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민사 소송에서 수수료를 절약하는 법

중앙일보

입력 2021.09.03 15:00

[더,오래] 정세형의 무전무죄(46)

소송 제기 당시 손해액을 확정하기 어려워 많은 돈을 인지액으로 납부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경우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일부 청구'다. 우선 적당한 금액만 청구하고, 소송의 경과를 보면서 나머지 부분을 추가로 청구하는 것이다. [사진 Maxpixel]

소송 제기 당시 손해액을 확정하기 어려워 많은 돈을 인지액으로 납부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경우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일부 청구'다. 우선 적당한 금액만 청구하고, 소송의 경과를 보면서 나머지 부분을 추가로 청구하는 것이다. [사진 Maxpixel]

빌려준 돈을 받지 못했다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 때문에 손해가 생긴 경우, 상대방과 원만히 합의해 해결하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부득이 소송을 통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소송을 제기할 때에는 인지대와 송달료 같은 수수료를 법원에 납부하여야 한다. 그중 인지액은 소가(訴價), 즉 소송목적물의 가액에 따라 달라지는데 일반적인 재산상 청구의 경우를 기준으로 인지액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1. 소송목적의 값이 1000만원 미만인 경우에는 그 값에 1만분의 50을 곱한 금액

2. 소송목적의 값이 1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그 값에 1만분의 45를 곱한 금액에 5000원을 더한 금액

3. 소송목적의 값이 1억원 이상 10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그 값에 1만분의 40을 곱한 금액에 5만5000원을 더한 금액

4. 소송목적의 값이 10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그 값에 1만분의 35를 곱한 금액에 55만5000원을 더한 금액

예를 들어, 누군가를 상대로 1000만원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에 납부해야 하는 인지액은 5만원(1000만원 × 45/10000 +5000원)이 되는 것이다. 다만 전자소송을 통하면 위와 같은 기준으로 산출된 금액에서 10% 할인된 금액을 인지액으로 납부하면 된다.

이처럼 소가가 크면 클수록 법원에 납부해야 하는 인지액도 늘어나기 때문에 소가가 억 단위를 넘어가는 경우에는 인지액만 하더라도 보통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또 교통사고나 의료사고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의 경우 소송 과정에서 신체 감정 등을 거친 뒤에야 정확한 손해액을 산출할 수 있다. 이처럼 소 제기 당시에 손해액을 확정하기 어려워 미리 많은 돈을 인지액으로 납부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더구나 손해배상 사건에서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는 경우 과연 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을지, 혹은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전부 승소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워 많은 돈을 인지액으로 납부하는 것은 더더욱 부담스럽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일부 청구’이다. 즉 우선 적당한 금액만 청구하고, 소송의 경과를 보면서 나머지 부분을 추가로 청구하는 것이다. 이렇게 일부 청구를 하면 당장 법원에 납부해야 하는 인지액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일부 청구와 관련해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우선 소 제기 시 일부 청구라는 점을 명시해야 추후 나머지 부분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법원에서도 가분채권의 일부에 대한 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하면서 나머지를 유보하고 일부만을 청구한다는 취지를 명시하지 아니한 이상 그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청구하고 남은 잔부청구에까지 미치는 것이므로, 그 나머지 부분을 별도로 다시 청구할 수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일부 청구라는 것을 어떻게 명시해야 할까.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일부 청구임을 명시하는 방법으로는 반드시 전체 채권액을 특정해 그중 일부만을 청구하고 나머지에 대한 청구를 유보하는 취지임을 밝혀야 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즉 일부 청구하는 채권의 범위를 잔부청구와 구별해 그 심리의 범위를 특정할 수 있는 정도의 표시를 해 전체 채권의 일부로서 우선 청구하고 있는 것임을 밝히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일부 청구를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소멸시효를 따져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하나의 채권 중 일부에 관해 판결을 구한다는 취지를 명백히 밝혀 소송을 제기한 경우 소 제기에 의한 소멸시효중단의 효력이 그 일부에 관해서만 발생하고, 나머지 부분에는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대법원에서는 소장에서 청구의 대상으로 삼은 채권 중 일부만을 청구하면서 소송의 진행경과에 따라 장차 청구금액을 확장할 뜻을 표시하고 당해 소송이 종료될 때까지 실제로 청구금액을 확장한 경우 소 제기 당시부터 채권 전부에 관하여 판결을 구한 것으로 해석한다. 이러한 경우소 제기 당시부터 채권 전부에 관해 재판상 청구로 인한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본다.

이와는 반대로,소장에서 청구의 대상으로 삼은 채권 중 일부만을 청구하면서 소송의 진행경과에 따라 장차 청구금액을 확장할 뜻을 표시하였지만 당해 소송이 종료될 때까지 실제로 청구금액을 확장하지 않은 경우 소송의 경과에 비추어 볼 때 채권 전부에 관해 판결을 구한 것으로 볼 수 없어 나머지 부분에 대하여는 재판상 청구로 인한 시효 중단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대법원에서는 채권자가 당해 소송이 종료된 때부터 6월 내에 민법 제174조에서 정한 조처를 함으로써 나머지 부분에 대한 소멸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소를 제기하면서 장차 청구금액을 확장할 뜻을 표시한 채권자로서는 장래에 나머지 부분을 청구할 의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고,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당해 소송이 계속 중인 동안에는 나머지 부분에 대하여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의사가 표명되어 최고(催告)에 의해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상태가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소액사건심판법의 적용을 받을 목적으로 금전 기타 대체물이나 유가증권의 일정한 수량을 분할해 그 일부만을 청구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한 신청은 판결로 각하된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한다. 소액사건심판이란 소송을 제기한 때의 소송물 가액이 3000만원을 초과하지 않는 금전 기타 대체물이나 유가증권의 일정한 수량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제1심의 민사사건에 대해 일반 민사사건보다 훨씬 신속하고 간편한 절차에 따라 심판, 처리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러한 제도를 악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소액사건심판법에서는 위와 같이 일부 청구를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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