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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재선거 안 나가" 선언한 스가…새 총리는 이 세남자중 한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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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총리의 퇴진 발표로 오는 29일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가 유력한 기시다 후미오 전 외상, 고노 다로 규제개혁상, 이시바 시게루 전 방위상(왼쪽부터). 일 언론들은 치열한 3파전을 예상하고 있다. [교도통신, AFP=연합뉴스]

스가 총리의 퇴진 발표로 오는 29일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가 유력한 기시다 후미오 전 외상, 고노 다로 규제개혁상, 이시바 시게루 전 방위상(왼쪽부터). 일 언론들은 치열한 3파전을 예상하고 있다. [교도통신, AFP=연합뉴스]

대중적 인기의 고노 다로(58)냐, 아베와 견원지간 이시바 시게루(64)냐, 아베의 동기생 기시다 후미오(64)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3일 자민당 총재선거 출마를 포기하면서 차기 총재는 3파전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차기 총재는 10월로 예정된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승리할 경우 차기 총리가 된다. 스가는 지난해 9월 취임 후 1년 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스가 총리는 이날 오는 29일로 예정된 총재 선거에 입후보하지 않기로 한 이유에 대해 "코로나 대응에 전념하기 위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 언론들은 "총재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스가의 오산은 중의원 해산 시기를 9월 이후로 잡은 것이다. 코로나 확산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만큼 올림픽 이후로 선거를 미뤄 승부에 나서려 했다. 실제 스가 총리는 주변에 "8월 정도면 코로나가 어느 정도 가라앉지 않겠느냐"는 말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히려 올림픽 이후 코로나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며 지지율은 26%(마이니치 신문)까지 떨어졌다. 자민당 젊은 의원을 중심으로 "스가 총리를 얼굴로 해서는 중의원 선거에서 이기기 힘들다"는 여론이 퍼지는 상황에서 스가 총리가 던진 '더블 카드'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첫째 카드는 당 간부 대거 조기 교체.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 등 자신을 떠받쳐 온 간부들을 날리고 참신한 인사들을 등용해 분위기 반전을 꾀하려 했다. 하지만 "자신의 연임을 위한 지금껏 궂은 일 한 이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반발이 당내에 급속히 번졌다. 둘째 카드는 조기 중의원 해산 방침. 지금 자민당 총재 선거를 치르면 이길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 아예 중의원 총선을 먼저 치른 뒤 자민당 총재를 선출하는 '벼랑 끝 전술'에 나선 것이다.

3일 오전 퇴진 의사를 밝힌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지지통신]

3일 오전 퇴진 의사를 밝힌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지지통신]

그러나 스가의 이 방침에 당장 반기를 들고 가로막은 건 다름 아닌 스가의 후견인이었던 아베 신조 전 총리. 아베는 스가 총리에게 전화해 " 그건(총재 선출 전 중의원 해산은) 절대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아베가 속한 호소다파에 이은 2대 파벌 아소파의 아소 다로 부총리도 이에 가세했다. 스가의 인기가 바닥인데, 일시적인 스가 정권 연명을 위해 자민당 전체가 불구덩이로 뛰어들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사실상 아베·아소 동맹이 스가를 내친 셈이다.

스가는 할 수 없이 6일 간사장을 포함한 당 간부 인사라는 마지막 기사회생의 카드를 띄우려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이시바 시게루 전 방위상 등 거론된 후보자 모두 사양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어차피 곧 스가가 질 텐데 뭐하러 그 자리를 받아들이냐"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자 스가 총리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 정확히 1년 전, 적이 없다는 이유로 고른 지지를 얻어내 총리직에 올랐던 스가로선 이번에는 아군 없는 '무파벌'의 설움을 여실히 맛본 셈이다. 스가 총리의 사임 발표 이후 긴급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5%는 "잘 판단했다"고 답했다. 닛케이지수도 2.02% 급등했다.

스가의 퇴진으로 3주 남짓 남은 자민당 총재 선거는 전혀 새로운 국면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기시다 전 외상만이 공식 출마를 밝힌 상황이지만 대 국민여론조사에서 우세를 보이는 고노 규제개혁상과 이시바 전 방위상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여권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고노는 스가와의 인간적 의리 때문에 스가가 (총재선거에) 나설 경우 출마를 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고 전했다. 고노 본인도 이날 "일단 본인(스가 총리)의 의향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평소 사석에서도 "내 꿈은 총리"라고 공언해 온 고노의 출마는 거의 확실시된다. 그동안 출마에 신중했던 이시바도 이날 "동지들과 상의해 적절한 타이밍에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일 언론들은 "결국 세 사람 모두 나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 시내의 한 행인이 스가 총리 퇴진 뉴스를 전한 일본 신문 호외를 읽고 있다. [지지통신]

도쿄 시내의 한 행인이 스가 총리 퇴진 뉴스를 전한 일본 신문 호외를 읽고 있다. [지지통신]

기시다는 2015년 한국과의 위안부 합의 당시 외상을 지냈다. 자민당 정조회장 재임 시에도 대내외 정책에 있어 보수온건파 노선을 유지해왔다. 아베와는 1993년 정치입문 동기생이다. 아베 2기 내각에서 당내 아베 지지를 주도했다. 매파인 아베가 비둘기파인 기시다를 4년 반 동안 외상에 기용한 것은 그만큼 신뢰가 두터웠기 때문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아베 전 총리가 이번 총재선거에서 기시다 지지를 선언할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다. 기시다는 헌법 개정에 대해선 "(평화헌법의 근간인) 9조 자체는 개정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기시다가 한걸음 앞서 나가는 입장이지만 대중적 인기나 추진력 면에선 고노와 이시바가 기시다를 앞서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달 27~2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1위는 고노(16%), 2위는 이시바(16%)였다. 소수점 차이였다. 더구나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는 국회의원 394표, 지방당원 141표였던 지난해와는 달리 국회의원과 지방당원이 똑같이 394표씩 나눠 갖게 돼 대중적 인기가 가장 큰 변수다. 자민당 관계자는 "결국 세 후보 간 근래에 보기 드문 대혼전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노 담화'의 주인공 고노 요헤이의 아들인 고노 다로 규제개혁상은 2년 전 징용문제 관련 당시 남관표 주일한국대사를 일 외무성을 불러 "엄청난 무례"라며 버럭 화를 낸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다만 한국 정치권에 네트워크가 두텁고, 물밑에선 한국에 비교적 호의적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은행원 출신으로 온건파인 이시바 전 장관은 아베·아소와는 오랜 견원지간. 스타일도 정책도 대조적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 아베 전 총리가 얼마나 '반 이시바'를 당내에 설파하고 나설지도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편 스가 총리 체제 하에서 총선을 치루길 바랬던 야당은 곤혹스런 입장이다. 일 언론들은 "고노 규제개혁상이나 이시바 전 방위상이 자민당 총재가 되면 야당으로선 힘든 총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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