사 가장 광고 등을 담을 예정이라고 한다.

②더 독해지는 언론중재법?=오는 27일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하는 언론중재법에 대해선 국회 법제사법위를 통과한 현재의 법안이 아닌 민주당이 기존에 주장했던 법안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여야 8인 협의체의 민주당 측 멤버인 김종민 의원은 “지금의 안보다 더 강한 조항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당내 분위기가 있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특위 부위원장인 김승원 의원도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모든 직을 걸고 꼭 제대로 더 세게 통과시키겠다”라고 썼다. 삭제했던 손해배상 하한선 조항을 복원하는 방안등도 거론된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왼쪽 부터), 박주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직무대리, 김승원, 김영배 의원 등이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경록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왼쪽 부터), 박주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직무대리, 김승원, 김영배 의원 등이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경록 기자

민주당은 여야 협의체에 들어갈 민주당 측 외부 인사 2인으로 한겨레 기자 출신 이봉수 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석좌교수와 미디어특위 자문위원인 김필성 변호사를 거론하고 있다. 모두 '언론재갈법'과 관련, 민주당과 한목소리를 냈던 인사다.이에 반발해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현업 5단체는 “민주당을 대리해 온 인물들로 무슨 건설적 ‘협의’를 한다는 말인가”라는 성명을 냈다.

③신문법 등 추가 추진=언론중재법과 함께 그동안 민주당이 '언론개혁 법안'이라고 주장해온 관련 법안을 9월 정기 국회 내에서 모두 처리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신현영 원내대변인은 2일 “신문법ㆍ방송법ㆍ정보통신망법 등을 (9월) 정기국회에서 꼭 처리하겠다는 당의 의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특위 관계자도 “9월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기존에 추진하던 법을 다듬는 일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9월 정기 국회 처리가 거론되는 법안은 신문법ㆍ방송법ㆍ정보통신망법ㆍ형법 개정안, 미디어바우처법 제정안 등이다. 신문법은 당초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안을 중심으로 추진됐지만, 최근 미디어특위 자체 대안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네이버ㆍ다음 등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를 언론중재법 등에 적용받는 ‘언론’에 포함하는 게 골자다. 편집권이 없고 기사를 아웃링크(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로만 제공하는 뉴스플랫폼사업자(가칭) 개념도 신설했다.

방송법 개정안은 KBS 사장 후보자 추천을 국민추천방식으로 바꾸는 내용이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유튜버 등 1인 미디어의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처벌 강화 내용을 담았고, 형법 개정안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는 내용이다. 미디어바우처법 제정안은 국민이 일종의 투표권인 미디어바우처로 언론사를 평가하게 하고, 그 실적을 정부 광고 집행에 반영하는 내용이다.

여야 8인 협의체의 국민의힘측 멤버인 최형두 의원은 “미디어바우처법은 인기투표로 전락해 언론의 정파성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며 “악마는 언제나 디테일에 있듯이, 민주당이 ‘언론 개혁’이란 구호로 또 어떤 악법을 강행 처리하려는지 면밀히 살펴보겠다”라고 말했다.
언론중재법 외에 다른 법안까지 함께 처리함으로써 "언론탄압 의도"라는 비판을 희석시키겠다는 게 민주당의 계산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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