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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알아보겠다" 강윤성 신상공개 이후 커지는 '머그샷' 공개 요구

중앙일보

입력

2일 신원이 공개된 ‘송파구 전자발찌 살인마’ 강윤성(56)의 사진이 논란이다. 경찰이 공개한 강윤성의 주민등록증 사진과 실제 그의 최근 얼굴이 달라서다. 이에 피의자 신상공개의 실효성을 지적하며 체포 과정에서 촬영한 ‘머그샷’(mugshot)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찰의 신상공개로 배포된 강윤성(56)의 주민등록증 사진(왼쪽)과 최근 사진(오른쪽)

경찰의 신상공개로 배포된 강윤성(56)의 주민등록증 사진(왼쪽)과 최근 사진(오른쪽)

강윤성 신상공개 이후…“못 알아보겠다”

중앙일보가 3일 보도한 강씨의 최근 사진은 앞서 경찰이 공개한 얼굴과 다른 인상이다. 강씨를 기억하는 구청 관계자는 “경찰에서 공개된 사진은 선해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인상이 나빠졌다”며 “최근 그를 본 사람들이 알아볼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사진은 2021년 6월, 출소한 지 한 달 된 강씨가 주변에 돈을 빌리면서 본인 확인을 위해 보낸 것이라고 알려졌다.

강씨 사건 이후 범죄예방 등 공익 실현을 위해 피의자 체포 시 촬영하는 식별용 사진(머그샷)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3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본인이 살인했다고 자수한 범죄자의 인권까지 보호해줘야 하느냐” “알아보지도 못할 사진을 공개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의견이 올라왔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미국 사례가 주로 언급된다. 미국에선 정보자유법(Freedom of Information Act)에 따라 범죄의 종류나 피의자 국적과 관계없이 경찰에 체포된 피의자의 얼굴을 촬영해 공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머그샷 공개가 사생활을 부당하게 침해할 것으로 예상하는 경우 법원이 이를 불허하기도 한다.

고유정 ‘커튼 머리’ 제지할 방법 없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이 2019년 9월 2일 두 번째 재판을 받기 위해 제주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이 2019년 9월 2일 두 번째 재판을 받기 위해 제주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에서 머그샷 관련 논의가 전무했던 건 아니다. 경찰청은 지난해 1월 행정안전부로부터 강력범죄 피의자의 신상공개 결정 이후 경찰이 확보한 신분증 사진 또는 CCTV 등을 통해 얼굴을 공개하는 게 개인정보보호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 다만 이에 앞서 머그샷을 공개하려면 피의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법무부 유권해석이 나오면서 사실상 신분증 사진만 공개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외에도 경찰은 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에 따라 신상공개가 결정된 피의자는 이송 과정에서 얼굴을 가려주지 않는다. 언론보도 등을 통해 피의자의 얼굴이 자연스럽게 노출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2019년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고유정(38)처럼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릴 경우 이를 제지할 방법이 없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피의자가 마스크를 벗지 않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 6월 남성 1300명의 알몸 영상을 불법 촬영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김영준(29)은 마스크를 쓴 채 검찰 송치됐다. 강윤성이 코로나19를 핑계로 마스크를 쓰겠다고 하면 경찰이 손 쓸 방도가 없는 셈이다.

경찰은 피의자 인권 문제 등을 고려해 머그샷 공개에 신중한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이 체포 과정에서 찍은 사진을 함부로 공개하거나 이송할 때 강제로 (피의자) 얼굴을 드러내게 한다면 또 다른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며 “법무부가 피의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으니 경찰이 이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낙인 효과’ 우려도…“법적 근거 갖춰야”

머그샷 관련 이미지. 본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사진. pexels

머그샷 관련 이미지. 본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사진. pexels

머그샷 공개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찬성 측이 국민의 알 권리와 범죄예방 등을 근거로 드는 반면, 피의자 인권 침해와 ‘낙인 효과’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피의자뿐 아니라 그 가족에 대한 신상털이 등 공익과 인권 사이에 충돌하는 지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머그샷 공개 조치를 통해 실현되는 공익이 큰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염 교수는 “현재 피의자 신상공개를 가능하게 하는 법 안에 세부조항을 마련해서 머그샷 촬영과 공개의 법적 근거를 먼저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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