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2000만원 전기차, 주행거리 307㎞…한국서 힘없는 독일차

중앙일보

입력 2021.09.03 16:37

아우디 e-트론 스포트백 55 콰트로. [사진 아우디코리아]

아우디 e-트론 스포트백 55 콰트로. [사진 아우디코리아]

아우디코리아는 지난 2일 쿠페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트론 스포트백 55 콰트로를 선보였다. 지난해 한국에 상륙한 전기차 e-트론 시리즈 중 배터리 용량이 늘어난 모델이다. 3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e-트론은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601대가 팔렸고, 올해(1~8월) 248대로 판매가 부진한 편이다.

배터리 용량이 늘어난 e-트론 스포트백 55도 최대 주행 거리가 길지는 않다. 95㎾h(킬로와트시)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했음에도 산업통상자원부의 주행거리 인증은 307㎞다. 복합 전비는 3.1㎞(주행거리/배터리 용량)로 포르셰의 고급 전기차 타이칸 4S(3.1㎞)와 엇비슷하다.

아우디코리아 관계자는 “e-트론 스포트백의 WLTP(유럽 기준) 최대 주행거리는 452㎞이지만, 한국 인증기관의 자체 시험 기준으로 그렇게 나온 것”이라며 “아우디만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월 출시한 메르세데스-벤츠의 보급형 전기차 EQA도 WLTP에선 426㎞를 받았지만, 국내 인증은 306㎞였다.

그러나 짧은 주행거리 인증은 한국에서만 있었던 일은 아니다. 미국 환경청(EPA)은 e-트론 스포츠백의 최대 주행거리를 212마일(약 340㎞)로 측정했다.

최대 주행거리는 가격과 함께 소비자가 전기차를 선택할 때 최우선으로 하는 요소다. 이런 점에서 업계는 e-트론의 시장 확장성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테슬라가 보급형 모델 3·Y로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주름잡고 있지만, 고성능 전기차인 모델 S 판매량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아우디 e-트론 스포트백 55 콰트로. [사진 아우디코리아]

아우디 e-트론 스포트백 55 콰트로. [사진 아우디코리아]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e-트론이 등장했을 때 아우디가 만든 고급 전기차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판매는 기대 수준에 못 미쳤다”며 “이번에 나온 모델 역시 배터리 용량을 커졌지만 주행 거리는 짧은 편인데 반해 비싸기 때문에 테슬라 모델 S 등과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용주 국민대 겸임교수(자동차운송디자인과)는 “전기차는 아직 최대 주행 거리 등 이동 수단의 기능이 브랜드 선호를 앞선다”며 “아우디 등 유럽산 전기차가 국내에서 판매 실적이 좋지 않은 게 그런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같은 이유로 독일의 프리미엄 브랜드는 전기차 시대가 도래할 경우 내연 기관 성능에 기반을 둔 브랜드 파워가 낮아질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1억원 이상 고가 전기차의 스펙에서 최대 주행 거리는 중요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자동차과)는 “아우디·포르셰 등 고가의 전기차를 사는 소비자는 ‘세컨드 카(보조 차)’로 이용한다는 점에서 한번 충전해 얼마나 달리느냐는 주요 관심사가 아닐 수 있다”며 “실제 주행 거리는 계절과 운전 조건 등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난다. 여름·겨울에 테스트를 받는 것보다 봄·가을에 인증을 받는 게 주행거리가 더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전비 측정 환경이 특이하다 보니까 유럽·미국과 차이를 보이는 것”이라며 “기후 등 외부 환경을 고려한 한국형 인증 값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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